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는 증자, 메자닌 발행 등으로 버텨
이스타항공 등 비상장사는 완충장치 없어
상장사 위주로 재편…양극화 더 심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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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사(LCC)들은 2020년 최악의 고난을 겪었다. 상장 여부에 따라 위기 대응 역량은 차이가 났다. 상장사들은 어려운 중에도 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시장성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반면 비상장사는 대주주가 무너지면 완충할 장치가 없었다. 2021년 이후에도 상장 LCC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LCC들의 여객 수는 지난 1월만 해도 400만명에 달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급전직하했다. 2월 반토막이 났고,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한 3~4월엔 100만명도 넘지 못했다. 모든 LCC가 파산을 걱정하는 상황에 몰렸다. 항공이 기간산업이라지만 정부 지원은 대형항공사(FSC)에 집중됐고, 모회사들도 어렵다 보니 자구안 마련이 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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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1년이 지난 지금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처지는 천양지차다. 애초 상장 조건 부합하느냐에 따른 체급차도 있다. 그보다는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역량에서 차이가 났다.
제주항공은 2015년 LCC 중 가장 먼저 증시에 입성했다. 이후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이 뒤를 이었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이 최우선 목표였던 만큼 눈높이를 크게 낮춰야 했다. 2019년 한일 갈등으로 일본 노선이 대거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LCC 상장의 마지노선은 2018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 LCC들은 위기 속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버틸 체력을 만들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8월 유상증자를 통해 1506억원을 조달했고, LCC 중 처음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321억원) 지원을 받았다. 진에어는 11월 1050억원, 티웨이는 11월 668억원, 에어부산은 12월 835억원 규모 증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주식 시장이 회복되며 LCC들도 온기를 누렸다. 4분기부터는 백신, 치료제 개발 등 단기 호재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상장 LCC들은 주식시장 자금 조달 외에 금융사로부터 각종 차입금을 더 빌릴 수 있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은 각각 사모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도 했다. 언제 항공 수요가 제자리를 찾을 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시장에 기업 가치가 형성돼 있다보니 그에 맞춰 돈을 빌리거나 메자닌을 발행하는 것이 용이했다. 조달한 자금으로는 국내선 취항을 확대했고, 향후 1~2년간 버틸 체력도 갖췄다.
비상장사는 위기 대응이 쉽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이 대표적이다. 이스타항공은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이용객 4~5위권을 유지했으나 4월부터는 개점휴업 상태고, 7월엔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까지 무산됐다. 호황기엔 비상장사인 점도, 시장성 차입이 없다는 점도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코로나 국면에선 달랐다.
제주항공과 M&A 무산 후에도 인수에 관심을 갖는 곳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애초 지배구조가 복잡한 기업이었던 데다 ‘기업공개’를 통해 알려진 정보도 없다 보니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금융사들은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이 상장할 기회는 있었다. 이미 2015년부터 IPO를 검토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마지막 호황기였던 2018년만 해도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증시에 입성하면서 기대감을 키웠으나 이스타항공은 이익 규모가 급감하며 애를 먹었다. 에어부산처럼 눈높이를 낮췄더라면 상장이 가능했겠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올해 LCC 상장사들은 어려운 중에도 증자, 메자닌 발행 등으로 버티며 엄청난 상장사 프리미엄을 누렸다”며 “이스타항공은 대주주가 가치에 욕심을 내다 상장 시기를 놓쳤는데, 그 때문에 2020년 다른 상장 LCC들이 반사이익을 봤다”고 말했다.
LCC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격차는 2021년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연말로 오며 LCC 시장은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의 빅4 체제로 굳어졌다. 이 중 진에어, 에어부산은 비상장사 에어서울과 한 배를 탔다. 나머지 상장사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합병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중견 기업과 M&A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데 체불 임금, 유류비, 운영비 등 막대한 미지급금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제 갓 취항 1년이 된 플라이강원이나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은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 등도 자력 갱생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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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