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기대감에서 협력 전제 '시나리오' 쏟아질 듯
미래차시장 둔 양사 셈법 복잡…논의 길어질 전망
현대·기아·모비스 주가 '애플發' 변동성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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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과 애플의 협력에 대한 업계 관심이 단순한 기대감에서 기정사실화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의 '확정된 바 없다'라는 입장이 사실상 양사 협력 논의를 일부 인정하는 의도로 풀이되면서다.
관련 업계에선 앞으로 그룹의 공식 입장보다는 각자 채널을 활용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쏟아내며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는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기아차를 포함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주가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3일 현대차그룹은 애플과 기아의 전기차 협력에 대해 "확정된 내용이 있다면 공시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며 이 밖에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입장을 두고 양사의 협력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을 뿐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업계는 물론 IT 업계에서도 양사 협력 방식에 대한 분석은 늘어나고 있다. 양사 협력이 단순히 함께 전기차를 만들 수도 있다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애플을 비롯한 테크 자이언트 진영과 현대차그룹·GM·폭스바겐(VW) 등 자동차 업체의 최종 목표는 모빌리티 디바이스 중심의 데이터 사업 플랫폼 구축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모빌리티 기기에서 강점을 가진 자동차 업체와 독자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테크 자이언트 중 누가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는지는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의 배경이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선 세컨드 브랜드인 기아를 애플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둘 경우 독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의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다. 애플이 자사 전기차 생산을 위해 E-GMP를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현대차그룹으로선 전기차 전용 플랫폼 사업에서 경쟁사인 GM과 VW를 앞서갈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 모두 독자적인 모빌리티 기반 데이터 사업을 위한 로드맵을 갖추고 있다. 사실상 애플이 현대차그룹을 통해 진출하려는 사업과 동일하다. 현대차와 기아 중 어느 한쪽이 OEM으로 남을 경우 가장 알짜인 '관련 데이터' 확보전에서 경쟁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나 애플이나 매년 차량 몇 대를 팔아 얼마의 이윤을 남기느냐를 계산하고 있지 않다"라며 "앞으로 판매할 차량에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뽑아내고, 이를 서비스 상품으로 확장하면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협력 논의가 길어지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연스럽게 현재 거론되는 투자 규모와 구체적인 투자·양산 시점은 추측에 기반한 시나리오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증권사 완성차 담당 한 연구원은 "양사 협력에 정통한 내부 관계자들은 함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업계 전반이 각자 채널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추정하고 있다"라며 "양사 줄다리기가 한창인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구체적인 투자 시점과 방식, 양산 스케줄 등이 드러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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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협력이 공식화할 때까지 현대차그룹 전반 주가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 주가는 올해 애플과 협력 기대감을 반영해 등락을 반복해왔다. 현대차그룹이 관련 입장을 다시 발표한 3일 기아는 장중 한 때 10만2000원까지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기아는 전 거래일 대비 9.65% 오른 9만7700원에 마감했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2.08% 오른 24만5500원, 3.89% 오른 34만7500원에 마감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오늘 3사 주가는 소멸될 것처럼 보였던 애플 협력 기대감으로 인한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라며 "아직까지 3사 중 어떤 기업이 최대 수혜자가 될지 가려낼 수는 없지만 당분간 애플로 인해 오르고 내리는 일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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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03일 16:5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