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 ESG경영 내걸었는데…발목잡는 롯데 유통 '사회(S)'영역
입력 2020.12.07 07:00|수정 2020.12.08 07:17
    • #롯데마트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막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진정성 논란에 끝내 여론 잠재우기에 실패했다. No와 Lotte를 합성한 'Notte'를 앞세운 불매운동 확산세 조짐도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3년간 납품업체 파견 직원을 자사 직원처럼 쓰면서 인건비 부담은 납품업체에 불법적으로 전가했다.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판매장려금을 판매특당이나 시상금 명목으로 받아내 우수지점 회식비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롯데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으로 현지 사업 철수, 일본 수출 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 불똥, 코로나 팬데믹까지. 여기에 최근 유통 계열사들의 '갑질 횡포'로 또 한번의 불매운동을 야기시켰다.

      그간의 위기는 갑작스러운 대외 변수로 촉발됐다지만 이번 위기는 롯데 스스로 문제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시기 오히려 일을 더 키우는 자충수를 뒀다.

      올 한 해 롯데는 롯데ON(롯데온) 등 신사업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는 혹평이 잇따랐다. 7개 유통 계열사들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내겠다며 야심차게 내놨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조직 내부서도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기업'이란 조소가 새어 나온다.

      롯데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본질적으로 신사업의 사업성이나 수익성 한계보다도 매번 흐름에서 뒤처진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한다. 롯데온의 월 이용자 수는 9월 기준 100만명 수준이다.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했지만 쿠팡(1991만명)이나 신세계의 SSG닷컴(190만명)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영 신통치 않은 성적이다. 온라인 위주로 재편되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매번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다는 점이 실책 원인으로 지적된다.

      새로운 기업 평가 척도가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도 주도권은커녕 흐름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지난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개월 일본에서 체류하다 귀국한 뒤 첫 공식 행보에서 나온 발언이라 메시지 파급효과도 컸다. 삼성·현대차·SK 등 재계 수장들이 저마다 'ESG'와 '공감능력'을 경영 철학 키워드로 삼는 가운데 롯데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그룹 회장까지 나서 ESG 경영을 '뉴롯데' 승부수로 내걸었지만 그룹의 유통BU는 사실상 최악의 점수를 받고 있다. 신사업 실책보다도 기업 이미지 실추가 가지는 무게감이 더 크다는 평가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가 일반적인 유통업은 기업가치에 직결되는 이미지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롯데의 'Social(사회)' 영역 점수는 기업가치를 크게 깎아먹고 있다. 전체 그룹 매출의 40%가 유통업에서 비롯되지만, 유통 계열사 전반으로 불매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기업 수익성에도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유통혁신을 외치지만 유통 마인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게 롯데를 바라보는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에서도 점점 ESG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롯데는 유독 이에 무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람 마음도 못 사면서 유통혁신을 외치고 있으니 소비자들은 물론 롯데 유통 계열사들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답답하다.

      전반적으로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보니 통합 조직을 전두지휘하는 수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화살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강희태 유통BU장, 더 나아가 신동빈 회장을 향해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컨설팅 업체에 자문을 의뢰해 롯데가 처한 위기의 근본적인 배경과 대책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열사 전반적으로 대표이사를 물갈이 해, 인적 쇄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보여줬다. 위기 타개를 위해 컨설팅 자문, 임원인사 등 외적인 체질 변화를 꾀했지만 결과적으로 조직 안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셈이다. 조직 깊숙한 곳에서부터 곪아 있는데 수장은 외부로만 '유통혁신'을 외치고 있으니 방향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는 지적이 더 아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