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자문 시장 잇따라 진출하는 대형 로펌들...거래소 출신에 '러브콜'
입력 2021.01.29 07:00|수정 2021.02.02 08:58
    IPO 시장 호황에 대형로펌도 준비
    늦게라도 거래소 출신 인력 영입도
    수수료 적지만 "홍보용 위해서라도"
    • 대형 법무법인(이하 로펌)들이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 출신 인력을 영입해 기업공개(IPO) 자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잇따른 공모주 흥행으로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까닭이다.

      로펌들이 영입한 거래소 출신 인사들은  '상장 예비심사' 자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거래소 입맛에 맞게 신청서를 작성하면 통과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평가도 있다. 수수료는 박하지만, 로펌 홍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고, 기업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된다는 분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태평양은 지난해 말 김재준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위원회 위원장이 금융부문 고문으로 영입했다. 김 고문 등 거래소 출신만 3명이 태평양에 몸을 담게 됐다. 김 전 위원장은 1987년부터 한국거래소에서 전략기획부장 등을 거쳐 2014년 5월 코스닥 시장위원회 위원장 겸 본부장으로 발탁됐던 인사다.

      당초 태평양은 국내 IPO 자문 분야에 큰 관심이 없는 로펌으로 분류됐다. 이번 영입으로 올해부터 IPO를 둘러싼 로펌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IPO에 더 큰 관심을 보이던 법무법인 광장도 최근 국내 IPO 자문 시장 확대를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법무법인 율촌(이하 율촌)과 법무법인 지평(이하 지평) 등 IPO 자문 부문을 일찌감치 키워둔 로펌들은 지난해 상당한 성과를 냈다.  지난 2017년 율촌은 서종남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를, 지평은 김병률 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를 영입했다. 지평은 지난해만 SK바이오팜, 헬릭스미스 등 20곳이 넘는 기업들의 상장 자문을 담당했다. 율촌은 지난해 1건의 상장을 마무리했고 올해엔 4곳의 자문 기업이 상장을 예정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출신 로펌 고문들은 주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작성하는 일을 돕는다. 한국거래소 심사역의 평가 기준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은 어떤 부분을 강조하여 한국거래소의 입맛에 맞는 청구서를 작성해야 하는지를 발행사나 주관사에 조언해준다. 또한 근무 당시 여러 회사의 상장에 관여하며 쌓아온 인맥이나 경험도 큰 도움이 된다는 평이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할 때 어떤 부분을 중심적으로 보는지 세세히 파악하고 있다는 게 거래소 출신 인력들의 장점"라며 "한국거래소 출신이 발행사로 하여금 상장예비심사 청구서 작성 시 강조해야 할 부분 등을 조언해주니 발행사들의 만족도가 꽤나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수수료는 박하다는 지적이다. 통상 로펌들은 직접 계약을 맺은 증권사 IB에게 수수료를 받거나 발행사에 직접 자문을 제공한 뒤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데 그 규모는 일반적인 기업 자문에 비해 매우 적다. 물론 상장이 진행 도중 철회가 되거나 주관 계약이 파기될 경우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증권사 IB와 달리, 로펌은 상장 철회 시에도 소정의 수수료를 보장받는다.

      수익성보단 화제성을 보고 로펌들이 IPO에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대기업 거래를 수임할 경우 차후 계열사 연계 영업도 노릴 수 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IPO는 증권사 IB들도 그렇지만 대형 로펌들 입장에서도 박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그래서 대형로펌에서도 요즘 IPO가 큰 이슈기도 하니 홍보용으로라도 자문을 맡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