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올해 등기 임원 절반 물갈이…박철완 상무 이사회 장악도 가능
입력 2021.02.05 07:00|수정 2021.02.08 09:27
    10명 이사진 중 올해 5명 교체
    박철완 상무 “이사 추전, 배당확대” 제안
    박 상무 추천 인사 이사회 장악시
    박찬구 회장 자사주 통한 경영권 방어 어려울 듯
    박 회장 내년 임기 만료…기관투자가 반대 넘어야 승산
    • 금호석유화학의 등기 임원 절반은 올해 교체 대상이다. 주주제안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주주들의 표 집결에 성공한다면 올해 이사회의 일부 장악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받는다.

      박철완 금호석화 고무해외영업담당 상무는 회사측에 주주제안을 통해 ▲배당확대 ▲사외이사 추천 ▲감사추천 등을 요구한 상태다. 회사측은 일단 “(박철완 상무가) 경영진 변경과 과당배당을 요청함에 따라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며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석화의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글로벌 헤지펀드사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 측에 요구한 고배당 제안도 이사회 승인을 통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결론적으로 해당 안건은 일반 주주들의 표결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진칼의 분쟁 상황만 보더라도 통상적으로 합법적인 주주제안은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 측이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더라도 법원에 ‘안건 상정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표결을 펼칠 여지도 남아있다.

      사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박철완 상무가 ‘왜’ 지금 칼을 빼들었냐”로 귀결된다. 10년이 넘는 공동경영 기간 동안 경영권 분쟁의 뇌관은 늘 살아있었다. 박찬구 회장의 딸 박주형 상무의 입사, 장남 박준경 전무의 단독 승진 사례만 비쳐봐도 그간 박철완 상무의 그룹 내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올해 주주총회는 박철완 상무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사진 10명 중 5명이 교체되는 시기이고,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3%룰이 적용되는 첫 해이기도 하다.

    • 현재로선 박철완 상무가 사내이사 자리를 노리게 될 지는 불투명 하다. 그러나 만약 사내이사 1자리, 사외이사 4자리를 모두 본인이 추천한 인사로 채워지게 될 경우엔 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사실 배당을 크게 늘리는 것만으론 박철완 상무가 얻는 실익은 그리 크지 않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총 410억원가량을 배당했다. 배당금 총액은 과거 2014년 수준과 유사하게 증가했고, 시가배당률 또한 최근 3년간 꾸준히 높아졌다. 과거 배당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고배당 주주제안이 주주총회에서 받아들여진 사례가 많지도 않았다.

      따라서 박 상무가 배당금액 증가로 얻는 금액적 이득보다 배당 증가에 만족하며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더 크기 때문에 고배당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주주결집을 위한 ‘표 대결 준비’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석화의 현금성 자산이 상당히 많기는 하지만 박 상무가 단순히 배당성향 확대를 위해 이 같은 분쟁을 시작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게 맞다”며 “중·장기적으론 결국 경영권 확보를 위한 사전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작은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자사주’다.

      금호석화는 전체 주식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8%의 주식을 자사주로 확보하고 있다. 자사주는 현재 상황에서 의결권이 없지만, 외부 제 3자에게 매각할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경영권 분쟁시 언제든 쓸 수 있는 카드다. 자사주를 배당 증가 그리고 주가 부양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금호석화는 지난 10년간 자사주를 어떤 방식으로도 활용하지 않았다.

      박찬구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면 자사주가 박 회장의 무기로 여겨지지만, 반대로 박철완 상무가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다면 박 상무의 경영 입지를 넓히는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미 최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의 목적 외에 주주환원 등의 방식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할 경우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묶인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감사위원 선출시 박철완 상무의 의결권도 3%로 제한되지만 IS동서를 비롯한 일부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투자자들이 분산된 지분으로 힘을 실어준다면 추천 감사인의 선임도 가능하다. 박찬구 회장, 박준경 전무의 의결권은 총 6%로 제한된다. 박주형 상무의 지분율 0.98%를 포함하면 약 7% 내외의 의결권을 행사 할 수 있다. 회계장부 열람을 비롯한 감사의 권한은 상당히 막강하기 때문에 감사 선임만으로도 박 회장의 경영에 상당한 제동을 걸 수 있다.

      장기적으론 내년도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박찬구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더불어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대표이사 또한 금호석화 사내이사 임기가 끝난다.

      지난 2019년 금호석화의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박 회장의 선임을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금호석화의 지분 8%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와 유사한 이유로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플로리다연금(SBA Florida) ▲캐나다연금(CPPIB)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BCI) 모두 박 회장의 선임에 반대했다.

      결론적으로 박철완 상무가 올해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다면 상대적으로 경영권 장악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셈이다. 박찬구 회장은 측근들의 이사회 유지, 그리고 내년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방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박준경 전무, 박주형 상무 등 박찬구 회장의 직계 가족들에 대한 후계 구도도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적인 고민은 더욱 커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