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證 올해 ECM 주관 1위…'빅딜' 덕에 중소형·외국계證도 순위권
입력 2020.12.15 07:00|수정 2020.12.16 08:25
    지난해 2위였던 한국證, 올해는 1위 등극
    미래에셋 3위로 순위↑…삼성證은 하락
    "빅딜 1건 참여했는데" 순위권인 씨티證
    • 올해 주식자본시장(ECM) 전체 주관 1위는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NH투자증권은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다소 아쉬운 실적을 내며 2위에 머물렀다. '빅3'에서 지난해 6위로 쳐졌던 미래에셋대우는 절치부심하며 3위로 다시 뛰어올랐다. 지난해 '다크호스'로 부상했던 삼성증권은 다시 10위권으로 떨어졌다.

      중소형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가 순위권에 들어온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에는 10위권에 들지 못했던 유진투자증권은 8건의 유상증자 주관을 수임하며 5위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빅딜(big deal)이 이어지며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관 순위표에 다시 이름을 내밀기 시작한 점도 특기할만한 부분이다.

      14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E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ECM 공모 발행 시장에서 2조9534억원을 주관하며 1위에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규모 기준 '빅5' 거래인 두산중공업 유상증자ㆍ대한항공 유상증자ㆍ빅히트엔터테인먼트 IPOㆍSK바이오팜 IPOㆍ카카오게임즈 IPO에 모두 주관사로 참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에 펼쳐진 '유동성 장세'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증권사로 꼽힌다. 올해 ECM 시장의 총 공모 조달 규모는 11조원으로 지난해 4조8000억원 대비 130% 증가하며 2018년(8조원) 마저 넘어섰다. 증시로 자금이 몰리며 유통시장이 먼저 치솟았고, 이어 발행시장까지 '광기'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 열풍에 휩싸였다.

      한국투자증권은 특유의 강력한 커버리지를 바탕으로 주요 거래에 모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최근 수 년 간 라이벌인 NH투자증권과 엎치락 뒤치락하다 2위로 한 해를 마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엔 격차를 벌리며 여유롭게 1위에 올랐다.

      미래에셋대우도 약진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그간 ECM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음에도 불구, 지난해 6위를 기록하며 덩치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엔 올해 ECM 거래만 총 27건을 수임하며 3위로 올라섰다. 특히 '빅 딜'(Big Deal)로 꼽히는 HDC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3207억원), 대한항공 유상증자, 빅히트 IPO, 한진 유상증자(1083억원) 등에 참여한 덕이 컸다.

      내년에도 '빅3' 수성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가치가 최대 20조 안팎으로 언급되는 국내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 IPO의 대표 주관사를 수임한 덕분이다. 경사가 겹치며 IPO 및 증자 등 전통 IB 영역을 담당하는 주요 임원들도 연말 인사에서 잇따라 승진했다.

      상반기까진 1위를 지켰던 NH투자증권은 하반기 들어 다소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IPO 부문은 비슷했지만, 유상증자 부문에서 주관 실적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났다. 두산중공업, 대한항공 등 주요 빅딜엔 빠짐없이 참여했지만, 중견기업 거래 수임 건수에서 유상증자 주관 부문 3위인 KB증권보다도 밀리는 모양새였다.

      대형 증권사 중 삼성증권의 순위 하락이 눈에 띄었다. 심성증권은 지난해 ECM 주관 7위에서 올해 10위로 하락했다. 유상증자 시장에서 수임한 딜이 1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체주관 기준 삼성증권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하나금융투자는 IPO 주관에 있어 삼성증권(5위)보다 낮은 7위지만 유상증자 주관 기준 순위는 삼성증권(14위)보다 높은 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진에어 유상증자 1건에만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수임한 IPO 딜들도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하면 주관 금액 규모가 수백억원 수준에 그친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약진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며 여러 기업들이 올해 ECM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려는 의지가 컸다. 게다가 기관투자자들도 기업의 펀더멘탈보단 시장의 유동성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감행한 덕에 발행 규모가 전년에 비해 확대됐다는 평가다. 그 덕에 중소형 증권사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었다.

      유진투자증권은 중견 증권사 ECM 네트워크가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상반기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3000억원을 깜짝 단독 주관한 데 이어, 헬릭스미스, 자안 등 중견ㆍ중소기업 총 8곳의 유상증자 주관을 맡았다. IB부문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는 키움증권도 피플바이오, 압타머사이언스, 아이디피 등 기업들의 상장을 주관하며 ECM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는 단기적인 자금난에 봉착하는 중견기업들이 늘어나며 오랜만에 주식연계증권(ELB) 시장이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ELB 공모 시장 규모는 9400억여원으로 지난해 1500억여원 대비 6배나 규모가 커졌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인수단으로 참여하며 한양증권, 현대차증권 등이 인수 순위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오랜만에 외국계 증권사가 순위권에 들어온 해이기도 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하 씨티)은 SK바이오팜 IPO의 대표주관사로 참여하며 3117억원의 주관 실적을 기록했다. 규모가 컸던 덕에 한 건의 딜만으로도 ECM 전체 주관 9위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