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IB·회계·로펌, 여성 파트너 영입 전쟁...M&A 업계 문화도 달라질 듯
입력 2020.12.29 07:00|수정 2020.12.30 07:11
    연기금 등 투자자들 회사 내 일정 비율의 여성 파트너 요구
    국내외 PEF에 여성 파트너 속속 영입하고 역할도 커져
    IB는 여전히 보수적인 문화 유지
    회계법인은 글로벌 차원에서 여성 인재 육성
    로펌 중에선 김앤장 외부에서 활발히 여성 변호사 영입
    • ‘여성임원’ 배출이 재계의 큰 화두인 가운데 M&A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모펀드, IB, 회계, 로펌에서 여성 파트너들의 영향력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수요도 점점 커졌다. 연기금을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도 여성 파트너들을 늘릴 것을 요구하면서 이제는 단순한 아젠다가 아닌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사모펀드(PEF)들은 여성 파트너 영입에 혈안이 됐다. 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이제는 투자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투자자(LP)들이 남성 중심의 PEF의 조직문화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의 연기금들도 여성 파트너가 있는지를 투자에 주요한 항목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내외를 막론하고 PEF들에선 여성 인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우수한 인재에 대한 갈망이 큰 업종인데다, 여성이라면 오히려 몸값에 프리미엄에 붙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미 여성 인재를 키워온 대형 PEF들은 이들에게 더욱 큰 롤을 부여하고 있다.

      우선 MBK파트너스는 올해 첫 여성 파트너를 배출했다. 이인경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안진회계법인, 모건스탠리계열의 부동산 투자회사인 MSPK(모건스탠리 프로퍼티즈 코리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담당하다 2006년 MBK파트너스에 합류했다. 이 부사장은 파트너 승진으로 MBK파트너스의 투자심의위원회 멤버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IMM PE는 새롭게 조직한 IMM 오퍼레이션 그룹에 김유진 대표를 앉혔다. IMM 오퍼레이션 그룹은 IMM이 바이아웃한 회사에 벨류를 높이기 위해서 새롭게 만든 조직으로,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의 캡스톤과 유사한 조직이다. 김유진 대표는 BCG컨설팅에서 일하다 IMM PE 심사역, 할리스커피 CEO를 맡았다. 아직 파트너는 아니지만 새롭게 만든 조직의 대표를 맡길 정도로 회사 내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니슨 캐피탈의 신선화 전무도 대표적인 PEF의 여성 파트너다. 신 전무는 맥킨지를 거쳐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다 2014년 유니슨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니슨캐피탈의 투자를 담당하면서 F&B M&A 등 딜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다.

      외국계 PEF에도 여성 파트너들의 바람이 거세다.

      대표적으로 맥쿼리에 이수진 전무가 M&A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전무는 연세대학교 경제경영학사, 토론토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졸업 후 GE리얼에스테이트 등을 거쳐 2008년 맥쿼리자산운용에 합류했다. 코엔텍, 새한환경 등의 투자 및 매각을 비롯해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 대성산업가스 등의 투자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비단 투자뿐만 포트폴리오 관리, 펀드레이징 업무까지 담당하는 등 한국팀에서 폭넓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어피너티에쿼티 파트너스에는 맥킨지 출신의 퀴니 호(Queenie Ho)가 파트너로 홍콩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KKR을 비롯한 다른 글로벌 PEF들도 여성 파트너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IB들은 PEF보다 더 보수적인 곳이다.

      주요 외국계 IB의 파트너급인 MD들이 모두 남성들로 채워져있다. MD급은 아니지만 NH투자증권에서 JP모건으로 자리를 옮긴 하진수 본부장 정도가 IPO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정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A 업계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조직이 IB다”라며 “IB의 M&A 부문은 인원도 적어서 특정 출신에 편중 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회계법인에선 글로벌 차원에서 여성인재 육성에 공을 쏟고 있다.

      삼일 회계법인은 꾸준히 여성 파트너를 배출해 내고 있다. 글로벌 감사본부에 최은영 파트너, 조세 본부에 서연정 파트너 등이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 자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정에는 재무자문부문 이진연 상무와 김연정 상무가 잘 알려져 있다. 이진연 상무는 금융 감사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분야 재무 실사 및 PE 실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IMM PE의 신한금융지주 투자 및 에큐온캐피탈·저축은행 매각 등에서 실사 자문을 맡았다. 김연정 상무는 국내 주요 에너지 그룹사의 발전, 가스, 자원개발의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의 감사 및 자문 업무를 담당했다.

      로펌 중에선 김앤장 M&A 팀에서 최근 진행된 대기업 딜에 빠지지 않고 여성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M&A에 대한 전문지식뿐 아니라 능통한 외국어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강은주, 박유림, 장윤경, 이은영 변호사가 대표적인 인물로 이들은 현대차 M&A 및 기업지배구조개편, 경영권 방어에서 활약했다.

      강은주 변호사의 경우 태평양에서 M&A를 담당하다가 김앤장으로 영입된 케이스다. 박유림 변호사와 장윤경 변호사는 해외 로펌에서 근무하다 영입되었으며, 이은영 변호사는 지배구조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로펌 중에서도 김앤장은 유능한 여성 변호사 영입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여성 파트너들이 늘어남에 따라 M&A 업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업방식에서의 변화가 기대된다. 과거 지나치게 네트워크 중심으로 이뤄지던 관행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한 M&A 업계 여성 파트너는 “업무의 특성상 많은 시간이 투입되다 보니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다”라며 “여성 파트너들 상당수가 이런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다 보니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를 바꾸는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