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저승사자 'LAT 평가' 코 앞...삼성ㆍ한화ㆍ교보 순잉여액 20兆 줄어든다
입력 2020.11.30 07:00|수정 2020.12.02 09:11
    추가적 부담 완화 없다...연말 할인율 40bp 조정 전망
    삼성생명 LAT 순잉여액 비율, 내년 4%대까지 낮아질 가능성
    신한은 '맑음' 농협ㆍ하나는 '부담' 금융그룹별로도 표정 갈려
    • 생명보험사 재무 건전성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꼽히는 보험부채 적정성(LAT) 평가 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당국은 적용을 1년 유예한데다, 신국제회계기준(IFRS17)이 2023년 시행되는만큼, 추가적인 부담 완화는 없을 거란 강경한 입장이다.

      LAT 평가는 2017년부터 3차례에 걸쳐 기준이 강화돼왔고, 내년 한 차례 더 강화가 예정돼있다. 최종 규제안 기준, 업계 1위 삼성생명의 LAT 순잉여액은 20조원에서 7조원으로 크게 줄어들고,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및 일부 중소형사는 경우에 따라 결손금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은 올 연말 LAT 평가를 앞두고 재무 여력 확보에 한창이다. 올해 말부턴 보험 부채 할인율이 '국채수익률+산업위험스프레드'에서 '국채수익률+유동성프리미엄'으로 바뀌고, 추가적립액의 가용자본 인정비율도 80%에서 70%로 줄어든다.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에 따라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미리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책임준비금 적립 공식이 LAT 평가다. LAT 평가상 적용하는 할인율이 커질수록(시장금리가 상승할수록) 보험사 부담은 줄어들고, 할인율이 인하될수록(시장금리가 하락할수록) 부담은 커진다.

      현재 시나리오상으로는 할인율 50bp(0.5%p) 인하시 자본여력이 없는 일부 중소형사에서 결손금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100bp(1.0%p) 인하시 '빅3'를 비롯한 대부분의 LAT순잉여액이 소모되며 추가 적립 부담이 생긴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30~40bp가량 할인율이 인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는 현 시점 기준 70~80bp 인하 가능성이 언급된다.

      LAT 평가란 기본적으로 '가입자에 대한 미래 지출 예상액' 대비 '보험사의 사전 준비 금액'의 규모가 적절한지 여부이기 때문에, 고금리 확정 상품을 많이 판매한 대형사일수록 부담이 크다.

    • 업계 1위 삼성생명 역시 상당한 부담을 떠안고 있다. 삼성생명은 2년 전 시장에서 예상했던대로 이차역마진(금리 역마진)이 마이너스(-) 104bp(1.04%p)까지 커진 상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고객에게 지불해야할 준비금부담이율은 4.2%인데, 이자소득자산 보유금리는 3.2%에 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 이차역마진이 향후 -150bp 수준까지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삼성생명의 LAT 순잉여액은 20조원 수준이다. 규모로는 충분해 보이지만, 평가대상준비금 대비 순잉여액 비율은 12%로 업계 평균 24%의 절반에 불과하다. LAT 순잉여액은 올해 말 할인율 40bp 인하 가정시 15조원, 내년 말 70bp 인하 가정시 7조원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LAT 순잉여액 비율은 4.4%에 불과하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감내가능한 할인율을 88bp정도로 추산한다. 국채 금리가 올해 저점을 깨고 0%대로 내려가는 비상 상황이 닥치면, 삼성생명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대형사임에도 중소형사와 비슷한 수준인 8% 안팎의 LAT 순잉여액 비율을 보이고 있다. 역시 과거 고금리 상품 역마진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 추산으로는 60bp 인하가 감내 가능한 하한선으로 꼽힌다.

      한화생명의 올 상반기 말 기준 LAT 순잉여액은 5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대차증권 리서치는 올해 말 할인율 30bp 인하시 2조원대 후반, 내년 30bp 중후반 추가 인하시 1조원 수준으로 순잉여액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교보생명도 한화생명과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지난 8월 창립기념식에서 직접 LAT 평가에 따른 결손을 우려했을 정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계 기준의 한계로 인해 원래 국채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으로 인해 지급여력(RBC) 비율은 올라가기 마련"이라며 "올해 생보사들의 RBC비율이 개선된 건 착시이며 실제로 자본이 적정한지 여부는 연말 LAT 평가 이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말 LAT 평가는 대형금융그룹의 계열사 자본 활용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말 LAT 순잉여액 비율 기준으로 상당한 여력이 있다. 오렌지라이프는 34.5%, 신한생명도 22.8%에 이른다. KB금융그룹의 경우 KB생명의 LAT 순잉여액 비율이 9.5에 머물고 있다. 다행히 올해 인수한 푸르덴셜생명은 21.5%로 여력이 충분한 편이다.

      농협생명은 7.0%, 하나생명은 4.6%로 LAT 순잉여액 비율이 최하위권에 속한다. LAT 평가는 보장성 상품 비중이 높을수록 부담이 덜하고 저축성 상품 비중이 높을수록 부담이 커진다. 두 회사 모두 보장성 상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자체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라 지주의 자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진 산업위험스프레드가 확대(인상)된데다, 코로나19로 보험청구가 줄며 보험영업 부문에서 수익이 발생하는등 LAT 평가와 수익성 측면에서 의외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한 세대(30년)가 더 지나기 전까지는 생보사 이자 역마진이 해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내년엔 규제가 더 강해지는데다 자산운용 환경도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불안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