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500억 TRS 조달자금부터 상환해야
상환 후가 더 걱정…업황 반등할지 미지수
적자 국면 이어지면 CJ그룹 고심도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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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CJ CGV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자 CJ그룹은 주요 계열사 해결사 역할을 해 온 허민회 대표에 위기 탈출의 중책을 맡겼다. 허민회 체제의 CJ CGV가 가장 먼저 맞닥뜨릴 숙제는 터키 마르스엔터테인먼트(이하 마르스)를 인수하며 총수익스와프(TRS)로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 것이다. 회사는 투자 심리가 침체된 중에도 다방면으로 상환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CJ CGV의 고민은 TRS 자금을 상환한 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영화관 시장의 매력도가 줄었고 언제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지도 미지수다. 앞으로도 반등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면 재무여력이 크지 않은 CJ그룹으로선 CJ CGV를 계속 안고 가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 CJ CGV의 성적표는 악화 일로다.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 4401억원, 영업손실 299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엔 매출 1조4440억원, 영업이익 779억원이었다. 코로나가 전세계를 휩쓸다보니 공격적으로 벌려둔 해외 사업장 역시 득보다는 손해를 많이 입혔다. 유상증자 등 노력에도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하며 최근 신용등급은 A-까지 떨어졌다.
CJ그룹은 지난 10일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 허민회 전 CJ ENM 대표를 CJ CGV의 새 수장으로 앉혔다. 허 대표는 그룹 내 대표적 전략통이다. 2012년 CJ푸드빌 대표를 시작으로 여러 핵심 계열사를 거쳤다. CJ오쇼핑과 CJ푸드빌에선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이런 성과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2018년 CJ오쇼핑-CJ E&M 합병법인 CJ ENM의 초대 대표가 되기도 했다.
작년 CJ ENM 프로그램의 투표순위 조작사건으로 허민회 대표의 입지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CJ CGV의 위기 상황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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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CJ CGV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2016년 터키 최대 영화사업자 마르스를 인수하며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 것이다.
마르스 인수 대금은 총 8000억원이었는데 당시 CJ CGV는 메리츠증권 등으로부터 2900억원을 빌리며 TRS 계약을 맺었다. 2018년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TRS 평가손이 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코로나까지 겹쳤다. CJ CGV는 2900억원 중 100억~200억원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을 회계상 손실로 잡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TRS 계약의 정산 시기는 내년 5월이다. 마르스가 순항했다면 내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환 부담을 해소할 수 있었지만 터키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선 택하기 어려운 수다. CJ CGV가 TRS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해 3500억원가량이다. 이율은 4% 언저리로 보인다.
CJ CGV는 투자자들과 계약 만기를 늘리는 안도 고려했지만 결국 상환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자금 모집에 분주하다. 굳이 부담을 계속 안고 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회사는 이달 사채를 발행해 2000억원을 조달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와도 2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투자 유치가 원활히 이뤄지면 TRS 자금 상환은 무난히 이뤄질 전망이다. 조기상환을 검토하고 있다.
CJ CGV 관계자는 “내년 만기에 앞서 조기상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금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라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TRS 자금 상환이 이뤄지면 당분간 차입금에 따른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3분기말 기준 회사의 단기차입금은 4379억원에 달하지만 주로 운전자금 형태로 만기 연장이 수월하다는 평가다. 채권 상환 부담도 당분간은 없다. 가장 먼저 돌아오는 채권의 만기는 2022년 10월, 금액은 200억원이다.
그렇다고 해서 CJ CGV가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본격적인 고난은 내년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영화 총관객 수는 2013년 처음으로 2억명을 돌파한 2억1335만명을 기록했으나 이후 5년간 2억1000만명대를 벗지 못했다. 같은 기간 스크린 수가 2184개에서 2937개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영화 산업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나마 작년(2억2668만명, 3079개)에 훈풍이 도는 듯했으나 올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10월까지 총 관객수는 5449만명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다. 코로나 이후 가정 내 생활이 많아지며 굳이 극장을 찾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OTT가 반사 이익을 받았고, 극장 대신 넷플릭스에 영화를 올리려는 제작사들은 줄을 섰다.
1위 사업자 CJ CGV의 타격이 크다. 상영관을 대폭 축소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10월엔 향후 3년 내 전국 직영점 35~40곳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새로 문을 열려다 그 시기가 차일피일 늦어지는 상영관들도 있다. 2023년엔 이번에 발행한 사채 포함 4000억원 가까운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CJ CGV가 자본시장에서 투자자 유치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몇해간 사모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 사채에선 2000억원 발행에 1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왔다. 최고 연 3.8% 금리를 제시했으나 흥행에 참패했다. 시장에 유동성이 많다지만 영화관 증자에 돈을 쓰려는 곳은 드물다.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어떻게 출자자(LP)들을 설득할 지도 관심사다. 이번 투자에선 CJ CGV가 콜옵션을 가지며, 투자자에 4%대 수익률을 보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 외엔 수익 보장 장치가 많지 않고, 향후 CJ CGV의 주가 상승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대신 동반매각참여권(Tag-along right)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CJ그룹이 CJ CGV를 파는 경우 같은 조건에 함께 보유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통상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붙을 수 있는 조건이지만 CJ CGV의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보니 시선이 모아진다. M&A 시장에선 대형 PEF들이 CJ CGV에 눈독을 들인다는 소문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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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