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물 없는 기대감 랠리' 시작했다...내년 초 조정 가능성
입력 2020.11.18 15:01|수정 2020.11.18 15:01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지난해 말 강세장 재연
    환율 하락·외인유입 확대로 반도체 대장주 급등 평
    메모리 업황 부진은 진행 중이지만 회복 기대감 커
    파운드리·IM·5G·특별배당 등 내년 호재 반영 분석도
    •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주환원책 순연 등으로 주춤대던 주가가 11월 들어 2주간 15% 이상 올랐다.

      지난해 연말 '리플레이션 장세'에서의 급등세가 연상된다는 평가다. 지난해 이맘때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경기 회복과 반도체 수요 급등 기대감으로 2달간 상승세를 보이며 '마(魔)의 6만원' 고지를 넘어섰다. 이번 기대감 랠리는 유동성의 지원까지 받으며 일찌감치 '8만원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기대감 장세의 끝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추이를 보일 거란 평가다. 청사진을 보며 랠리를 펼치다, 실제 업황의 회복 추이를 보며 조정이 이뤄질 거란 지적이다. 올해만 해도 데이터센터 수요가 예상보다 미진하며 삼성전자 주가의 변동성을 높였다. 4분기 실적 전망이 나오는 내년 초 조정 이후 방향성을 탐색할 거란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이후 4거래일 만에 10% 이상 급등하며 16일 6만6300원으로 마감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조정에 들어가 18일 현재 6만50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이전 고점이었던 6만1800원을 훨씬 웃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13% 이상 상승한 9만8000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앞두고 있다.

    •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상승세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여전히 바닥을 지나고 있다. 반도체디램(D-RAM)의 현물(Spot)과 대량공급가(Contract)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스프레드는 지난 9월 -16%로 지난해 초 수준까지 하락했다. 현물가가 대량공급가를 크게 밑돈다는 건 수요가 부진함을 뜻한다. 이후 급하게 회복세를 띄긴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 약세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본격적 상승세는 연말이 될 거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예상보다 빠른 현재의 상승세는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1월 5일을 기점으로 10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수하고 있다. 17일까지 9거래일 간 총 매수 규모는 4000만주 이상으로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1000만주 가까이 순매수하며 1조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이 기간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 총액이 4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순매수의 대부분이 반도체 종목에 몰린 셈이다.

      바이든 후보자의 당선으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와 이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락 우려가 국내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월 5일을 기점으로 지속 하락 중이다. 바이든 진영 역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예고하고 있다. 지속적인 달러화 약세를 점치는 글로벌 자본이 이머징 마켓으로 유입되며, 이머징 테크 부문의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현 주가는 거의 기대감 만으로 형성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지표는 부진하다.  17일 기준 디램 8기가바이트(GB) 현물가격은 최근 한 달간 3.82% 떨어졌다. 일주일 사이 하락폭이 1.23%에 달한다. 수요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다만 미국 상무부의 중국 화웨이 제재로 인한 공백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재고 수준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마이너스 요인인 재고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내년 5G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와 데이터센터향 서버용 DRAM 수요 반등 가능성 등 플러스 요인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올해 생산라인을 전환하며 재고량 조절에 들어갔듯 내년에도 증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전망이기 때문에 턴어라운드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산업 측면에서의 호재들이 하나 둘 주목받기 시작했다. 캐시카우인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외에도 호재가 쏟아질 거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추가 증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올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엔비디아와 퀄컴을 고객사로 영입한 데 이어 EUV 선단공정에서 탈락한 인텔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이슈로 떠올랐다. 내년 중 차세대 3나노(3nm) 공정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와는 달리, 인텔은 10나노(10nm) 공정에서 수년째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 5G 스마트폰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하면 무선사업부와 디스플레이 부문까지 전 사업부 실적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올해 대비 30% 이상 상승한 46조원에 달한다. 최근 3달간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 되고 있다. 2022년에는 기존 역대 최고 실적인 58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배당 잔여 및 추가 주주환원책 발표 시점을 내년 실적발표 시점으로 순연한 것을 두고 주가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라며 "4분기 실적전망에 따라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반도체 시장 안팎으로 쏟아지는 호재가 반영되기 시작한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배당 기대감으로 우선주와 보통주 괴리율 격차는 축소되고 있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지난 17일 역대 최고가인 6만원을 기록했다. 18일 오후 기준 삼성전자우는 5만8200원에 거래됐다. 보통주와 괴리율은 10% 안팎 수준이다.

      당분간은 이런 기대감이 랠리를 이끌 거라는 분석이다. 최일선의 증권사 트레이더나 자산운용사 운용역들도 유동성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7만원, 내년 1분기 8만원까지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많다.

      변수는 이런 그림이 얼마나 유지되느냐다. 올해 4분기 및 연간 실적 전망이 나올 내년 1월 중순, 1분기 실적 전망이 본격화할 2월 중순이 변곡점으로 꼽힌다. 올해 초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이 시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며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