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통합 대전제 깐 법원…"한진칼 자금지원, 산은 아니면 안된다"
입력 2020.12.02 07:00|수정 2020.12.01 18:47
    한진칼 주주연합 신주발행금지가처분 기각
    부채비율 150% 한진칼 긴급자금 필요?
    항공사 통합 필요성이 절대 명제
    법원 “산은 제안 안받으면 공적자금 포기하는 것”
    •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일 산업은행에 대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를 요구하는 KCGI 주주연합 측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 작업은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당분간 논란의 여지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항공사 통합’이란 대전제 아래 산업은행이 반드시 ‘한진칼’의 ‘주주’가 돼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주주연합의 신주발행금지가처분 기각 결정의 근거로 신주발행은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은 아니며 한진칼이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 ▲긴급한 자금조달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항공사 통합’ 절대명제…한진칼 아닌 아시아나 재무상황에 초점

      법원은 이번 거래의 핵심인 ‘산업은행은 왜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해야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한진칼의 부채비율은 지난 9월 기준 약 150%, 대한항공은 약 690%, 피인수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은 약 2400%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직접적인 주체는 대한항공으로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인수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론적으론 한진칼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됨과 동시에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판결에는 ‘한진칼’이 ‘양대 항공사를 반드시 통합해야한다’는 거스를 수 없는 명제가 주요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이 대한항공이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고, 당면한 재정상 위기를 타개함은 물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았다.”(2020카합22150 사건 재판부 설명자료 중)

      재판부는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의 주체로 ‘한진칼’을 지목했다. 하지만 정작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에 주목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적자와 부실이 누적돼 존속이 불확실하게 될 경우, 인수 자체가 무산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한진칼은 인수대상 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심각한 부실화 방지를 위해 이 사건 거래를 유지하고 보전할 유인이 있다고 보인다”(2020카합22150 사건 재판부 설명자료 중)

      법원 “산은 제안 안 받는건 공적자금 지원 포기와 같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한진칼의 역할 부분이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르면 한진칼은 통합 항공사의 지주회사가 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고, 산업은행은 이런 한진칼의 주요주주가 돼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관리하는 지주회사가 되고 나아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을 주요 주주로 확보함으로써 자체 재무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항공사 통합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산업은행은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결권을 가진 주주로서 한진칼 경영에 참여 및감독함으로써 항공산업의 전반적인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한진칼이나 대한항공의 재무적 능력에 비춰볼 때 한진칼이 항공사 통합 경영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신주발행 이후에도 산업은행의 지속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주주연합의 신주인수권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은행의 공적자금 안정적 지원을 포기한다는 것으로 현실적이지 않다”(2020카합22150 사건 재판부 설명자료 중)

      주주연합 대안들 “산업은행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명시

      재판부는 “산업은행은 향후 항공산업의 사회 경제적 중요성과 건전한 유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주주연합 측은 한진칼에 주주배정 증자를 통한 자금 투입 및 자산 매각을 위한 경영효율화 달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체적인 방안으론 ▲무의결권우선주 발행 ▲주주배정방식 신주발행 ▲사채인수 ▲보유자산매각 ▲주주간 계약 체결 등이 있었는데 재판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주주연합의 대안들은 산업은행의 거래목적과 동기를 충분히 충족시킬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무적, 경제적 측면에서 한진칼에 이익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주연합의 주주권제한과 관련해선 “주주연합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는 것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부득이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주주연합은 추후 지분 매수와 소수 주주와의 연대를 통해 얼마든 경영권 변동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법조계에선 "답을 정하고 거슬러서 논리를 만든 것 같다", "재판부가 외부 시선 의식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일부 판단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등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