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2의 폭스콘' 미선정에 실망?…한달간 피로감만 쌓인 애플카 논란
입력 2021.02.08 16:53|수정 2021.02.09 09:54
    현대차그룹 "애플과 협의하고 있지 않다" 공시
    한달간 추측 시나리오 난무하며 업계도 피로감
    애플, 위탁생산처로 '현대차' 선택한 것 아닌데
    시장은 '제2폭스콘' 집착…당분간 깜깜이 국면 전망
    •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개발을 위한 현대자동차그룹과 애플의 협력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 달여 동안 추측성 시나리오가 무질서하게 쏟아졌지만 당사자인 현대차는 '협의하고 있지 않다'라고 못을 박았다. '애플카'를 단순히 주가 호재로만 보는 시선에 업계의 피로감도 짙다.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못 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8일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는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라고 공시했다. 지난 주말 양사 협력이 틀어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를 기점으로 관련 소식이 쏟아져나오더니 현대차그룹이 확정을 지었다. 애플과 협업 가능성에 베팅했던 자금이 이탈하며 현대차 관계사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공시 상 표현의 미묘한 허점을 꼬집어 '자율주행차 개발을 함께하지 않을 뿐 전기차 협력은 진행형'이라는 분석이 새로이 부상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공시를 해석하고 있다"라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글로벌 빅 테크(Big Tech)인 애플이 현대차그룹을 파트너로 선택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주가가 결정된다는 수혜론에 시장이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초 애플이 현대차그룹에 접촉한 것은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해 완성차 업체와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 목적이 전기로 굴러가는 자동차 생산이 아니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위한 바퀴 달린 IT 기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와 덩치를 막론하고 양사가 잠재적 경쟁자인 동시에 협력대상이라는 점에서 애플이 현대차를 '간택'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애플은 자동차를 만들어본 적이 없고 현대차그룹은 IT 역량이 아쉬우니 반(反)테슬라 진영을 구축하기 위한 줄다리기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는 평가다.

      자율주행 SW 역량이 상향 평준화하자 한해 50만 대 전기차를 파는 테슬라의 실제 주행 데이터 확보량이 격차를 누적적으로 벌렸다. 애플이 자사가 직접 개발한 전기차를 수십만 대 이상 보급하지 못하면 자율주행 SW의 완성 시점도 그만큼 뒤처질 수 있다. 타이탄 프로젝트가 언제 시작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빨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인 셈이다.

      자율주행 전기차를 활용한 데이터 사업에서 애플은 현대차보다도 앞서있다고 보기 힘들다. 가장 먼저 자율주행에 뛰어든 구글 웨이모 기업가치가 반토막 날 동안 테슬라 주가는 10배 이상 뛰었다. 테슬라는 지난 연간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연말쯤 완전자율주행 구현이 가능하다는 가이던스와 함께 자사 자율주행 라이선스를 타 기업에 판매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와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현대차는 대신 차를 만들어 줄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로 보기 어렵다. 한 발짝 더 들어가면 테슬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파트너로서 현대차를 우선 선별한 과정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협의 사실을 부인한 이날 시장의 반응은 현대차가 제2의 폭스콘이 되기 어려워졌다는 실망감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현대차 담당 한 연구원은 "현재 현대차그룹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되는 이유는 애플의 위탁생산처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과는 거리가 있다"라며 "현대차그룹이 폭스콘이 되지 못할까 조급증을 내고 실망을 표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을 제외한 빅테크 진영에서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미국 GM, 독일 폭스바겐(VW)에 이어 매력적인 협력 상대로 꼽힌다. 지난 한달여 동안 애플과 협력 가능성을 둔 안팎의 잡음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의 외부 협력 논의는 깜깜이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양사가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개발 협의를 두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도 여전히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