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게시판 성격…플랫폼처럼 높은 가치산정은 부담
다만 찾기 힘든 중대형 바이아웃 거래인 점 매력
글로벌 PEF 인수 경쟁 예고…”누가 더 급하냐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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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는 내년 초 M&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을 매물로 꼽힌다. 잡코리아가 가진 데이터의 질이나 플랫폼으로서의 가치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은 매력적이다. 올해 구조조정이나 소수지분 투자 외에 마땅한 기회를 잡지 못했던 대형 사모펀드(PEF)들의 자금 소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8일 M&A 업계에 따르면 H&Q코리아와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오는 14일 잡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칼라일, TPG 등 대형 PEF와 기업을 포함해 10여 곳이 투자설명서(IM)를 수령했고 입찰 참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Q코리아는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잡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했다. 총 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3호 블라인드펀드(2013년 11월 결성, 만기 최대 10년) 만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매각 준비에 나섰다.
잡코리아는 구인·구직 플랫폼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누리고 있다. 아르바이트 중개브랜드 알바몬도 1위 사업자다. 갈수록 평생 직장 개념이 옅어지고 이직 빈도는 늘어나는 추세라 잡코리아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 데이터 활용 및 해외 진출 등 성장 기회도 노릴 만하다. 경쟁사 사람인에이치알에 따르면 매칭 플랫폼 사업은 2015년 1464억원에서 작년 2793억원으로 커졌다.
잡코리아의 실적은 개선세다. 2015년 200억원 수준이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작년말 500억원 가까이로 늘었다. 이에 매각자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작년까진 매각 희망가격으로 4000억원대 중반이 거론됐지만, 이제는 7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언급된다. 단순히 EBITDA에 대면 15배에서 20배 수준이다.
시장에선 잡코리아가 좋은 회사라면서도 적정 기업가치가 얼마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의 링크드인(Linkedin)이란 평가도 있지만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평가다. 잡코리아의 주력 사업은 구인업체가 공고를 올리면 구직자가 이를 택하는 전통적 채용공고 모델이다. 채용공고 정보를 얻은 후엔 떠나는 사용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이력서를 올려두면 기업이 접촉하는 링크드인과는 결이 다르다.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 면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잡코리아가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실제론 ‘게시판’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 262억달러(약 28조원)에 링크드인을 인수했다. 그 전해 링크드인 EBITDA(7억7980만달러, 약 7600억원)에만 대봐도 수십배 가치를 인정했다.
현실적인 비교 대상은 상장사 사람인에이치알이다. 사람인의 시가총액과 순차입금을 감안한 최근 기업가치(EV)는 2600억원가량이다. 올해 250억원가량의 EBITDA를 거둔다고 가정하면 10배 수준이 된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치를 맞추려면 1위 사업자 프리미엄이 많이 붙어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 타격도 있었다. 잡코리아의 올해 EBITDA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업들의 구인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람인만 해도 3분기까지 EBITDA가 190억원으로 작년 동기(235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일부 원매자는 잡코리아의 성격이 어떻든 작년까지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는 보장이 있어야 10배 중반의 가치 산정이 정당화되는 것 아니냐 지적하기도 한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테크 대기업의 참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네이버는 중소기업 시장 참여를 꺼려왔다. 카카오는 지난 수년간 잡코리아에 구애를 보냈으나 지금도 관심을 유지하고 있을지 미지수다. 강력한 메신저 플랫폼이 있는 만큼 직접 사업을 꾸리는 것이 효율적이란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테크기업 담당 연구원은 “잡코리아는 아직 활용할만한 데이터가 많지 않고 네트워크 기능도 없어 링크드인과 비슷한 가치를 받아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카카오 입장에선 비싸게 M&A를 하는 것보다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채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편이 더 이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잡코리아의 적정 기업가치가 얼마인지에 대한 생각은 여러 갈래지만 성공적인 매각 거래가 될 것이란 점을 의심하는 시선은 거의 없다. 미소진 자금을 쌓아두고 있는 PEF들이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M&A 시장은 구조조정이 화두였다. 두산그룹, 한진그룹발 매물이 잇따라 나왔고 아시아나항공도 다시 새주인이 나섰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은 미리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데 분주했다. 이 여파로 PEF들은 마땅히 내세울만한 경영권거래(Buy-out)가 없었고, 상장전투자(Pre-IPO) 등 지분 투자 거래가 많았다.
상황이 이러니 아시아 투자를 위해 조단위 자금을 쌓아둔 글로벌 PEF 입장에선 이른바 잡코리아만한 매물이 없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지분투자 시 적어도 10% 중반의 내부수익률(IRR)을 목표로 하지만, 최근 일부 운용사는 그 기준이 대폭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돈을 더 쓸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자문사와 금융사들도 어느 운용사에 선을 대야할지 고심하고 있다.
한 PEF 담당 자문사 관계자는 “가치에 이견은 있지만 잡코리아는 매력적인 기업이고 덩치도 적당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글로벌 PEF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승자는 지금 누가 가장 투자에 목말라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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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08일 16: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