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흑자시대 열리지만…국내 3사 과제도 뚜렷해져
입력 2020.11.18 07:00|수정 2020.11.18 13:58
    내년에도 '고성장'…흑자시대에 3사 고민 제각각
    LG화학, 전지 분사 성공…글로벌 1위 역량 증명해야
    삼성SDI, 그룹 내 위상 강화에 투자전략도 변화
    SK이노, 내년 재무계획 마련에 힘써야 할 전망
    • 2차전지 업계는 내년에도 '고성장'이 예고돼 있다. 전기차 1위 테슬라는 배터리 공급부족을 외쳤고 완성차 업체도 전기차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35년까지 내연기관 완전퇴출을 준비하는 중국에 이어 미국 대선 결과 조 바이든 진영이 승리해 전기차 격전지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최대 격전지였던 유럽 시장은 올해 전기차 판매량 100만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국내 배터리 업체의 실적으로 드러났다. 3분기 LG화학과 삼성SDI는 전지 사업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연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기까지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지만 업계는 내년을 본격적인 수익성 확대 국면으로 기대한다.

      시기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국내 배터리 3사가 흑자 시대에 진입한 만큼 국내 배터리 산업에 대한 전방위 견제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전환점을 맞은 국내 기업들의 사업적 고민과 과제도 세분화할 전망이다.

      현재 3사가 맞이한 공통 과제는 크게 배터리 성능의 추가개선과 투자재원 확보로 좁혀진다. 시장 과반을 차지한 국내 배터리사의 리튬이온 기반 배터리는 이론적 한계에 도달했다. 이 때문에 안정성 확보와 원가 절감, 성능 개선을 위해 어떤 방식을 취할지, 필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고민은 서로 다른 형태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 내년엔 LG화학이 글로벌 1위 사업자로서의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다.

      전지 사업 독립을 위한 분할계획은 임시 주주총회를 무난하게 통과했다. 주춤하던 주가도 시장 확대 기대감을 반영해 낙폭을 거의 회복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설법인의 성장전략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이 공식 출범하는 12월까지 시장의 관심도 분사 이후 행보를 향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선 바이든 당선으로 미국 시장이 열린 만큼 신설법인을 향한 러브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미국 시장 판매량은 3만7000대 규모다. 유럽 시장의 5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이 친환경차 판매유인을 확대할 경우 중장기 배터리 시장전망 수정과 함께 전기차 업체의 공급선 확보가 치열해질 예정이다.

      LG화학은 이미 다수 완성차 업체와 신설법인의 추가 합작법인(J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사업 특성상 늘어나는 시장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신설법인의 성장전략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전략에 대한 추측도 다양해지고 있다. 신설법인 상장보다는 테슬라와 함께 1위 전선을 구축할 것이란 기대감도 관측된다. 테슬라의 내년 전기차 판매 목표는 100만대로 올해 두 배 규모다. 배터리 업계에선 LG화학이 최근 원통형 설비를 세 배 이상 확대하고 중국 공장에 57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을 두고 테슬라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의 존재감은 1년 전과 딴판이다"라며 "완성차 업체의 구애는 당연한 일이고 이제 LG화학이 누구와 함께 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협력 방식에 따라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전반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2위 배터리 업체인 삼성SDI도 선전이 예상된다. 올 한해 삼성그룹의 변화 바람과 맞물려 그룹 내 삼성SDI의 위상은 확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회동 자리에서 차세대 배터리를 언급한 지 반년 만에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로드맵을 내놨다.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가 뚜렷해지며 공격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그간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보수적 투자 전략을 고수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전기차 시장의 삼성SDI 배터리 사용량은 약 5GWh로 글로벌 4위, 점유율 약 6.2%를 기록했다. 1위인 LG화학의 점유율은 24.6%(19.9GWh)로 네 배가량의 차이가 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2025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배터리 수요가 1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9월까지 사용량(약 80GWh)의 열 배 이상이다. 삼성SDI가 소극적 수주전략을 지속할 경우 LG화학과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삼성SDI가 배터리 수주전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테슬라와 현대차를 두고 LG화학과의 수주경쟁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오랜 관례를 깨고 현대차 수주전에 참여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와 달리 투자 지속을 위한 재무계획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배터리와 분리막 사업의 높은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부채비율이 전년말 대비 32%포인트 급증한 150%까지 확대했다. 정유업황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배터리 투자를 지속하며 차입금 부담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 연장으로 LG화학과의 소송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련 업계에선 바이든 당선으로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선 트럼프 재선을 SK이노베이션에 유리한 시나리오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SK이노베이션의 현재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간 28GWh 규모다. 2023년 85GWh까지 증설을 예고한 만큼 한해 3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LG화학과의 소송 합의금 눈높이가 2조원에 형성돼 있어 내년에만 5조원 안팎의 조달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마찬가지로 전지 사업 분사 고민을 털어놓은 만큼 재무부담 해소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분리막 계열사 상장과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배터리 투자 여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배터리 성장비전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