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송 ITC 최종 판결 앞두고 합의금 주판알 튕기는 SK-LG
입력 2021.02.05 07:00|수정 2021.02.04 19:04
    지난해 SK 조기패소 이끌어내면서 담당자들 승진
    LG, 최종에서도 승소 기대감 커
    SK, ITC 결과 나와도 합의는 별개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정이 조만간 내려진다. 해당 건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오는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양사의 배터리 영업침해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양측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결과에 대한 관심은 국가적인 사안으로까지 비춰지게 됐다.

      현재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우선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내린 조기패소판결(예비결정)을 최종 결정에서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은 합의에 나서야 한다.

      ITC가 재검토 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재검토는 행정판사가 사실관계를 다시조사하라는 경우로 이전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 일자리 확보를 위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SK는 이를 근거로 합의금을 낮출 수 있다.

      ITC 최종 결정이후에도 합의를 못찾게 되면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서 배상액을 산정하게 된다.

      일단 LG그룹은 내부적으로는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내린 조기패소판결로 우위를 점했다는 분위기다. 내부적으로 조단위 이상의 합의금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합의금 액수가 해당 건에 참여하는 LG그룹 임원의 레코드가 될 수도 있다. 그룹의 사활이 걸린 사업이다 보니 확실한 보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해당 소송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권영수 LG그룹 부회장과 소송을 이끌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LG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SK그룹에 조기 패소 판결이 나오면서 관련 임원들 상당수가 승진을 했다”라며 “현재 LG그룹 내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최종 판결에서 쐐기를 박으면 합의금은 더 올라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행여 민사 재판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합의금 액수는 더 커진다고 본다. 징벌적 배상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LG그룹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소송비용은 부담스럽다. SK그룹이 민사 소송을 불사한다면 소송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 이미 양사가 소송비용으로 지불한 금액만도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LG그룹이 판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에서 ‘로비스트’까지 고용하며 전방위 압박을 통해서 협상금을 올리려고 본다.

      미국의 로비스트들의 활동을 고지하는 사이트(openserets.org)에 따르면 LG화학은 2019년 1명의 로비스트와 계약을 한 뒤 2020년에는 22명까지 그 인원을 확대했다. 로비비용도 2019년 이후 총 63만6666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LG화학은 “다른 건이 포함된 금액으로 실제 로비금액은 47만불 수준”이란 설명이다.

      현재 LG그룹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합의금 액수는 3조원으로 전해진다. ITC 소송 합의금 기록을 갈아치우는 금액이다. 일단 판을 키우고 1조원 수준의 합의금만 받아도 LG그룹은 ‘통큰 양보’를 했다는 시나리오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이번 소송전이 비단 합의금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오너와 전문경영인(CEO)의 그룹 내 위상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최태원-구광모 회장의 리더십,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나아가 권영수 LG그룹 부회장의 그룹 내 위상과 직결된 문제다 보니 쉽사리 뒤로 물러서기 힘든 싸움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들의 자존심 싸움이라 누군가 먼저 나서서 그만하자고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현재까진 판을 키운 LG그룹이 협상장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