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증시 주도 지표는 '환율'...바이오 '착시' 주의해야
입력 2020.12.08 07:12|수정 2020.12.08 07:12
    원화 강세로 해외 자금 유입...지수ㆍ대형주에 집중
    내년 원달러환율 1050까지 추가 하락 전망...지수 상승 유력?
    반도체는 내년 호황 전망이 뒷받침...바이오는 수급 위주
    •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국내 증시는 앞으로 더 달릴 수 있을까. 주요 지표 곳곳에서 과열음이 들리고 코로나19 3차 대유행까지 현실화했지만, 강세론을 외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변수로 원달러 환율을 지목한다. 구조적인 달러 약세ㆍ원화 강세가 지속되며 국내에 유입된 자금이 증시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원화 강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지속될 전망이 힘을 얻으며 국내 증시 역시 반사이익을 볼 거란 분석이 많다.

      7일 국내 증시는 국내 기관 매도가 집중되며 오전 중 조정받는 모습을 보이다 오후 들어 강세로 전환했다. 특히 외국인 순매수가 들어온 코스닥은 1%이상 급등하며 930선에 가까이 다가섰다. 코스피는 최근 6거래일 연속, 코스닥은 8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일부 단기 지표는 과열 신호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과열 신호 척도인 상대강도지수(RSI)는 이미 지난 11월 과열권인 70%에 접어들었고, 11월말 한때 90%대까지 치솟았다. 역시 과열의 척도인 신용미수 잔고 규모 역시 18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3배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2019년 평균(0.9배)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 이번 강세장의 특징은 반도체ㆍ바이오ㆍ화학(전기차) 등 일부 특정 섹터의 대형주 중심으로 지수만 오르는 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7일 역시 양 시장 모두 지수는 올랐지만, 주가 상승 종목 수보다 하락 종목 수가 두 배나 많았다.

      배경으로 환율이 지목된다. 9월 중순 지지선 역할을 하던 달러당 1180원을 뚫고 내려간 원달러환율은 이후 불과 두 달새 10%가량 추가 하락했다. 당초 1100원선에서 공방이 벌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지난 3일 달러당 1100원선 역시 힘없이 무너졌다. 현재 1080원선이 단기 저항선 역할을 하는 중이다.

      원화는 올해 달러화 대비 가장 가치가 많이 오른 화폐 중 하나다. 연초 이후 유로화가 8.9% 절상됐고 원화가 6.5% 절상, 중국 위안화가 6.3% 절상으로 뒤를 이었다. 통상 달러 대비 화폐 가치가 절상되면 해외 투자금이 유입된다. 투자 수익과 더불어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가을 이후 국내 증시에 외국인이 귀환한 건 이런 원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지금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건 원화 롱(long;강세 베팅)의 영향이라고 보는 게 옳은 시각"이라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에 반도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에 바이오가 집중돼있다보니 지수 추종 차원에서 이들 섹터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강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하는 데에도 결국 환율이 변수가 될 거란 평가다. 국내 주요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내년 상반기 중 1050원~1060원선까지 추가로 하락할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의 대모격인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내각에 합류하며 달러 약세에 대한 시장 전망이 더욱 더 힘을 받는 상황이다. 미국 제로금리 유지와 재정 지출로 인해 달러화의 가치가 더욱 떨어질 거라고 예상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환율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는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강세를 띌 거라는 전망이 많다. 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에 더해 ▲클라우드 업체 서버용 반도체 구입 재개 ▲메모리 디램(DRAM) 공급 부족 및 차세대 DDR5 교체 수요 등 업종 자체 호재도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삼성전자 8만원, SK하이닉스 12만원 가정시 국내 코스피지수는 2800선까지 오를 수 있다.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가 최근 내놓은 2021년 코스피 지수 전망과 비슷한 수치다.

      다만 대형 바이오ㆍ헬스케어주는 내년 상반기 이후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전망이다. 시총 상위주 위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실적 기대감보다는 수급으로 인해 올랐다는 평가가 많은 까닭이다. 아직 국내엔 진단키트와 방역용 마스크 업체 외 코로나19 국면에서 실적이 실제로 좋아진 바이오ㆍ헬스케어주가 드문 까닭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코스닥 헬스케어지수 PBR이 벌써 8.6배로 바이오 버블의 끝이었던 2018년 1월의 고점 (10배)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며 "지난달 외국인들의 코스닥 바이오 집중매수에 이어 개인들의 투기 수요가 붙으며 변동성이 매우 심해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