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업계선 "확정된 내용 없다" 일축
파운드리 투자계획 수주 등 전략과 밀접해
벌써 규모·지역 두고 경쟁사와 비교하긴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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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공장 증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확대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정작 회사는 물론 관련 업계에서도 확정된 내용이 없어 특정하기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올해 파운드리 투자계획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삼성대로에 위치한 '오스틴팹'에서 시작된 증설 기대감은 경쟁사인 대만 TSMC가 낙점한 애리조나에서 뉴욕 서부 제니시 카운티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예상 규모도 100억달러에서 170억달러, 원화로 30조원까지 불어나는 중이다.
관련 보도가 지속되며 예상 투자규모는 물론 후보지역이 확대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1위 경쟁사인 TSMC는 올해 280억달러(원화 약 30조원) 규모 투자계획을 내놨고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미국 현지 생산 필요성은 여전하며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삼성전자 역시 미국 투자 확대계획을 내놓을 거란 기대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올해 파운드리 투자계획을 단기간 내 구체적으로 내놓을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해외 파운드리는 오스틴팹이 유일하다. 14나노미터(nm) 시스템반도체 위탁 제조가 주력으로 누적 투자액은 약 170억달러 규모다. 수년 전부터 삼성그룹 계열 건설사가 증설을 검토하고 삼성전자 측이 부지매입에 나서는 등 설비투자 확대 기대감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는 현재 삼성전자와 TSMC가 놓인 경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10nm 이하 미세공정 경쟁이 삼성전자와 TSMC 2개사로 좁혀지며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 지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전략 노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점유율 격차를 줄여야 하는 삼성전자가 투자계획 발표에 더 보수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수주의 경우 보통 관련 설비투자 계획이 함께 고려되는 편이다 보니 경쟁사가 수십조원 규모 투자책을 내놨다고 맞불 식으로 어디에 얼마 투자하겠다고 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라며 "투자계획이 고객사를 잡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 만큼 공개가 꺼려지는 사안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는 28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및 지난해 연간실적발표에서 투자계획을 공식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관측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실적발표를 통해 투자자를 상대로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망과 투자계획에 대한 대략의 가이던스를 제공해왔지만 구체적인 파운드리 투자계획을 밝힌 적은 없다.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D램의 경우 분기, 연간 단위 비트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D램 생산량 증가율) 등 보조지표를 활용해 공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처 가능하다"라며 "그러나 파운드리는 서로 경쟁 관계에 놓인 다수 팹리스를 상대하는 데다 기술 진전속도가 빨라 단기간에 투자계획을 구체화하기 힘든 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 파운드리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 문제를 안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시각은 지난 22일 인텔의 실적발표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현지 인력 채용이나 부지매입 여부 등 드러난 정황 역시 삼성전자의 현지 투자계획을 일부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주나 투자계획에 대한 단기 기대감이 증폭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투자내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삼성전자 측 입장이 사실인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선 투자금액을 놓고 벌써 TSMC와 저울질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이 계속 확산할 경우 실제 현지 투자가 진행되더라도 실망감이 주가 변동성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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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26일 11:3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