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셀트리온 주가 상승…“첫 회수 기회 왔다” 평가
출자자 조기 회수 바라기도…SJL은 추가 상승분 기대
최근 호재에도 주가는 부진…추가 상승 여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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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L파트너스는 2018년 셀트리온홀딩스의 메자닌을 인수하며 그 가치를 셀트리온 주가와 연동시키는 구조를 짰다. 셀트리온 주가는 2019년엔 힘을 쓰지 못했으나 작년 주식시장에 온기가 돌며 크게 뛰었다. 투자 후 처음으로 조기에 회수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다만 SJL파트너스가 일찍 회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출자자(LP)는 조기 회수를 원하지만 SJL파트너스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 주가 호재가 더 남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계 운용사(GP)로서 회수 시 성과 보수와 자산을 유지하며 받을 관리 보수를 저울질 할 가능성도 있다.
SJL파트너스는 2018년 사모펀드(제네시스1호, 2105억원)를 꾸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개인 회사 셀트리온홀딩스(지분율 95.51%)에 2000억원(1060억원은 전환상환우선주로 전환)을 투자했다. 서 회장은 SJL파트너스의 투자 회수를 보장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상장사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SJL파트너스가 일방매도권을 행사하면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을 유동화해 돈을 갚는 구조다. 전환사채(CB) 투자였지만 실질은 교환사채(EB)와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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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L파트너스와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투자 가치를 셀트리온 주가와 연동시켰다. 얼개는 6개월마다 산출한 셀트리온 기준 주가가 그 전 6개월의 기준 주가보다 올랐다면 평가 금액이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는 내려가는 식이다. 최초 투자 당시 셀트리온 기준 가격은 주당 20만원 미만이었다. 투자 후 셀트리온 주가가 부진했던 터라 SJL파트너스가 권리를 행사할 실익이 없었다.
셀트리온 주가는 작년 초 한때 13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증시가 활황세로 돌아서며 크게 올랐다. 직전 평가 시기인 작년 9월은 그 전 평가 구간보다 주가 상승폭이 컸다. 투자자들이 평가한 셀트리온 주가는 3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홀딩스 투자 만기까지 연복리 6%를 적용해 받을 돈보다 지금 회수할 경우 쥐게 될 돈이 더 많다. 투자 후 처음으로 회수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SJL파트너스는 당분간 회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자에도 아직은 회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한 출자자 관계자는 “최근 셀트리온의 주가가 좋으니 당장이라도 팔아서 회수하면 좋겠지만 운용사는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 등 업사이드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은 우호적이다. 지난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치료제 자문단이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CT-P59, 성분명: 레그단비맙)에 대해 임상 3상 수행을 전제로 품목허가를 내줄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허가 절차도 진행할 계획이다. 대통령도 셀트리온 치료제에 기대감을 드러내 왔다.
SJL파트너스 입장에선 운용사로 들어올 수익도 셈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2년여 남은 만기까지 자산을 유지할 경우 수십억원의 관리 보수(Management Fee)를 더 받을 수 있다. 향후 셀트리온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다면 회수 시기를 좀 늦추면서 관리 보수도 챙기는 편이 유리하다.
다만 셀트리온의 성과와 주가가 얼마나 호응할 지는 미지수다. 13일 렉키로나주의 임상2상 발표, 18일 치료제 자문단의 조건부 품목허가 권고 등 긍정적 소재가 있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한 때 40만원에 육박했던 셀트리온 주가는 최근 30만원대 초반까지 빠졌다. 이미 주가에 기대감이 다 반영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왔다. 셀트리온은 주가 변동성이 커 언제 다시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지 점치기 어렵다.
셀트리온그룹은 작년 9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를 합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배구조가 개편되면 셀트리온홀딩스 평가 가치가 어떻게 달라질 지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서정진 회장은 작년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일부를 신설법인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에 현물출자하며 지분율이 11.21%가 됐다. SJL파트너스와 맺은 주주간계약(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 15% 이상 유지) 위반이다. 다만 출자자들은 회수에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 아래 양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 주가 상승으로 SJL파트너스가 셀트리온홀딩스에 투자한 후 처음으로 회수할 수 있는 시기를 맞았다”며 “SJL파트너스 입장에선 코로나 치료제 기대감 등 논리를 펴겠지만 변동성이 큰 셀트리온의 주가를 6개월간 높게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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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