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大 금융그룹 내년 전망 '안갯속'...마진 상승이 클까, 건전성 악화가 클까
입력 2020.11.20 07:00|수정 2020.11.20 14:50
    내년 순익 컨센서스는 '2019년보다 수익 더 날 것'
    자산 성장 지속에 NIM도 회복세...낙관적 관측
    문제는 잠재 부실...4월 이후 만기 연장 여신만 50兆
    "어디서 얼마나 터질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누구도 섣불리 예측은 할 수 없다. 내년 4대 금융그룹의 실적은 결국 은행 자산과 순이자마진(NIM) 성장폭이 더 크냐, 아니면 '정책 착시효과'로 가려진 부실 자산의 폭발력이 더 크냐에 따라 달렸다는 분석이다.

      그룹의 핵심인 은행의 수익성이 변수에 흔들리는 가운데, 비은행 부문이 얼마나 뒷받침해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따른 수익성 격차는 이미 올해 확인됐다. 내년에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3분기 실적 발표가 끝난 11월 현재 4대 금융그룹의 내년 실적 컨센서스는 대부분 낙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3분기 실적이 네 곳 모두 컨센서스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보이며, 이런 기조가 이어질 거라는 예상이 많아졌다.

      기업대출 잔액이 3분기 말 기준 961조원으로 전년대비 92조원이나 증가하는 등 자금 수요가 늘며 예상보다 자산 성장이 가팔랐고, NIM은 올해 상반기 평균 1.44%로 바닥을 찍은 뒤 3분기 일제히 2~4bp(0.02~0.04%포인트) 상승한 덕분이다. 대손비용률은 0.20%대 초반으로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카드ㆍ캐피탈은 비대면 거래가 늘며 코로나19 수혜 산업으로 떠올랐고, 직접 투자가 늘며 증권 계열사 브로커리지 순이익도 일제히 최근 5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4대 금융그룹 총 순이익이 11조원대 중반을 기록하며 올해 대비 5% 이상 성장, 2019년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올해 2분기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으로 4000억원을 반영한 우리금융그룹의 수익성이 정상화되고, 은행 부문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며, 비은행 부문은 약진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나온 전망이다.

      4대 금융그룹 순이익의 70%를 차지하는 은행 부문이 얼마나 '깜짝 실적'을 보일지가 전망의 핵심이다.

      일단 내년에도 은행들의 자산 성장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신용대출 부문은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증가율이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월 단위로 2조원 이상 순증하고 있다. 부동산 3법 시행 이후 전세가액이 폭등하며 주택대출시장의 급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부동산 3법 시행 전인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대비 16조원 증가한 136조원이었다. 연말엔 150조원 이상 돌파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마진은 바닥을 지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7월말 1.283%까지 떨어졌던 한국 국채 10년물 채권수익률은 현재 1.6%대까지 올라왔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며 대출 금리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0.5%로 사실상 추가 인하 여력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내년 NIM은 올해 하반기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될 거란 예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자산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마진이 회복되면, 은행은 당연히 좋은 실적을 낼 수밖에 없다. 이런 낙관이 내년 실적 전망에 반영돼있는 셈이다.

      물론 장밋빛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아직까진 표면화하지 않은 잠재 부실이 결국 은행, 나아가 4대 금융그룹의 발목을 잡을거란 경고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부실률이 역대 최저를 찍고, 은행 자산건전성이 상승 추세를 띈 건 정책 덕분이었다. 정부는 경기 침체로 인한 신용 경색을 막기 위해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정책을 내놨다.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로 인해 실제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말 기준 만기를 연장받은 대출 규모만 52조원에 달한다. 상환을 유예받은 이자는 시중은행 및 제2금융권을 합쳐 75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힘입어 지난해 말 0.48%였던 원화대출 연체율은 상반기 말 0.33%로 뚝 떨어졌다.

      문제는 이러는 사이 한계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올해 연말 한계기업 비중은 21.4%로 지난해 말 14.8%대비 6.6%포인트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 한계기업 여신 규모는 같은 기간 116조원에서 176조원으로 5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계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런 상황을 '건전성 개선 착시효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가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3분기부터는 부실이 표면화하며 은행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은행들은 지난 2분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121%까지 늘렸지만, 3분기들어 다시 이전 수준인 100~110%대로 되돌렸다. 주가가 급락하며 수익성을 제고하라는 주주들의 압박이 거세진데다 연말 배당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실이 얼마나 커질진 현 시점에서 예측이 어렵다. 당장 코로나19 2차 펜데믹(대유행)으로 인해 유럽 주요국들은 다시 봉쇄(락다운)에 들어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의 일일 확진자 증가 수는 지난 4월 1차 펜데믹 때의 수치를 크게 뛰어넘은 상태다. 올해 하반기부터 가시화할 거라던 글로벌 경기 회복 전망은 내년 2분기 이후로 늦춰지는 추세다.

      연내 가시화할 전망인 코로나19 백신의 성공 여부가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지난 9일 다국적제약사 화이자가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글로벌 증시가 장밋빛 희망에 부풀기도 했다. 자산 부실화 가능성이 낮아질 거라는 기대감에 금융주 역시 상승세에 합류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반응일 뿐, 경기침체(디플레이션)에 따른 신용 우려가 완전히 가시진 않은 것이란 분석이 아직 우세하다. 코로나19 극복 여부와는 상관없이 국내 경제가 침체 단계에 들어섰으며, 침체를 앞당겼을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백신이 경기 회복에 얼마나 기여할지 여부도 아직 유동적이다. 화이자의 결과는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화이자의 백신에 대해 "심각한 감염을 막을 수 있는지, 무증상 감염을 막을 수 있는지, 백신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 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

      비은행 부문의 기여도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올해 비은행 부문은 그룹 차원에서 은행의 약세를 만회할 수 있는 키 포인트였다. 카드ㆍ캐피탈은 비대면 소비 증가의 수혜를 입었고, 보험업은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줄며 손해율이 급감했다. 증권은 개인 직접 투자 급증의 덕을 톡톡히 봤다.

      KB금융은 내년부터 푸르덴셜생명보험의 실적이 100% 반영되기 시작하며 순이익 기준 다시 1위를 넘볼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의 두 자릿 수 성장이 반가운 가운데 손해보험업 포트폴리오를 갖출 필요성이 커졌다. 하나금융은 카드와 보험 부문의 성장이 필요한 상태다. 우리금융은 전반적으로 은행 편중이 심한 가운데 증권사의 부재가 아쉬울 거란 평가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솔직히 내년에 누가 (부실로) 터질 지, 얼마나 터질 지는 아무도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지금 나와있는 낙관적인 내년 순이익 컨센서스는 대손비용이 올해보다 줄어들 거라는 전제로 나온 수치라 솔직히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