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쉽지 않은데 펀드 결성 규모는 역대 최대
국내 PE는 물론 글로벌 PE도 한국 시장에 관심
투자 열기 속 거래 구조 짜는 역량 중요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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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은 지난해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았다. 코로나 여파로 협상장을 차리기도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 와중에 아직 쓰지 못한 돈은 많고, 새로 결성하는 펀드들은 매번 최대 규모를 갱신했다. 한 해 숨을 고른 PEF들은 올해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를 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엔 PEF의 순수 신규 경영권 인수 거래만 보면 한앤컴퍼니의 대한항공 기내식·기내 면세품 판매 인수 규모가 가장 컸다. KKR의 ESG그룹 인수,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두산솔루스 인수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 여파로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가 급선무였고, 신규 투자를 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점차 PEF들도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긴 했지만 조단위 거래가 즐비했던 2019년에 비하면 열기는 잠잠했다. PEF들은 바이아웃보다 상장전투자(Pre-ipo) 등 단순 지분 투자처를 찾는데 더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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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집행하기 어려웠음에도 쌓이는 돈은 많았다. 투자 회수로 실력을 입증한 곳은 많지 않다보니 기존의 대형 PEF 운용사에 자금이 모이는 경향은 강해졌다.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 PE 등 국내 빅3 운용사는 물론 다른 중대형 운용사들도 2019~2020년에 걸쳐 최대 규모로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다. 펀드 설정 간격도 점차 가까워지는 양상이다.
국내 주요 운용사들의 미소진 자금, 여기에 병행투자와 인수금융 활용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PEF들이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은 수십조원에 달한다. 작년 한해 숨을 골랐으니 올해는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 출자자(LP)들도 작년 농사는 시원찮았으니 올해는 운용사들이 발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BHC 재투자 성과가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적을 수 있지만, 올해 진행될 대형 거래에는 어김없이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한앤컴퍼니는 SK, 한진 등 대기업 관련 거래에 강점을 보였는데, 다음엔 어떤 대기업 관련 거래가 나올지 주목된다. IMM PE는 기존처럼 다양한 산업군에 대한 투자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다른 대형 PEF들도 투자 색깔을 지키는 것보다는 미소진자금을 덜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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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PE들도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 한국은 코로나에 의한 타격을 최소화했고, 주식 시장도 뜨겁다. 투자와 회수의 불확실성이 작기 때문에 투자처로서 매력이 높다. KKR처럼 KCFT 매각, ESG 인수 및 현대글로벌서비스 투자 등으로 꾸준히 성과를 내는 곳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난 수년간 뜸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올해는 적극 한국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칼라일은 아시아바이아웃 수장으로 김종윤 대표를 앉힌 후 한국 시장을 적극 살폈다. 최근 뚜레쥬르 인수자로 낙점됐다. 칼라일 이름값에 대면 소형 바이아웃 거래다 보니, 다른 대형 거래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어피너티는 2018년 6조원대 펀드를 결성했고, 이후 쓱닷컴과 서브원, 신한금융지주 등에 투자했다. 전성기 때에 비해 소극적인 모습이었는데 올해는 달라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잡코리아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대형 PEF들의 투자 성과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공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 시장은 코로나 여파에도 안정적이었던 데다 중국 등과 달리 투자나 회수의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글로벌 PE들의 투자 의지도 높다”고 말했다.
국내외 운용사간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대형 PEF 사이에서도 자금력과 체급 차이가 갈리다 보니, 공개경쟁 거래가 나오면 작은 곳은 무리한 투자를 감수해야 한다. 승리를 위해 다른 곳과 손을 잡자니 서로 투자 테마가 맞지 않거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는 운용사도 있다.
거래 구조나 조건을 짜는 역량은 중요해질 전망이다. PEF의 경쟁이 치열했던 CJ올리브영 투자 유치 거래의 경우 일부 대형 PEF는 한 번에 경영권 지분까지 인수하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너 일가 지분을 일부 남기면서 성장 자금도 지원해 더 많은 과실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짠 글랜우드PE가 최종 승자로 낙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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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05일 17:4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