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IPO 주관사 선정 '잡음'에 잔뜩 화난 국내 증권사들
입력 2020.12.18 07:00|수정 2020.12.21 09:26
    KB증권, '뱅크' 주관사 뽑히자 '페이' 주관사 자격박탈
    사실상 바터(맞교환)…주주社 챙겨주기 평가
    한국證이 PT 심사 참석하자 경쟁사들 '눈총'
    선정 완료후에도 '전례 없는 심사' 뒷말 속출
    •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 이후 증권가에 뒷말이 무성하다.

      주관사를 뽑으면서 카카오의 다른 계열사의 주관사와 사실상 '바터' (barterㆍ맞교환)를 진행,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주주 증권사로 하여금 다른 경쟁 증권사들의 프리젠테이션(PT) 과정을 심사하도록 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내년부터 카카오페이ㆍ뱅크ㆍ페이지, 그리고 모빌리티까지 줄을 이은 상황을 활용한 발행사의 '갑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KB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에 KB증권은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에 이어 카카오뱅크까지 카카오 계열사 상장 거래에 전부 참여하는 '그랜드 슬램'(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인수단)을 달성했다.

      증권가에서는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로 카카오뱅크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을 꼽는다. 현행 규정상 증권사가 직접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거나, 계열사가 10% 이상 보유하는 회사는 주관사를 맡을 수 없다. KB국민은행의 지분율은 9%대로 이 기준을 벗어난다. 이를 활용해 KB증권을 우대한 것 아니냐는 평가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전례가 없는 계열사간 주관사 '교통정리'를 감행했다.

      카카오뱅크가 KB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한 직후, 곧바로 카카오페이는 KB증권과의 대표주관 계약을 파기했다. 대신 카카오페이의 대표주관은 뒤늦게 합류한 삼성증권이 국내사 중에선 단독으로 맡기로 했다.

      언뜻 보면 KB증권과 삼성증권이 윈-윈(win-win)인 것으로 보이지만, 양 사 모두 실무진들은 부글부글 끓을 상황이다.

      일단 KB증권은 몇 달 간 고생해서 만들어둔 카카오페이 실사 작업물을 수수료 한 푼 못 받고 경쟁사에 넘겨야 한다. KB증권은 지난 9월 카카오페이 대표주관사로 우선 합류했다. 입찰제안요청서(RFP) 배포 등 공식적인 경쟁 입찰은 없었다. 이후 삼성증권은 추가 경쟁 PT를 거쳐 9월에 합류했다. 박탈감이 없을 수 없다.

      그렇다고 KB증권이 "카카오뱅크 주관사로 뽑히면 기존에 뽑혔던 카카오페이 주관사 자격을 박탈한다"는 고지를 받은 것도 아니다. 발행사인 카카오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주관계약을 조정한 것. 애꿎은 실무진들만 낭패를 겪었다.

      삼성증권도 불만은 마찬가지. 그간 삼성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주관사로 뽑히고자 전력투구해왔다. 그러나 정작 여기에는 뽑히지 못하고 대신, 카카오페이의 '공동주관'에서 '대표주관'으로 지위만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원치도 않았는데 '꿩 대신 닭'을 받은 모양새다. 마찬가지로 삼성증권도 "카카오페이 주관사에게는 페널티가 있을 수 있다"는 형태의 통보를 받지도 못했다.

      삼성증권 내에서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IPO 담당 부서는 별도로 존재한다. 카카오뱅크 상장 주관사 자리를 수임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PT)까지 준비한 부서는 고배를 마시게 됐고 부서간 미묘한 갈등까지 벌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는 카카오 계열사 사이에 '바터'(교환) 거래가 있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며 "아무리 주관 계약이 발행사 마음이라지만, 전례가 없는 데다 자본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상도의를 저버리는 결정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 카카오뱅크의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도 잡음이 적지 않았다.

      주요 증권사들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IPO주관사들의 PT를 받는 과정에서 해당 증권사들의 핵심 경쟁사인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를 '심사석'에 앉혔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다.

      그간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IPO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입찰제안요청서(RFP) 작성 등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도 이런 비슷한 사례는 없지 않았다. 2010년 삼성생명 상장에 삼성증권이 일부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문제는 단순히 '주관사 선정에 조력하는 것'과 'PT에 발행사를 심사하는 측으로 참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는 점이다.

      PT는 증권사가 해당 발행사를 위해 고민하고 분석한 상황 판단과 전략, 마케팅 방안 등이 촘촘히 담긴 집약체다. 이를 경쟁사의 실무진이 '주주 관계사'라는 이유로 참관한 것이다. 이는 증권업계에서는 일종의 '금기'에 해당된다. 이러다보니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증권사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한 무례한 행위"라는 비난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카카오뱅크는 주주사와 관련있는 KB증권만 최종 선정했다. 이러다보니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이렇게 할 거면 왜 RFP를 뿌리고 공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주관사 선정을 진행했느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론을 정해 놓고 구색 맞추기를 위해 타 사의 시간과 자원을 낭비 시켰다는 평가인 셈이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은 물론 삼성증권도 카카오뱅크 주관사 선정 작업 초기 이런 저런 이해상충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증권사는 RFP를 받았다는 걸 '이해상충보다는 실력을 보겠다는 의지'라고 판단해 제안서 작성에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공정'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타 계열사의 기존 주관 계약까지 파기해가며 주주 관계사를 대표주관사로 앉히니 뒷말이 안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담당자는 "카카오뱅크 상장 조력자인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 리그테이블을 두고 경쟁하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에 카카오뱅크 주관 실적을 주는 건 죽기보다 싫었을 것"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은 IPO 시장에서 '한 급' 아래인 KB증권과 삼성증권이 거래를 가져감으로써 내년 리그테이블 순위 경쟁에 유리해졌고, KB증권은 '랜드마크급 대형 ECM 거래 수주'라는 천추의 한(恨)을 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측은 "제안서와 PT를 통해 향후 투자자 모집 방안 등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한 것"이라며 "계열사와의 '바터' 등 시장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