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공격에서 수비로…오락가락하는 이마트의 호텔 전략
입력 2020.11.26 07:00|수정 2020.11.25 17:30
    공격 출점→투자 중단…'호텔 전략' 의문
    코로나발 실적 부진에 '몸사리기' 나선 듯
    재무구조 악화…이마트 자금 수혈 계속?
    • 이마트가 호텔 사업에서 ‘몸사리기’에 나섰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불과 지난달까지 신규 출점을 이어갔지만 최근 향후 2년간은 호텔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여파가 계속되면서 그 이상의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마트는 계속해서 호텔 부문에 대규모 자금 수혈에 나서고 있어 재무 부담 증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마트는 자회사 신세계조선호텔에 대해 2021년과 2022년 신설 투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새로운 투자 없이 기존 호텔의 시설 보완만 나설 예정이다. 이마트 계열사 중 향후 2년간 신규투자 계획이 없는 곳은 신세계조선호텔이 유일하다.

      이러한 결정은 코로나로 인한 실적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호텔과 리조트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신세계조선호텔은 올해 상반기 328억원, 3분기 146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매출은 1~3분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감소했다.

    • 투자 중단 계획을 계기로 이마트의 호텔 전략 방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까지 도심과 휴양지에 전방위적인 신규 투자를 하면서 호텔 ‘확장 모드’가 시작됐단 분석이 많았다. 여행업 회복 시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향후 수년간 어느 정도의 재무 부담은 감수하겠단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호텔기업 중 비교적 ‘호텔업’ 자체에 집중된 경향(전체 매출 중 68% 차지)이 크기 때문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인 점도 고려됐다. 2017년 면세점 사업 분할 뒤, 2018년 계열회사에 매각하면서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던 면세점 사업이 제외됐다. 여기에 3세 경영권 승계 작업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란 평도 더해졌다.

      하지만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부담을 더 키울 수 없는데 따른 결정이란 분석이다. 현 상황에서는 신규 출점과 이미 계획된 투자들을 감당하는 것이 급선무란 판단이다. 2018년에 내놓은 독자 브랜드 호텔인 서울 레스케이프 호텔도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전사 영업수익성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

      아직도 코로나 추세는 예측이 힘들다. 업계에서는 항공·여행 수요회복에 향후 2~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올해 실적부터 기대감은 낮다. 호텔업은 12월 등 연말이 여름 휴가철과 더불어 최대 성수기지만 최근 갑작스런 확진자 증가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호텔 부문에 자금 수혈이 언제까지 이뤄질 지에 대한 의문도 지적된다. 19일 이마트는 신세계조선호텔에 올해 두번째로 대규모 긴급 자금수혈에 나섰다. 이마트는 계열사의 운영자금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세계조선호텔에 총 2706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현금 1800억원(66.5%), 현물 906억원(33.5%)을 출자하는데 현물은 웨스틴조선 호텔 앞에 있는 스타벅스 부지와 건물이다. 증자 후 이마트의 신세계조선호텔 보유지분은 99.92%에서 99.96%으로 늘어난다.

      이마트는 이미 올해 4월 신세계조선호텔에 대해 999억원의 유상증자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선 바 있다. 단기적인 재무지표 개선 여지가 있었지만 코로나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증자 효과는 빠르게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향후 추가 지원 계획을 밝힌 바는 없다.

      현금창출능력 저하와 차입금 증가로 지난 몇 년간 신세계조선호텔의 재무안정성은 저하세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레스케이프 개관 이후로는 수익성 악화가 심화해 1000억원 규모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리스회계기준에 따라 임차 방식으로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 등과 관련한 부채 또한 증가했다. 올해 3월 기준 신세계조선호텔의 부채비율은 904%, 총차입급은 3999억원에 이른다.

      한편 정유경 총괄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주)신세계는 이마트에 비해 비교적 정적인 호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 또한 자회사 신세계센트럴시티를 통해 호텔업(JW메리어트 호텔)을 영위하고 있다. 신세계는 한동안 기존 호텔의 보완 이외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없다. 이번 분기 보고서에도 별다른 호텔 관련 설치 계획은 추가되지 않았다. 신세계의 호텔 부문의 3분기 매출은 349억원으로 2분기 539억원보다 줄었다. 영업손익 또한 2분기 (-)5억원, 3분기 (-)95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소폭 커졌다.

      금융투자업 관계자는 “야심작인 레스케이프도 아직 운영실적이 부진해 그룹의 호텔사업 확장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데,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는 데엔 그룹 차원 전략으로 이해했다”며 “갑자기 신규 투자를 중단하는 건 연이은 신규 출점으로 부담이 커졌을 것이고, 코로나 장기화로 업황 회복 시기가 미지수인 만큼 무리한 확장보다는 그동안 투자한 사업들과 일단 계획된 신규 출점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