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이재용 변호인단 고용…김앤장은 한진 도와주며 '실수만회'?
입력 2020.11.30 07:00|수정 2020.12.01 09:26
    주주연합 한승·고승환 변호사 선임
    이재용 부회장 소송 전담팀으로 활약
    M&A 전문가로 맞서는 한진그룹 측 김앤장
    한진칼 지주사 전환서 ‘이사수’ 규정 빼먹은 실책
    경영권 분쟁 빌미…이번에 만회할까
    • 산업은행의 한진칼 신주 인수, 즉 대한한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을지 여부는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 판단에 달려있다. KCGI주주연합과 한진그룹 모두 화려한 변호인단을 내세워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KCGI주주연합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고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변호를 맡은 한승(사법연수원 17기), 고승환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화제가 됐다. 상대방인 한진은 법무법인 화우, 그리고 과거 한진그룹 지주사 전환업무와 정관 검토를 담당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KCGI를 대리하는 한승 변호사는 전주지방법원장 출신으로, 지난 2018년 대법관 후보의 물망에 오른 인사 중 하나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단계부터 변호를 담당했고,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다. 아울러 함께 참여한 고승환(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 역시 최근까지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에 합류해 있었다.

      한진은 김앤장의 M&A 전문 변호사들이 전면에 섰다. M&A 및 금융, 증권 분야에서 자문만 25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고창현(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와 과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횡령혐의 재판에서 변론을 주도한 김용상(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가 합류했다. 김용상 변호사는 과거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엘리엇의 가처분소송에서 삼성물산의 법률대리인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번 소송은 양측 모두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KCGI가 요구한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한진칼 최대주주 지위를 잃는다. 아울러 추후 경영권 확보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한진그룹이 지게 되면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KCGI측이 요구하는 이사진을 대거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로펌들 사이에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한진그룹 업무를 맡은 것을 두고 "결자해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진칼 조원태 회장 측이 KCGI와 대립에서 곤욕을 겪는 이유가 한진칼의 정관에 허점이 있어서다. 보통 기업 정관에는 ‘이사의 수’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어 일정 수 이상의 이사 선임을 못하지만 한진칼 정관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KCGI가 무제한 이사진 확대 요구가 가능하다.

      이런 문제가 있는 정관은 2013년 대한항공을 인적분할해 한진칼 지주회사를 설립할 때 만들어졌는데, 당시 자문을 제공한 곳이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이런 조항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자문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앤장은 이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정관은 대한항공 이사회와 주총의 판단에 따라 결정됐고, 회사에서 김앤장에게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고 해명한다. 이른바 "클라이언트가 아무말 안해요"라는 의미. 하지만 경쟁로펌들은 이런 해명조차 안하무인격이라고 비웃는다. 전문 변호사들을 불러 클라이언트가 놓칠 수 있는 법적인 리스크를 대비하라고 고액의 수임료를 줬는데도 이런 문제가 발생했고, 원인을 되레 클라이언트 탓을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러다보디 경쟁로펌들 사이에서는 "이번 소송에서 김앤장이 정말 한진에 잘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법은 지난 26일 양측 변호인단을 상대로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산업은행으로 신주발행 납입일이 내달 2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늦어도 내달 1일까지는 최종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신청 결과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를 결정짓는 요인일 뿐 아니라 한진칼 경영권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