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인니' 합작법인이 탐탁지 않은 정부
입력 2020.12.22 07:00|수정 2020.12.23 07:36
    양사 배터리셀 JV 출범에 당국 입장도 변수란 평가
    인니 러브콜에도 당국선 국가핵심기술·일자리 고민
    LG-현대차 JV 검토 지속 중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
    • 인도네시아가 아시아 내 주요 2차전지 공급망으로 부상하면서 업계 선두주자인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도 인도네시아 현지 배터리셀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국가 핵심기술 유출, 일자리 문제 등으로 정부는 양사의 현지 JV 투자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아시아 내 주요 배터리 공급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원석 수출을 금지하고 글로벌 업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연간 니켈 생산량은 글로벌 기준 1위로 전 세계 니켈 광석의 27%가 매장돼 있다.

      리튬이온전지 시장이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계 배터리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재료 수급에 유리한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도 현지 투자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중국 CATL이 50억달러 규모 투자를 집행한 데 이어 내달 중 테슬라도 인력을 파견해 현지 투자계획을 타진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현지 투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 LG에너지솔루션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이 니켈 광산 채굴과 제련, 정제 등과 관련해 배터리 산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MOU가 구속력이 없는 포괄적 협력에 대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각각 업계 1위인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양사의 협력 확대를 주목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양사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투자계획에 대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배터리셀 생산을 위한 JV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데 정부는 양사의 현지 투자를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술 유출과 일자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배터리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로 분류된다. 관련 기술 자료를 해외로 내보내기 위해선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현재 2차전지 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전자과가 맡고 있지만 양사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선 차관급 인사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 문제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관련 증거자료를 제출할 때도 산업부를 포함한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심의를 맡은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 측에서는 자국 내 투자유치를 위해 양사와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이지만 당국 입장과는 배치될 수밖에 없다"라며 "관련 기술과 물자 등에 대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당국 측에서 쉽게 허가를 내주지 쉽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가뜩이나 고용 문제로 머리가 아픈 정부인데,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해외에 JV를 설립하면 달갑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당초 두 회사의 JV는 국내 설립이 유력했고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제철이 확보하고 있는 부지와 LG화학 당진 공장 주변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LG화학이 전지사업부 물적분할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을 100% 자회사로 출범시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행위제한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에 합작법인 설립이 불가능하다.

      LG화학은 지난 상반기 컨퍼런스콜에서 "분할 신설법인의 경우 ㈜LG의 손자법인이고 공정거래법상 규정에 따라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 100% 보유해야 해서 국내에서 연결대상이 되는 JV 설립은 어렵다"며 "현재 중점적으로 사업 추진하고 있는 해외에서의 JV는 제약사항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1년여 이상 인도네시아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투자 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합작법인이 출범한 이후 현지 생산설비 설립이 시작됐을 때 산업부 측의 승인이 필요하다"라며 "아직 현대차와 JV 설립과 관련해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