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보다 수월해진 승계·지배구조 개편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전 20% 지분투자 外
정의선 보유 지분가치 향방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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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 보유한 주식의 지분 가치가 올해에만 2배 가까이 불어났다.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오른 데다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의 기업가치 제고가 이뤄진 덕이다.
정 회장이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할 수 있는 카드도 2년 전에 비해 늘어났다. 시장에선 정 회장이 직접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의 신사업 진출과 외부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종가 기준 정의선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8개 계열사의 지분 가치는 약 4조500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말 기준 2조3600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 3월 폭락장에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한 이후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 주효했다.
정 회장이 양사 주식을 매입한 것은 금융투자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의 핵심에 위치한 만큼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보란 분석이다. 올해 회장직에 취임한 이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 등 정의선 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의 움직임도 같은 관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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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가치가 대폭 늘어난 만큼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2년 전보다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무산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 때문에 증권가에선 지속해서 현대모비스 주가를 누르고 현대글로비스 주가를 띄울 거란 의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현대차그룹의 행보에 비춰보면 그때보다는 정의선 회장이나 현대차그룹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당시 나왔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은 재등장하기 어려울 거란 게 중론이다. 최대주주 일가의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는 시장의 비판을 다시 마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의 지분 가치가 커질수록 시장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가능해진다. 정 회장 보유 지분을 외부에 매각해 현금화하거나 현물출자, 합병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 외에 주식교환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건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잘 드러난다. 관련업계에선 정 회장이 투자한 20% 지분이 수년 후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서 효자 노릇을 할 거란 평가도 나온다. 정 회장은 인수전에 참여해 지분 20%(약 2400억원 규모)를 취득했다. 현대차그룹은 인수 후 4~5년 후 상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소프트뱅크 보유 20% 지분에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증권사 IPO 담당 실무진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현대차그룹의 사업적 시너지 자체도 좋지만, 상장을 위한 몸만들기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키우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며 "상장 시점에 정 회장 지분이 공모 물량으로 나올 경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성장성 만큼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정 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도 사업적 중요성 확대는 물론 외부투자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서 현대글로비스도 10% 지분을 취득했다. 과거 현대차그룹의 외부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등 출자사업이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3인방 주도로 이뤄진 것과 대비된다. 관련 업계에선 현대글로비스가 기아차를 대신하고 지분 투자에 나선 것을 두고 현대오토에버가 지난 10월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 건립에 10% 지분을 취득한 것과 비슷한 행보라 풀이한다.
증권사 현대차 담당 한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내년부터 현대차그룹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고 현대오토에버는 소프트웨어 중심 사업자로 부상했다"라며 "신사업 진출이나 외부 지분투자 모두 기업가치 제고의 일환이지만, 이는 곧 정 회장 보유 지분가치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장 잡음이 적은 방식으로 거론돼 온 현대모비스 지분 직접 매입도 가시권에 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기아차와 현대제철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23.07%를 정 회장이 직접 매입할 경우 5조6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16일 종가 기준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정 회장 지분가치는 약 4조5000억원 안팎이다. 현대차그룹이 정공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방식을 추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 보유 지분을 활용해 출자구조 개선에 나설지도 불확실하다. 다만 정 회장의 지분가치가 가파른 속도로 불어나는 만큼 이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이슈와 연관지어 바라보는 시각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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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