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 기본된 ESG...M&A 자문사들도 접목 움직임 본격화
입력 2020.12.07 07:00|수정 2020.12.08 07:17
    ESG 부상하며 M&A 자문도 연계 필요성
    자문사들도 ESG 자문 수요 잡기에 분주
    아직은 구색 맞추기지만 잠재 일감 많아
    ESG가 M&A 가치산정 미칠 영향도 주목
    • 기업들의 경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기본이 됐다. 얼마나 안정된 지배구조를 가지고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가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시대다. M&A에서도 ESG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자연히 M&A 업계에서도 ESG를 어떻게 자문 업무에 접목시킬 것인지 본격적으로 고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진 ESG와 M&A 자문의 연관성은 크지 않았다. M&A는 기업이나 사업을 사고 파는 것이니 법무법인은 각종 계약과 법 위반 가능성, 회계법인은 장부와 실재의 적합성을 따지는 정도면 됐다. 장부가 일부 다르다거나 뒤늦게 계약상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재무적인 부담 요소일뿐 기업의 실질 가치에는 큰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사이 ESG가 급부상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ESG는 이제는 대체재가 없는 용어가 됐다. 국내외 거의 모든 기업들이 경영 철학과 전략에 ESG를 융합시키기려 하고 있다. ESG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기업은 단순한 이미지 실추를 넘어 기업가치 하락, 더 나아가 생존까지 걱정해야 한다.

      기업들은 자연히 M&A에서도 ESG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환경 오염을 유발하거나 노동문제 등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사업, 혹은 경영진의 비위가 있는 기업들은 사거나 투자하기 어렵다. 반면 기존의 반친환경적, 반윤리적 사업은 매물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SK그룹의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 ㈜한화의 분산탄 매각 등이 그 예다.

      ESG는 비단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M&A 시장의 다른 축인 사모펀드(PEF)들도 점차 ESG와 관련된 압박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출자자(LP)인 국민연금은 ESG 관련 투자를 점차 늘려가고 있고, ESG 투자를 위한 사전 검토에 들어간 LP들도 있다.

      M&A 자문사들도 ESG 관련 자문을 도외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법무법인들이 특히 분주한데 각 영역의 전문가들을 모아 기업들의 자문 일감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10월 ESG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었다. 국내외 M&A 자문 전문가와 환경 전문 변호사 등이 팀에 참여해 기업들의 자문 수요를 찾고 있다. 세종도 하반기부터 준비에 들어가 지난달 ESG팀을 꾸렸다. 역시 금융, 노동, 중대재해, 지배구조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지평도 9월 김지형 대표변호사(삼성준법감시위원장)를 고문으로 ESG 센터를 출범시켰다. 김앤장은 2018년부터 ‘환경에너지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광장도 2018년 환경·보건·안전(EHS, Environment, Health and Safety)팀을 꾸린 바 있다.

      물론 아직은 ESG가 자문 수임을 위한 광고 수단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M&A 자문사들이 앞으로 챙겨야 할 요소들은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M&A 주체 및 대상 기업의 정관 작업부터, 구체적인 위험 요소 분석까지 다양한 일감이 나타날 전망이다.

      환경(E) 영역에서는 M&A 대상 기업의 사업 인허가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사업 주체가 인허가 없이 오염 유발 사업을 하고 있는 데도 인수하거나, 인수 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경우 인수자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우리나라도 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인명 피해라도 발생하면 기업의 존립까지 위태로워진다.

      사회적영향(S) 분야에선 갈수록 주주(Shareholder)를 넘어 이해관계자(Stakeholder)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이 비주력 프랜차이즈 사업을 정리한다면 가맹점주와 협력사들의 처지를 고려해야 하고, 사업을 분할신설할 때는 적을 옮기는 직원들의 처우를 신경써야 한다. 주력 사업을 어떻게 분할하느냐에 따라 주주와 이해관계자(모회사의 주주)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갈수록 소극적인 입장만 전하는 자문사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석 태평양 외국변호사는 “ESG 영역은 각국 법이나 규제가 바뀐다고 하루 아침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이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들은 법을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고 한발짝 더 나아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G) 역시 M&A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다.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 비위 여부를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경영자를 앉히느냐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문사들의 역할이 적지 않다. 기존의 경영진을 잡든 새 전문가를 초빙하든 보상 시스템에 대해 잘 조언해야 한다. 보상 체계가 잘 갖춰져 있으면 기업을 성장시키는 한편 비위 발생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계약을 살필 법무법인, 실적을 예측할 회계법인, 평가시스템을 설계할 컨설팅사 등 다양한 자문사들이 관여하게 된다.

      M&A 대상 기업의 가치산정(Valuation)에서도 점차 ESG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매출과 현금창출력이 주요 잣대였다면 이제는 다른 기여도도 따져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아직 ESG 요소를 어떻게 수치화하고 평가할 것인지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통합보고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환경경영보고서 등 다양한 보고서들이 생겨나는 등 중요성이 간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 M&A 담당 파트너는 “ESG를 통해 얼마나 기업가치가 올라가며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앞으로 M&A 프리미엄의 개념이 경영권 외에 ESG까지 확장될 것이냐가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