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간판' 맡게 될 롯데케미칼
입력 2020.12.07 07:00|수정 2020.12.08 07:17
    롯데케미칼, 내년 그룹 내 영향력 더 키울 전망
    화학BU장 재신임, 신사업 성과 드라이브 걸 듯
    "롯데 신용도는 사실상 롯데케미칼이 지지"
    • 롯데케미칼의 그룹 내 영향력은 내년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또다른 축인 롯데쇼핑은 실적 개선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롯데케미칼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고 있다.

      올해 롯데케미칼은 코로나와 업황 둔화로 실적 변동성이 컸지만 동시에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 내년 그룹의 투자 방점도 롯데케미칼에 찍혔다는 평가가 많다. 신용평가업계에선 롯데그룹의 신용도가 롯데케미칼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석유화학 이렇게 두 축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간은 유통·식품 중심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이커머스 인수를 논의하는 등 확장에 적극 관심을 보여왔다. 최근 유통BU장인 강희태 부회장이 재신임 받아 내년에도 유통사업에 힘이 실릴 거란 기대감도 있지만 시장이 롯데쇼핑에 거는 기대는 대체로 크지 않은 분위기다. 온라인 중심 유통시장의 경쟁강도는 날로 거세지는데다 실적 회복 추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는 평이 많다.

      시장에선 그룹에서 롯데케미칼의 존재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는 그룹의 실질적인 수익 최대 창출원인 석유화학 사업에 집중해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오고 있다. 거기에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 투자가 이어지는 등 하반기 들어 그룹 내 영향력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도 자주 연출됐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케미칼 중심 현장경영이 눈에 띈다. 신 회장은 하반기 화학 계열사 공장들을 잇따라 방문했다. 최근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에서 회동하기도 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먼저 만남을 제안해 현대차가 주력 중인 미래자동차 내·외장재 경량화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앞세워 미래차 시장을 주도하는 현대차와의 협력 폭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

      화학분야에 대한 투자도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배터리 소재 생산 공장을 신·증설하며 CAPA(케파) 확장에 나섰다. 최근엔 롯데정밀화학이 두산솔루스를 인수하기 위한 펀드에 2900억원을 투자했다. 두산솔루스는 자동차 배터리 분리막의 소재로 쓰이는 동박을 생산하는 회사다.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 사업을 하는 일본 히타치케미컬을 인수한 일본 쇼와덴코 지분을 일부 매입(1617억원)하며 간접적으로 사업 진출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올 하반기 이후로 석유화학 사업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장경영뿐 아니라 투자 초점도 롯데케미칼에 맞춰져 있다. 유통 분야가 강점이긴 하나 미래 전략이 제시되는 곳은 케미칼이란 점에서 신 회장의 관여도도 자연스레 높아지는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선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신용도는 롯데케미칼에 달렸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경우에도 롯데케미칼의 우수한 신용도가 유지된다면, 롯데그룹 지원주체 신용도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롯데쇼핑보다도 롯데케미칼이 롯데그룹의 신용도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대산공장 화재사고로 설비가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상반기 영업적자를 냄에 따라 실적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우수한 현금창출력이 실적 변동성 우려를 상쇄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의견을 상향하고 있다. 내년 영업이익이 260% 증가해 1조4000억원대를 기록할 거란 분석과 함께 '밸류에이션, 투자시점, 업황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다'는 제목의 리포트도 나왔다.

      내년엔 그룹 내 사업적·재무적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화학BU장 김교현 사장이 실적 우려로 경질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김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신 회장의 재신임을 받으면서 롯데케미칼의 내년 신사업 투자 성과를 위해 본격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