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아진 바이오社, 진땀빼는 증권사...'지난해완 다르네'
입력 2020.12.02 07:00|수정 2020.12.04 09:57
    백신 기대감에 늘어난 바이오社 상장
    내용 어렵고 전문성 요해 證은 부담
    높아진 몸값에 기관도 "거품 우려"
    •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을 도맡아 진행하는 증권사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바이오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짐과 동시에, 회사의 콧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바이오기업이 원하는 기업가치에 맞춰 에쿼티 스토리를 짜는 과정이 정성적이고, 어려운데다 기업가치를 비교할 상대 기업 선정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바이오기업의 경우, 비교 대상으로 선정될만한 기업들은 저마다 보유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 분류가 다소 다를 수 있고 약물 실험 진행단계도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공모가에 프리미엄을 붙이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후문이다.

      백신 기대감에 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뛰며 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상장 시도도 줄을 잇고 있다. 올해 상장 65건 중 21건이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다. 공모 흥행 여부를 살피는 데 활용되는 지표인 공모금액과 기관 경쟁률도 상당히 높다. 올해 6월 상장한 SCM생명과학은 252억원 가량의 공모금액을 달성했고 기관 경쟁률도 1032.17:1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은 7048조원이라는 역대 최대규모의 공모주 청약물량이 쏟아졌고 한국파마의 기관 경쟁률은 1296.86:1을 달성했다.

    • 바이오기업 '상장 르네상스' 같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주관 업무를 맡고 있는 증권사들의 부담감은 임계점에 달했다는 평가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 내용이 굉장히 어려워서 매니저들은 바이오의 'ㅂ' 자만 들어가도 죽으려 한다"라며 "기업에서 원하는 밸류로 스토리를 짜줘야 하는데 결과물로는 'A는 B'라고 귀결되는 것도 아니어서 판단이 어렵고 논리가 허술하게 많을 뿐더러 정량적이지 않은 게 너무 가미돼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보다도 중소형 증권사의 어려움은 더 크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바이오 기업 상장 건을 수임하기 위해 관련 팀을 따로 꾸려 운영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한 팀이 다양한 기업들을 커버하고 있는 만큼, 전문성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의 경우 바이오 기업만을 전담하는 팀이 따로 있고 피어그룹을 선정하는 등 절차들도 굉장히 기계적으로 하는 것 같았다"라며 "반면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그런 경험이 부족한 까닭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듯 했다"라고 말했다.

      이공계 출신의 인력이 돋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경영학과 등 문과 출신보다 기업을 분석하는 데 있어 이해하는 깊이가 달라서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의 IPO 관련 팀에는 자연계나 이공계 출신이 소속돼 있다. 다만 이공계 출신이 아니어도 바이오 관련 기업들을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런 국면은 증권사들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증권사들은 최근 3~4년간 바이오 기업 상장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에도 국내 바이오 19곳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주간 증권사가 기업을 검증, 보증하기만 하면 감독당국의 상장 전 회계감리가 필요없도록 하는 등 지난해 통과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 덕도 봤다. 19곳 중 17곳이 기술특례와 성장성 특례 만으로 상장했다.

      다만 지난해엔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의 가치에 대해 비교적 냉정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태, 신라젠 사태 등의 여파로  지난 6월 이후 상장한 바이오기업들이 희망공모가 밴드보다 낮은 가격을 공모가로 설정한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치료제 연구개발기업 티움바이오는 공모가 밴드 1만6000원~2만원의 하단 기준 25% 낮은 1만2000원을 공모가로 설정했다. 12월 상장한 신테카바이오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희망공모가 밴드보다 낮은 공모가로 IPO 시장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로나 수혜를 입는 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며 바이오 기업들이 몸값을 높게 부르기 시작했다.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나쁘지 않음을 근거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좋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26일 기준 SK바이오팜과 박셀바이오의 공모가 대비 주가 등락률은 200% 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 외 SCM생명과학, 한국파마, 고바이오랩 등이 100% 대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의 부담은 더 커진 모습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앞둔 바이오 기업들이 공모가에 있어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하다"라면서도 "바이오의 경우 사이클을 타기 때문에 백신 개발 기대감으로 몸값 높은 것에 이견이 지금은 없지만, 추후 과거 인보사 사태나 신라젠 사태 등으로 인해 바이오주 가치가 꺾였던 추이가 또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에 쉬이 나서기 힘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