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올랐지만…여전히 칼자루 쥔 한국금융지주
입력 2020.12.14 07:00|수정 2020.12.15 10:21
    카카오, 지난해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올라
    한국금융지주 최대주주 자리 내줬지만 영향력 여전
    카카오, IPO 주관사 선정에서도 한국금융 눈치
    • 카카오뱅크 IPO를 앞두고 투자자와 자문사들이 주요 주주에 줄을 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뱅크의 양대 주주인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관계도 새삼 재조명된다. 지난해 최대주주가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카카오로 바뀌었지만 양쪽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고, 여전히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입김이 강하다는 평가다. 이사회 구성부터 IPO 주관사 선정까지 양사간의 주도권 경쟁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 IPO를 앞두고 투자자 유치가 한창이다. 지난 10월 카카오뱅크는 이사회를 열고 7500억원 유상증자를 결의한 바 있다. 5000억원은 구주주 대상이고 2500억원은 TPG가 새로운 주주로 참여했다. 이후 앵커PE가 2500억원을 투자하며 신규 주주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주주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유증 전에는 카카오가 33.54%,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28.6%, 한국투자금융지주 4.93%의 지분율이었다. 유증 이후에는 카카오 31.78%,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27.11%, 한국투자금융지주 4.67%로 주요 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진다. 대신 TPG와 앵커PE가 새로운 주주로 각각 지분 2.6%를 확보하게 된다. 유증 이후에도 카카오가 단일 최대주주이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 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카카오보다 한 주 부족한 지분을 유지한다.

      한 지붕에 두 ‘큰 형’이 같이 살다 보니 물밑에선 주도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이사회 의장도 김주원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맡고 있다. 김 의장은 1985년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에 입사해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에 오르자 지난해 11월 사임 후 카카오로 둥지를 옮겼지만, 이후 4개월만에 다시금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왔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김 의장이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의 ‘균형추’ 역할을 하기위해 다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주주총회 권한이 강화하는 등 카카오에 대한 견제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대표이사’ 선임과 ‘해임결정권’을 주주총회에 넘겼다. 종전에는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해임을 의결했다면 이제는 주주총회에서 이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인 이용우 전 공동대표가 사임하면서 이사회 내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이 강화된 것을 보완하기 위함이란 분석이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이사회는 사외이사 7명을 포함해 김주원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 사내이사로 카카오 부사장 출신의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한국투자파트너스 전무 출신의 김광욱 카카오뱅크 부대표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실제 IPO 과정에서도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상당한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외의 대형 증권사들이 너도 나도 IPO 주관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지면서 여러 루트로 카카오뱅크 경영진과의 접촉을 시도했다.일부는 카카오 측과도 주관사 선정 관련해서 물밑 접촉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대표주관사로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가 공동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선정됐지만,  카카오 내부에서조차 카카오 계열사 중에서 카카오뱅크만큼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영향력이 강해서 주관사 선정에서도 역할이 제한적이었단 말이 나온다.

      한 투자금융(IB) 업계 관계자는 “주관사 선정이 IPO에 첫단추란 점에서 주주들간의 신경전이 상당했다”라며 “IPO에서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주관사 선정에 반영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 입장에선 카카오뱅크 주관사 선정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진행될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모빌리티 등 여러 계열사들의 IPO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정해진 주관사 풀(pool)에서 조율이 필요하다. 주관사 선정 작업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관계자는 “이해상충 등의 문제로 몇몇 주관사가 카카오 계열사 상장을 모두 담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카카오의 고민이 깊다”라며 “카카오가 교통정리에 나서야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다른 주주 눈치도 봐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