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 사업·지배구조 개편 확대 전망"
입력 2020.12.10 16:23|수정 2020.12.11 09:13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 대상 확대
    규제대상 최대 598개사…신평사도 '촉각'
    한신평 "위험 해소 위해 지배구조 개편 늘 듯"
    • 공정거래법이 40년만에 전면적으로 개정되면서 향후 기업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상법 개정 및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은 개별기업의 신용도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거래법 개정 중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강화는 대상이 크게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관련 리스크 해소를 위해 소유 및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지난 9일 정기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의 제·개정안이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공표 1년 후 시행된다. 지주회사요건 강화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은 법 개정이후 발생한 부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대기업집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도 삼성그룹을 제외하면 해당 사례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공정거래법 개정, 그룹의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확대될 전망'이라는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 중 사익편취 규제는 그 대상이 크게 확대하면서 해당 그룹의 지배 및 사업구조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곧 신용도에도 연관된다고 관측한다.

      개정 내용에 따르면 계열회사가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사익편취)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한 조항의 범위가 총수일가가 상장구분 없이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와 해당 회사가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로 넓어진다. 이에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대상은 2020년 기준 210개에서 최대 598사에 이를 전망이다.

      한신평 분석에 따르면 이번 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추가로 포함되는 회사 중 내부거래 금액이 50억원 이상인 회사(총수일가 지분 20% 이상 30% 미만 상장사)는 삼성생명보험·현대글로비스·SK·LG·한화·GS건설·신세계·이마트·한진칼·LS·KCC건설·넷마블 ·효성중공업·하림지주·OCI 등 총 24곳에 이른다. 효성그룹의 경우 해당 회사가 효성중공업·효성첨단소재·효성티앤씨·효성화학 4곳이 포함된다. 한신평 기준 GS건설(A)과 효성화학(A), KCC건설(A-)은 유사시 지원가능성을 반영해 1노치(notch)씩 등급이 상향돼 있다.

      규제대상으로 추가되는 회사는 대부분 지주회사의 자회사들로 구성돼 있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주로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지주회사들이 행위제한 충족을 위해 특히 비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자회사 지분을 50% 넘게 확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보유하고 있다. 업종별로 종이제품 제조업은 2019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이 90%에 달한다. 전문 서비스업(55.1%), 전문직별 공사업(48.9%)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내부거래 중 수의계약 비중도 100%에 달하거나 매우 높다. 이번 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가 50% 초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중 내부거래금액이 50억원 이상인 회사는 138곳이다.

      규제대상에 포함된다고 바로 제재로 직결되진 않는다. 비정상적인 거래나 일감몰아주기에 해당되지 않으면 제재대상이 되지 않고, 총수일가의 지분 처분이나 내부거래 비중 축소 의무가 부여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규제대상에 해당되는 기업들은 관련 리스크 등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소유 및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 중에서도 지주회사의 보유 지분율이 높은 그룹의 비상장 자회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큰 회사는 향후 구조개편의 핵심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주로 그룹 외부로의 지분 매각이나 합병, 계열사간 지분교환이나 물적분할 등을 통한 자회사의 손자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한신평은 “개정 시행까지 1년이 남아있기 때문에 구조개편 흐름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는 사업구조 개편, 구조조정, 경영권 승계 등 다양한 동기로 이뤄지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지만 공정거래법과 같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법규에 따른 변화는 정책당국의 궁극적인 목표를 바탕으로 그 방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평가 관점에서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개편은 사업위험 또는 재무위험의 변화를 통해 자체신용도에 영향을 미치거나 계열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의 변화로 최종신용등급에 반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회 통과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로 일부 그룹을 중심으로 선제 대응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LG그룹은 ㈜LG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구 서브원)의  MRO사업부문(현 서브원)을 2018년 물적분할한 후 분할신설법인 지분 중 60.1%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올해 4월에는 ㈜LG가 보유한 SI회사인 LG CNS의 지분 35%를 크리스탈코리아에 매각해 지분율을 50% 아래로 낮춰(84.95% → 49.95%)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SK그룹도 2018년 중 SK디앤디의 총수지분 매각과 더불어 지주회사 SK㈜가 보유한 SK해운 지분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를 처분하고 있다. SK인포섹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SK텔레콤의 자회사로 편입해 손자회사로 전환했다.

      현대차그룹도 광고업체인 이노션 최대주주인 정성이 이사가 2019년 5월 지분 10.3%를 롯데컬처웍스에 매도해 총수일가 지분이 20% 미만으로 감소해 규제 대상을 벗어났다.

      한신평은 각 그룹들의 구조개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사업구조나 재무구조 변동, 계열 내 중요성과 유사시 지원가능성 변화 여부를 살펴 향후 평가에 반영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