롯데그룹 IPO 감감무소식...실적 '발목'에 사업 매력 떨어져
입력 2020.11.18 07:00|수정 2020.11.18 16:30
    호텔롯데부터 롯데렌탈·코리아세븐 등 기약 없어
    유통·외식 등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열사 많다는 지적도
    상장작업 지연 탓에 증권업계서도 관심도 낮아
    • "계열사 추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다 투명한 체제를 완성하고 그 자체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성장 동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황각규 전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올해 3월 주주총회 당시 발언)

      지주회사 출범 전후, 그리고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롯데그룹은 '계열사 IPO'를 외쳤다. 하지만 결과는 2018년 롯데정보통신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호텔롯데를 비롯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업공개를 꾀할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평가다. 호텔과 외식 등 전통산업에 치우친 롯데그룹 특성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다.

      한때 롯데그룹을 'IPO 화수분', '블루칩'으로 꼽았던 투자은행(IB)들도 카카오나 SK그룹 등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계열사 실적이 회복되더라도 투자 매력이 낮은 구(舊) 산업이 위주라 '제 값'을 받기 힘들 거라는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

    •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상장이 기대됐던 롯데렌탈은 상장 준비 작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중단 전후로 상장 관련 지주와 의견이 달랐다는 잡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롯데렌탈의 수익성 지표를 살펴보면 그 배경을 짐작해볼 수 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매출 2조732억원을 내 2015년 롯데그룹 인수 당시와 비교해 60%가량 증가했다. 2017년 1조7955억원, 2018년 1조8859억원으로 꾸준히 성장을 한 셈이다. 하지만 내실은 부족하다. 영업이익률은 2014년 8.4%에서 지난해 6.2%로 감소했고, 순이익 역시 358억원에서 323억원으로 줄어든 탓이다.

      지분 가치도 인수 당시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2015년 롯데렌탈이 인수될 당시 주당 단가는 10만2907원이었는데, 올해 6월 기준 롯데렌탈 주당 단가는 7만6421원에 그쳤다. 지배기업 소유주지분에 대한 주당 이익도 2014년 3747원에서 지난해 말 2989원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롯데렌탈이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호텔롯데 기업가치 상승에 보탬이 될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당초 롯데렌탈의 상장을 놓고 호텔롯데 기업공개를 위한 사전절차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호텔롯데가 롯데렌탈 지분 42.04%가량을 쥐고 있어, 롯데렌탈이 성공적으로 상장한다면 호텔롯데가 투자금 회수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렌탈의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섣불리 상장을 추진한다면 호텔롯데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롯데렌탈이 자산규모가 커 보이지만 렌탈업이라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라며 “수익성이 개선되는 상황이 아닌 만큼 롯데렌탈 상장 여부가 호텔롯데에 큰 도움이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결국 호텔롯데가 어느 정도 스스로 실적을 회복해야 상장을 노릴 수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증권업계에서도 호텔롯데 상장을 두고 ‘기약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예전부터 말은 많았지만 상장 작업이 진행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라며 “코로나19가 끝나야 상장을 재개하든 할 텐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눈을 돌려봐도 마땅한 기업공개 후보가 띄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실적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에서는 코리아세븐, 롯데지알에스, 롯데건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기업공개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상반기 기준 코리아세븐은 약 70억원의 영업손실을 봐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지알에스 역시 순손실 약 173억원을 냈다.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 편의점 및 외식업종이 일제히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수년 전부터 주요 계열사 상장이 절실한 과제다. 롯데지주 출범 당시부터 주요 계열사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지속되는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아직까지 롯데정보통신 외에 뚜렷한 상장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외식과 유통 등에 편중된 롯데그룹 계열사의 사업 특성을 상장기업 부재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바이오·2차 전지·엔터 등 성장주보다는 혁신이 어려운 전통 산업 위주다보니, 기업공개시장과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슈까지 겹치면서 여타 재계 그룹과 비교해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그룹은 유통과 화학 등 주력사업의 영업여건 저하, 코로나19 확산 영향 등으로 상반기 전체 영업수익성이 크게 저조했다”라며 “연간 기준 그룹의 이익창출력은 상당 폭 저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증권사 관련 부서들의 관심도도 떨어지고 있다. '실기'(失期) 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호텔롯데가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던 2015년 전후만 해도 롯데그룹은 IB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던 그룹이었다. 지금은 커버리지 중요도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롯데그룹은 유통 등 신규 성장 동력이 그리 밝지 않은 전통 산업군으로 계열사가 채워져있어 공모에 올려도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은 SK그룹과 카카오 등 신성장 산업 계열사가 많은 그룹에 영업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