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IT 3사 통합 '저평가 논란'...법정 다툼ㆍ주총 공방 예고
입력 2020.12.31 07:00|수정 2021.01.05 09:09
    3사 합병 소식에 현대엠엔소프트 장외가 폭락
    상장사-비상장사 합병비율 둔 소액주주 불만
    집단소송 등 움직임에도 승산은 불투명한데
    과거 주주반발 사례와 겹쳐 그룹차원에선 부담
    •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 3사의 합병을 앞두고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합병가액이 상장사인 현대오토에버에 유리하게 산정되었다는 이유로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가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폭등했던 현대오토에버 주가가 조정에 들어가며, 주주 간 갈등이 한층 더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한 3사 합병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과거 상장사와 비상장사 합병 문제로 잡음을 일으킨 전례가 있는 만큼 주주반발을 쉽게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엠엔소프트 주식의 장외가격은 23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76%(5000원) 하락한 1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11일 현대오토에버의 합병계획 공시 이후 30% 이상 폭락했다.

      해당 거래사이트 내 현대엠엔소프트 주주게시판은 합병계획을 비난하는 성토장이 됐다. 불리한 합병가액과 장외가격 폭락에 대한 불만이 주된 내용이다. 이미 주주들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일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말 기준 현대엠엔소프트의 소액주주는 908명으로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34.75%에 달한다.

    • 쟁점은 결국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의 합병비율이다. 상장사와 비상장사 합병 과정에서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평가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의 합병비율은 1 대 0.1177 대 0.9581로 정해졌다. 3사 합병을 위한 기업가치 측정은 한영회계법인이 맡았다. 통상적으로 상장사의 기준시가는 합병계약을 체결한 날을 기준으로 1개월, 1주일 가중산술평균종가와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해 산정한다. 반면 비상장사의 합병가액은 회계법인의 평가를 따른다. 한영회계법인은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관련 평가 작업을 수행했다.

      소액주주 측은 현대오토에버 주가가 하반기 폭등한 상황에서 합병가액이 산정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현대오토에버 주가는 합병 실사가 시작된 지난 10월 29일 6만7500원에서 합병공시 직전인 지난 11일 9만8500원으로 45.92% 급등했다. 시가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현대오토에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이란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오토에버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장외에서 14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주식을 8만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하고 결과적으로 장외가가 폭락했다"라며 "합병법인인 현대오토에버 주주가 소액주주를 희생양 삼는다는 불만이 정 회장에게도 불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액주주가 집단소송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합병가액이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산정됐다고 시시비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소송을 통해 합병가액이 잘못 산정되었음을 밝혀내야 한다. 현대엠엔소프트의 합병가액은 자산가치(주당 4만3812원)와 수익가치(주당 11만8093원)를 가중산술평균해 산출되었다. 자본시장법 등이 규정하는 합병가액 산정방법에 위배되지 않는 만큼 이를 법리적으로 밝혀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목소리도 있다.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법적 토대를 근거로 평가한 합병가액을 재판을 통해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 때문에 합병비율 문제가 불거질 경우 소송전은 합병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의로 시세를 조작하는 등 위법 요소가 있었는지를 따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엠엔소프트 주가 역시 최근 1~2개월 사이 급등했기 때문에 현대엠엔소프트 주주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기 힘들단 반박도 있다. 900명 안팎의 소수 주주가 거래사이트를 통해 형성한 시세에 공신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실사를 맡은 한영 역시 '장외주식이 거래된 38커뮤니케이션과 피스톡의 2년간 거래내역에 적정가격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못박았다.

      증권사 현대차 담당 한 연구원은 "현대자동차(31.84%)와 현대모비스(25.67%)가 과반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법적인 근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합병 자체는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 현대차그룹의 합병작업이 비슷한 이유로 주주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잡음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각각 분할합병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비상장사인 현대비스의 분할신설법인이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을 두고 의결권자문사와 소액주주의 반발이 거셌다. 이후로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합병작업은 주주 반대의 단골 사례가 되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의결권 자문사 등지에선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합병법인과 피합병법인 모두 상장을 통해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라며 "최대주주에 유리한 방식을 고안했다는 비판 등이 지속될 경우 합병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현대차그룹으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