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좋을 때 빨리' 내년 초 역대급 IPO 물량 쏟아진다...'공모가 갈등'은 커질듯
입력 2020.12.16 07:00|수정 2020.12.17 08:21
    코스피 연일 최고치 쓰며 활황...IPO 공모흥행 분위기도 이어져
    다만 내년 1분기에 유동성 '파티' 끝난다는 의견도 나와
    금융감독원의 심사기간 지연도 주관사 스케줄에 차질 빚을 듯
    • 내년 상반기 역대급 기업공개(IPO)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유동성 장세로 증시가 끝없이 오르는 가운데, 경계 심리가 커지며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공모주에 자금이 쏠리고 있는 까닭이다. 분위기를 쉽게 타는 공모주 시장 특성 상 '장이 좋을 때 빨리 하자'는 증권사들의 발걸음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다만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까다로워진 기준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증권가 일각에서 금융당국이 공모가 산정에 다시 개입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며 잡음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올해 12월 원화 강세에 따른 '크리스마스 랠리'가 이어지는 동안 IPO 시장 역시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일반적으로 12월은 IPO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해를 넘기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공모 수요는 쏟아지는데, 기관들은 한 해의 투자를 마무리하고 투자 한도를 닫으며(북 클로징) 수급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12월 공모주 셋 중 하나는 철회하거나 청약이 미달 되는 게 다반사였다.

      올해는 달랐다.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IPO 공모주 수요예측 기관 경쟁률이 1000대 1을 가뿐히 넘었다. 일반 청약 경쟁률 역시 1000대 1이 일반적인 일이 됐다.  이번 달 초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327.98대1을, 인공지능 영상인식 전문기업 알체라도 1315.61대1을 기록했다.

      신규 상장주는 대부분 상장일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SK바이오팜 직후 '따상' 붐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공모주 단기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을 크게 앞서고 있다.

    • 증권사들은 일단 내년 1분기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사이 최대한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를 시장에 내놓으려고 분주한 모습이다. 유동성을 토대로 열기가 고조된 주식시장 분위기를 지렛대 삼아 공모 흥행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내년엔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배터리 부문), SK바이오사이언스ㆍSK IET 등 SK계열사 거래,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계열사 상장, 크래프톤 등 시장에서 주목하는 대형 거래들이 잇따라 포진하고 있다. 코스닥이 900선을 넘나들며 중소형 공모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최고조에 이른 지금이 상장 추진 적기라는 인식이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변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이후 까다로워진 금융당국의 시선이다. 특히 올해 IPO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에 대해 더 신중해진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최근 기술성평가 대상인 바이오기업 위주로 증권신고서 심사기간을 정정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그동안 상장된 바이오기업의 실적 추정치가 부풀려진 사례가 많았던 데다, 최근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켜야한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이미 증권신고서 통과를 마친 기업들은 상장까지 무리가 없겠지만, 미처 제출을 못한 곳 중 기술평가 대상 기업은 기존 스케줄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상장 예비심사를 신중하게 진행하는 분위기라 특히 기술성평가 기업들은 길게는 두 달까지도 일정이 뒤로 밀리기 때문에 예정된 상장 시기를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바이오 기업 티슈진ㆍ신라젠의 상장 예심을 담당했던 거래소 실무 팀장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반기 이후 IPO 시장 업황은 점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증시의 호황이 내년에도 지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통상 유동성 장세는 주식의 공급이 증가하면 둔화되는데,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IPO나 유상증자 ‘러시’가 예상되며 공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당장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규모만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IPO 시장을 포함한 국내 주식자본시장(ECM)의 연간 규모는 올해 이전까지 10조~15조원 수준이었다. 유동성 유입으로 규모가 커졌다지만, 어디까지 시장이 소화해낼 수 있는지는 현 시점에서 추정이 어렵다.

      공매도 금지조치가 3월이면 풀릴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공매도가 되살아나면 그동안 눌러왔던 주식 매도물량이 쏟아져 결국 코스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투자자의 향방 역시 확신하기 어렵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는 특히 중소형주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라며 “펀더멘탈이 좋은 종목보다는 실체가 없거나 수급에 의해 급등한 종목들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