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선 비관론 확산…"은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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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촉발된 '공매도 반발매수' 분위기가 은 시장으로 번지며 국내 은 선물 관련 상품에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단기 급등했던 은 선물 가격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2일 폭락하며 국내 투자자들도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에선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개인 투자 분위기를 추종하는 것과 관련,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은의 경우 산업용 등 현물 규모가 정확히 산정이 되지 못하는 등 주식에 비해 변수가 훨씬 많다는 평가다.
3일 장중 은 선물은 전일 대비 한때 10% 이상 하락하며 26달러대 초반까지 가격이 밀렸다. 레딧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이하 WSB)에서 은 매집 여론이 형성되며 지난달 말 천정부지로 오르던 은 선물 가격이 한 풀 꺾인 것이다. 국내 은 선물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의 가격도 덩달아 급락했다. 삼성 KODEX 은 선물(H)은 이날 7%, 신한 레버리지 은 선물 ETN(H)은 14% 가격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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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방식에는 펀더멘탈을 고려하거나 시세를 추종하는 방식이 있는데, 미국 개인투자자로 인해 불거진 공매도 반발매수 투자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장·단기적으로 시장에게 있어 좋은 시그널은 절대 아니며, 여기에 투자하는 건 거의 도박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WSB 투자자들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WSB 투자자들은 숏 포지션을 구축한 일부 기관투자자를 노리고 은 선물을 집중 매수했다. 이들이 은 현물에 롱 포지션을 취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은 선물 가격이 올랐다. 이는 기관들로 하여금 현물에 대해 숏 포지션을 구축하도록 유도할 것이란 설명이다.
게다가 은은 중앙정부가 연계돼 있는 금과 달리 시장에서 유동되는 규모가 정확히 잡히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은 선물 투자가 위험하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1970년대에도 한 부유한 개인이 은 선물을 어느정도 매집해 가격을 올리는 방식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실패했는데, 당시 변수는 공식적으로 산업에서 거래되고 쌓여있는 은의 재고 데이터가 안 잡히는 게 많은 것이었다"라며 "가격이 오르니 하다못해 데이터에 안 잡혀있던 은 수저, 은 쟁반 등 현물들까지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했고 그 개인은 대단한 부자였는데 파산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은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재고가 책정된 바 없다. 특히 IT산업이 호황으로 접어들면서 은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핸드폰 하나 만드는 데 은은 100g씩 들어간다. 게다가 고려아연 등 기업들은 구리 채굴 시 부산물로 금과 은도 일정한 비율로 채굴하는데, 가격이 오를 때 팔기 위해 재고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은 투자는 원자재 강세와 달러화 약세 방향에 베팅하는 성격을 띈다. 그러나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에서는 유로화 강세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까지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선물 가격의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 선물 집중 매수 현상은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톱'(GameStop)에 대한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분개하며 반발 매수에 나선 사태의 연장선이다. 레딧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 "정부와 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감추기 위해 은 가격을 인위적으로 누르고 있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 발단이었다. 1일 은 선물 가격은 1일 29.4달러로 9.28% 가까이 상승했다. 미국의 은 상장지수펀드(ETF)도 개장 전 시간외 거래에서 9% 이상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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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03일 16: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