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반도체 호황 진짜 오나요?'...삼성전자 우선주에 쏠리는 눈
입력 2020.12.22 07:00|수정 2020.12.24 07:17
    업계ㆍ금융권 '2022년까지 호황' 이견 없어
    물론 코로나19 극복이 관건...실물경제 회복돼야
    가격은 역(逆) 프리미엄 여전...'호황 진짜 오나' 의문
    모바일-서버 수요자간 눈치싸움...내년 2분기 해결 전망
    • 올 연말 증시의 주인공이라면 단연 반도체주가 꼽힌다. 긴 겨울이 끝나고 내년부터는 다시 호황기에 돌입한다는 기대감에 외국인 매수가 몰렸고, 개인투자자들이 따라붙으며 '삼성전자 8만원(분할 전 400만원), SK하이닉스 13만원'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7만원대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매일 고쳐 쓰고 있다.

      내년 반도체 호황이 온다는 데엔 업계, 금융권, 신용평가사까지 누구도 이견이 없다. 밀린 서버ㆍ모바일 수요에 전기차ㆍ폴더블 스마트폰 등 신(新) 산업 수요가 몰리며 2022년까지 '수퍼 싸이클'(대호황기)이 펼쳐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수요처 간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4분기 예상 외의 업황 침체는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리서치는 메모리 반도체 판매 가격 급등 예상 시기를 최근 1~2개월 늦추기도 했다. '수요 폭발'의 전제 조건으로 꼽히는 코로나19 극복 역시 아직 변수로 남아있다.

      올해 글로벌 디램(DRAM) 시장 규모는 600억달러(약 6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래 최악이었던 2019년과 비슷한 규모로, 2018년 대비 40% 가량 축소된 수준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촉발됐지만, 실물 경기가 위축되며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크게 축소된 데다 모바일 시장도 역성장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연초만 해도 10%대 중반을 예상했던 디램 빗그로스(bit gross;출하 증가율)은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렀다. 1기가바이트(Gb)당 평균판매단가(ASP)도 2019년 0.5달러 안팎에서 올해 0.4달러 안팎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반도체주의 주가가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연초 수준조차 회복하지 못했던 건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 9월 말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내년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디램 시장 규모를 올해 대비 30% 이상 성장한 800억달러(약 87조원)로 내다보고 있다. 2022년엔 1000억달러(약 109조원)로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또 다른 주력 품목인 낸드플래시메모리(NAND) 시장 역시 2022년 800억달러로 이전 호황기인 2018년의 60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만년 적자' 낸드 부문 역시 내년엔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런 전망이 아직 가격에 반영되진 않았다. 디램은 물론, 낸드 역시 아직까지 사상 최저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뀐 하반기 들어서도 가격 하락세는 지속되는 중이다.

      특히 현물(Spot) 가격이 고정(Contract) 가격 이하로 거래되는 '역(逆) 프리미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역 프리미엄은 '업황 침체'의 지표로 통한다. 이를 두고 '반도체 업황 회복 전망은 아직 시기상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모바일 수요자'와 '서버 수요자' 사이의 눈치 싸움이라고 분석한다.

      올해 기준 디램 수요처의 39%는 모바일, 34%는 서버다. PC(13%)나 그래픽(6%) 부문 대비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두 부문 중 한 부문의 수요가 줄면 공급이 과잉되며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2019년의 디램 시장 축소는 모바일 부문 성장이 정체된 데다 데이터센터 공급능력(CAPEX) 투자가 일단락되며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었다.

      내년부터는 데이터센터 CAPEX 성장률이 2019~2020년의 한 자릿수에서 10%대 중반으로 올라서며 투자가 재개될 전망이다. 2016~2017년 집중 투자한 서버의 교체 시기(이르면 4년)도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 서버 수요자들의 움직임은 아직 조용하다는 평가다. 모바일 부문의 수요가 워낙 많이 줄었기 때문에 지금 급하게, 비싸게 디램을 확보하려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와 관련한 모바일 수요 둔화를 빌미로 현재 서버 고객들의 가격 인상 저항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내년 1분기로 예상됐던 본격적인 디램 가격 상승 시기는 내년 2분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올해 1분기부터 시작된다던 반도체 업황 상승기(업싸이클)가 또 한 분기 후퇴하는 모양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이는 단기적인 저항에 그칠 거라는 게 컨센서스다.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마이너스(-) 12%, 2분기 -17%로 크게 줄었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3분기 -3%로 급격한 회복세를 보였다. 내년 1분기에는 양(+) 전환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출하량 증가에 따라 모바일 수요자들이 디램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하면, 서버 수요자들도 버티지 못하고 구매 계약에 동참할 거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이는 모두 코로나19가 백신으로 인해 종식 단계에 접어들고, 실물 경제 회복과 함께 소비 활동이 정상화돼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당장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주요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하며 일부 지역은 완전 봉쇄(락다운)에 준하는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4분기 본격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던 실물 경제는 다시 내년 상반기로 회복 시점을 넘긴 상태다.

      최근 삼성전자 우선주가 주목 받고 있는 건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지난 14일 장중 한때 7만1000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2년 전 20% 수준이었던 보통주 주가와의 괴리율(격차)도 최근 5%대로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 보통주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날에도 삼성전자 우선주는 강보합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주는 업황 상승기에 보통주와의 괴리율을 줄여나가는 특성이 있다. 배당 수익을 더 기대할 수 있는 데다, 기대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보통주와의 괴리율을 줄여가며 더 많이 상승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우선주에 수급이 몰린 것이다.

      그리고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가격이 좀 더 저렴하다. 삼성전자의 보통주와 우선주 주당 배당금은 같지만, 시가배당율은 우선주가 연간 0.3~0.5%포인트가량 앞선다. 16일 종가 기준 500만원을 삼성전자 우선주에 투자했다면, 연말 특별배당 주당 1100원 가정 시 보통주에 동일한 금액을 투자한 것보다 8800원, 0.1%포인트의 수익을 더 거둘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보통주 괴리율 5% 수준이면 괴리율 격차를 좁히며 발생하는 수익 기대감은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며 "특별배당 시행 이후엔 우선주 역시 업황의 회복 속도와 발맞춰 움직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