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물론 단골 도요타도 불참
비전 제시는 반복…성과 체감은 더뎌
형식적 참여보다 눈앞 '전기차'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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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제가전박람회(CES) 역시 화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이후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이다. 수년째 반복된 테마의 재탕 실망감과 함께 코로나 이후 급격히 변화한 완성차 업계 사정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골손님이던 일본의 도요타는 물론 국내에선 현대차그룹도 참석하지 않았다. IT 업체나 부품사의 전장사업 진출 가속화가 이목을 끌었다는 평가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녹록지 않았던 지난해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 불리던 과거 명성이 무색해졌다.
CES 2021의 핵심 키워드는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5G·디지털 헬스·스마트시티 총 5가지로 약 2000여개 기업이 참석했다. 모빌리티 부문에선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기조 연설을 맡아 전동화 투자 확대 등 전략을 발표했다.
GM은 이번 CES를 통해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마찬가지로 수직이착륙 드론과 배송용 전기트럭 사업 계획을 내놨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각각 새 플래그십 전기차 모델이나 AI 기반 전장 디스플레이 등을 공개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CES에서처럼 극단적인 미래상은 찾아보기 힘들었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수년간 CES에서 완성차 업체가 제시한 미래상을 뒷받침할 만한 기술 진전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CES 2020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수년간 반복 제시된 비전에서 기술 진보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건 좋지만 투자자나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다면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라며 "CES가 해를 거듭할수록 비슷한 아이디어를 자가복제한 데 비해 상용화 시점은 자꾸 늦춰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모빌리티 업계의 과제는 크게 전동화 전환과 자율주행 생태계 구현으로 압축된다. 자율주행은 2013년 1월 열린 CES 2013에서 처음 등장했고 로보택시 등 전동화 차량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은 2018년 등장했다. 다음 해인 CES 2019에서 로보택시를 선보인 업체는 30개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수년이 지나도록 자율주행과 로보택시는 여전히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19년 우버를 시작으로 2020년 현대차그룹, 올해 GM까지 3년 연속 등장한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형 모빌리티 역시 와닿지 않는다는 인식은 그대로다. 구글 웨이모와 함께 자율주행 선두주자로 꼽히던 우버는 수익성 악화로 항공기체 사업부는 물론 자율주행 사업 역시 지분투자 기업에 넘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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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CES에서 제시된 모빌리티 비전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것은 CES에 참석한 적이 없는 테슬라로 좁혀졌다. CES 2020 당시만 해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도요타와 구글 웨이모, 폭스바겐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 4위에 해당하던 테슬라는 현재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 자율주행과 전기차 사업에서 테슬라와 기존 완성차 업체 간 기술격차는 2년에서 3년 정도로 평가된다"라면서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테슬라의 독주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완성차 업체가 더 크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CES 2021에 완성차 업체 다수가 불참한 것이 오히려 현실적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형식적 참여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과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지난 12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약 58만대로 지난해 전체로는 32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갱신한 것. 코로나 이후 시장 전반이 전기차 판매 전망을 낮춰 잡았지만 결과적으로 불 케이스(Bull Case)를 넘어 성장폭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CES에 불참한 것 역시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 기반 전기차인 ID.3가 독일에서만 9월 이후 1만5000대 이상 팔린데다 ID.4의 합세로 올해 테슬라와 폭스바겐의 양강 구도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유럽 탄소배출 규제로 인한 전기차 시장 개화에도 점유율 관리를 잘해왔다는 평가를 받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수익성 악화와 투자 확대 부담은 완성차 업체 전반의 상수가 됐다"라며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CES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것보다 전기차 경쟁 등 체감할 수 있는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판단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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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1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