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활약 속 경쟁사 추격
M&A 자문 돋보인 CS는 크래프톤 IPO 주관 따내며 체면치레
카카오 계열사 IPO 줄이어 내년에도 경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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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지점을 둔 외국계 증권사들은 올 한해 바쁘게 뛰었다. 예년 같았으면 M&A 자문 업무 수임을 위해서 바빴겠지만 올해는 달랐다. IPO 주관사 자리를 꿰차기 위해서 한국법인 대표뿐 아니라 글로벌 헤드급들까지 총출동했다. 그만큼 대형 IPO 주관사 선정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글로벌에선 IPO 주관사 자리를 차지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지난 추석 외국계 증권사 IB담당 직원들은 밤을 새웠다. 크래프톤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인데 크래프톤 경영진 PT는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으로 진행됐지만 열기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한국 법인 대표들은 물론 글로벌 헤드까지 총출동했다. 크래프톤 로고가 새겨진 옷을 맞춰입기도 하고, 프리젠테이션 영상 하나 하나에 크래프톤 경영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신경을 썼다. 미국에 본사를 둔 한 글로벌 IB는 부회장이 직접 나서 프리젠테이션에 참석했지만, 고배를 마신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두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크래프톤 주관사 PT는 IB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글로벌에서 어떻게든 주관사 자리를 따내라는 특명이 떨어진 딜이었다”라며 “크래프톤 IPO를 따내기 위해서 수년간 크래프톤을 서포트한 IB들이 주관사 자리를 차지했다”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최종적으로 대표주관사 미래에셋대우, 그리고 공동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글로벌마켓, JP모간, NH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이에 포함된 외국계IB들 각각은 나름 올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JP모건은 올해 IPO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IB로 자리잡았다. 올해 빅딜에 해당되는빅히트, 한화종합화학, 크래프톤, SKIET의 주관사 자리를 전부 거머쥐었다. 앞으로 나올 카카오 딜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 크래프톤 주관사를 맡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JP모건의 뒤를 쫓고 있다. 이외에도 모건스탠리는 한화종합화학, SK바이오팜 주관사를 차지하며 이들과 경쟁 중이다.
크레디스스위스의 경우, 올해 국내 대형 M&A 거래를 휩쓸다시피 했지만 IPO부문 실적은 많지 않았다.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이후 IPO 주관사 트랙레코드가 없다는 점에서 대형 거래 주관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크래프톤 IPO 주관사 자리를 놓친다면 앞으로 나올 카카오 계열사 IPO를 비롯해, 내년 나스닥 상장이 예고된 쿠팡까지 입찰제안서(RFP)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다보니 크래프톤 IPO 주관사 자리를 꿰찬 것이 아시아나항공 딜 보다 더 큰 성과로 평가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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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IB들이 IPO에 공을 쏟는 이유는 공모 규모도 커졌고, 그만큼 수수료 수익도 늘었기 때문이다.
IPO 주관사들은 국내 상장의 경우 1%의 수수료를 챙긴다.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30조원이란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수수료 수익만 수백억원을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다 IPO 주관사를 맡게 되면 경영진과 밀접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후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한 M&A에서도 자문 업무를 맡을 기회가 생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다른 기업들 IPO 건에 비해 수수료가 굉장히 높아서 크래프톤 주관사 자리에 대한 경쟁이 치열했던 것"이라며 "크래프톤 주관사 자리만 수임한다면 내년 먹거리는 두둑히 확보한 셈이어서 다들 간절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쿠팡처럼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수수료는 크게 오른다. 나스닥 상장은 통상 4%의 수수료를 받는다. 쿠팡 나스닥 상장시 기업가치 20조원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에서 수수료 수익만 수천억원에 달하게 된다. 외국계 IB들이 쿠팡 주관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 목을 매는 이유다.
아시아의 거점인 홍콩 사무소에서도 앞으로 나올 IPO를 직접 챙겨보고 있다.
최근에 가장 큰 관심 사항 중 하나는 앞으로 나올 카카오 계열사들의 IPO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 계열사들의 IPO가 줄을 이을 것이란 점에서 해당 거래에 주관사 자리를 꿰차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이미 외국계 IB들은 카카오와 접촉하면서 어느 계열사 IPO 주관사 자리를 따내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다른 외국계 IB 관계자는 “카카오 계열사 거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IB들 사이에선 옥석가르기가 진행 중이다”라며 “IPO 주관사 선정이 특정 시점에 몰리다 보니 역량 있는 IB들이 주관사로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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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10일 13: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