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미미 vs 내실강화…CJ 향한 주식·채권시장 '온도차'
입력 2021.01.29 07:00|수정 2021.02.01 08:59
    주식 열풍 속 CJ계열사 투심 비교적 잠잠
    '이슈' 적고 그룹 내 양극화·브랜드 가치 저하 등
    크레딧 업계에선 '코로나 이후 기대' 평가도
    '질적 성장' 기조 아래 재무 건전성 회복 보여
    • CJ그룹을 향한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의 평가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CJ그룹의 주요 상장사들이 비교적 ‘주식투자 열풍’ 수혜에서 떨어진 가운데 크레딧 시장에서는 재작년부터 진행된 그룹차원의 ‘내실 다지기’가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재계 10위권 수준의 대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를 앞세워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12년만에 상한가를 기록했고, 현대·기아차는 올해 들어서만(1월4일~20일) 주가 상승률이 각각 35%, 40%에 이른다. LG화학은 지난해 주가가 160% 뛰었고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각각 166%, 27% 상승했다.

      우량주 중심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CJ그룹의 주요 상장사들은 비교적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CJ제일제당은 주가수익비율(PER)이 8.98배로 시총 50위 종목 내에서 금융주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10배(지난해 3·4분기 기준)를 밑도는 수준을 보이며 상대적 저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실적은 가정간편식(HMR)의 급성장으로 코로나 수혜를 받았다.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3975억원으로 전년(8969억원) 대비 55.82%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호실적이 전망되는 CJ대한통운과 CJ ENM은 올해 들어서야 택배 단가인상, 미디어 호황 등 모멘텀이 기대되고 있다.

      계열사별 양극화 심화가 그룹 전반의 투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이달 리포트를 통해 CJ㈜에 대해 “주가 상승여력이 부족해 매수의견 ‘중립(hold)’을 유지한다”며 “현 주가는 NAV(순자산가치) 대비 46% 할인된 수준으로 주요 지주사 평균을 하회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타격이 큰 일부 계열사들은 유동성 확보가 관건인 수준이다. CJ CGV는 영업적자 지속으로 지주로부터 연이은 자금 조달을 받고 있고, CJ푸드빌은 외식사업 부진 및 투썸플레이스,뚜레쥬르 매각을 진행하면서 ‘브랜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 CJ가 일찌감치 계열사 외부 매각, 인수합병(M&A), 사업부 분할 등 그룹차원의 사업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해오면서 시장의 주목을 끌 ‘이슈 메이킹’이 부족한 상태인 점도 고려된다.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타 주요 그룹들이 경영승계를 통해 새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면서 비교의 시선이 있는 면도 있다. 계열사 IPO(기업공개)도 CJ올리브영(2022년)이 예정돼 있지만 사업 가치보다는 '승계 재원 마련용' 인식이 높다.

      CJ그룹의 승계는 아직 방안이나 시기가 구체화된 건 아니다보니 시장에 영향을 미치긴 이르다는 평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이달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했다. 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K푸드 글로벌 전략을 담당할 예정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은 미국 중서부에 17만평 규모의 비비고 만두 생산 기지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대중성이 높은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고 이슈성 차원에서 CJ그룹은 시장의 관심이 적은 상태”라며 “승계 관련해선 사적인 문제로 시장에 후계자의 경영 의지에 대한 불확실한 시그널을 준 측면이 있어, 향후 투자자들에게 ‘승계의 정당성’을 납득시킬 트랙 레코드를 쌓아야 할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CJ그룹의 ‘이벤트 없음’에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있다. 원금 상환 가능성이 최우선인 채권 시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곧 안정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룹을 향한 채권 투심은 공고하다는 관측이다. 다음달 지주사인 CJ㈜(AA-)와 계열사 CJ대한통운(AA-)이 각각 차환 목적으로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CJ㈜가 공모채 시장을 찾는 건 2년10개월 만이다. 대기업 간판, 비교적 우량 등급을 고려하면 두 곳 모두 넉넉한 수요 확보가 예상된다.

      크레딧 업계에서는 지난해 CJ그룹이 ‘성장보다 내실’ 기조를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분석한다. CJ그룹은 과거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 증설투자 및 식품사업 다수 M&A, CJ 대한통운의 해외 물류업체 인수, CJ CGV의 터키영화관 인수 등 굵직한 투자를 이어오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부담이 커진 바 있다. 이에 2019년 11월 ‘비상경영제체’ 선언 후 확장정책을 멈추고 현금흐름 관리에 나서면서 유휴자산 매각, 운전자본 관리, 투자정책 조정 등을 통해 ‘질적 성장’에 집중했다.

      그 효과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1년 만에 등급전망 ‘부정적’을 떼어냈다. 지난해 코로나로 식품·물류부문 매출이 증가해 현금창출력이 확대했고, 가양동 부지대금(2000억원)이 추가 유입되는 등 재무구조 안정화가 나타났다. CJ대한통운도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이다. 비대면 소비 증가로 택배 매출이 증가해 외형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국내 택배점유율은 2019년 47%에서 지난해 2분기 51%로 상승했다.

    • 승계를 둘러싼 관심도 아직은 본격적이지 않다. CJ그룹은 지주사 아래 주요 계열사가 모두 포함된 몇 안되는 기업집단에 해당한다. ‘국내 대기업 중 지배구조가 제일 깔끔한 곳’이라는 평가다. 크레딧에서도 승계는 주요 변수지만, 직접 평가 및 투자에 반영되는 요소는 아니다보니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크레딧 리스크가 남아있는 일부 계열사들도 재무적으로 그룹 내 비중이 크진 않아 그룹 전반 평가에 의미있는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재작년 등급 부담에 지난해 코로나까지 가세하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와  단기간 내에 공격적인 기조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화제성이나 여론에 대해서도 그룹 상황에 따라 자극받는 정도가 다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현대차의 경우 미래사업과 관련된 움직임은 내연기관의 종말이 거론되는 만큼 정말 ‘생존’을 위한 변화에 가까운 반면 CJ는 주요 산업이 시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