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發 M&A 나온다…잰걸음 SK, 막막한 GS
입력 2020.12.23 07:06|수정 2020.12.28 10:37
    SK그룹 정유·석유화학·발전사업 비중 줄여나갈 계획
    해당사업 지분 매각하고 신재생 분야로 M&A 나설 듯
    GS그룹은 정유부문 비중 지나치게 비대해
    재무여력 등 포트폴리오 전환에 어려움 예상
    뿌리깊은 형제경영도 사업재조정 걸림돌
    • 정부에서 나서서 ‘2050년 탄소중립 비전’을 밝히는 등 탄소감축 노력이 범정부차원에서 본격화했다. 탄소를 줄이는 일은 이제 단순히 환경보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들에겐 주주와 투자자 유치를 위한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탄소배출이 많은 사업은 줄이거나 접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해당 문제에 가장 민감한 곳은 아무래도 정유사다. 국내 양대 정유사를 소유한 SK그룹과 GS그룹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SK그룹은 2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다는 계획을 가지고 분주히 움직인다. 반면 GS그룹은 정유·석유화학 사업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현재로선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판국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정유사들에 주주들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쉘, BP 등 글로벌 정유사에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행동주의 펀드 헤르메스는 BP에 탄소감축 노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엔진넘버원은 엑슨모빌 이사회에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는 비단 글로벌 정유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SK이노베이션 산하에 정유, 석유화학 사업을 벌이고 있는 SK그룹, GS칼텍스를 보유한 GS그룹에게도 탄소감축은 당장의 비즈니스와 직결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직접나서 해당 아젠다를 챙기고 있다. 공식석상에 나올때마다 ESG(환경,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경영에 목소리를 높인다. 공허한 아젠다가 아니라 투자, 재무성과와 그대로 연결 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내부적으로 내년부터 빠르면 2년 내에 탄소감축을 위한 사업재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탄소배출이 많은 발전사업, 정유사업, 석유화학 사업은 그 비중을 줄이거나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탄소배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의 지분 매각을 포함해 폭넓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발전 사업을 벌이고 있는 SK E&S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변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산하의 정유, 석유화학 계열사들도 지분매각 등을 통해 그룹 내 비중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 대안으로 SK이노베이션은 핵심 사업포트폴리오를 배터리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배터리 사업을 키워서 줄일 수밖에 없는 기존 사업을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이 이렇게 속도전에 나서는 배경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수 있고, 해외 금융기관에 차입을 받을 경우 해당 사업이 그룹 차원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탄소감축을 위한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예상된다”라며 “1~2년 내에 빠르게 사업조정에 나서야 할 정도로 당면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GS그룹도 SK그룹과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이 골칫거리다.

      GS칼텍스는 생산시설에 쓰이는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는 등 에너지 효율화르 통한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다만 할 수 있는게 제한적인 상황이다. SK그룹처럼 과감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정유사업이 그룹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어설 정도로 크다. GS그룹의 실적이 정유부문에 달렸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GS그룹 실적 방향성 정유 부분에 달렸다’는 리포트를 통해서 정유부문 실적저하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건설과 가스전력 부문이 그간 정유 부문의 실적 저하를 방어해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을 했다.

      이처럼 정유사업 비중이 과도하게 크다 보니 쉽사리 해당 사업을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불어 뿌리 깊게 형제경영이 박혀 있다 보니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나서서 그룹 전체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기도 어렵다. 이미 GS그룹 내 주요 사업들은 형제들끼리 나눠서 경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허태수 회장과 사촌지간인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인 허세홍 사장이 이끌고 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그룹사 전체적인 경영을 챙기기는 하나 주요 계열사에 강한 입김을 작용하기 힘든 지배구조다. 하지만 탄소감축에 대한 요구가 강해질수록 비단 GS칼텍스뿐만 아니라 그룹사 전체적으로 외부 투자자 유치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문제에 마냥 손놓고 있기도 힘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유, 석유화학 사업을 당장 줄이 수 없다보니 탄소감축에는 제한 적일 수박에 없다”라며 “최근에는 GS칼텍스 실적도 부진해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도 제한적이다”라고 말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