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협력 언급 없이…경쟁상대는 '테슬라'
기존 전략 유지하며 자율주행 경쟁력 확보
"자신감 내비쳐…향후 IT역량 확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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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올해 첫선을 보이는 전기차 CV를 통해 브랜드를 테슬라 영역으로 포지셔닝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여 동안 논란이 된 외부 협력에 대한 언급보다는 기존 플랜S 전략과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시장이 글로벌 빅테크(Big Tech)의 행보에 주목하더라도 경쟁상대는 결국 테슬라라는 점이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기아는 CEO인베스터데이를 열고 플랜 S의 핵심 사업과 세부전략, 중장기 재무 및 투자목표를 공개했다. 플랜S는 선제적 전기차 전환과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을 통해 브랜드를 혁신하겠다는 기아의 중장기 전략이다. 플랜S의 3대 핵심사업은 ▲구체적인 전기차 전환 계획과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사업 역량 강화 ▲모빌리티 사업 확대로 요약된다.
이번 발표를 통해 기아의 중장기 전략은 테슬라와 같은 자율주행 전기차 생태계 구축으로 좁혀졌다.
애플을 비롯한 외부 협력 관련 얘기는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 1월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이 불거지며 현대차그룹의 세컨드 브랜드인 기아가 위탁생산을 맡게 될 거라는 분석이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선 이번 발표회를 통해 관련 공식 언급이 있을 거란 기대감이 부상하기도 했다.
기아는 오히려 경쟁 상대로 테슬라를 직접 거론했다. 3월 공개를 앞둔 CV의 경쟁상대로 테슬라의 모델 Y를 지목했다. CV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기아의 첫 전기 SUV 플래그십 차종이다. 외부 협력이 아니더라도 자체 전기차 경쟁력으로 테슬라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CV를 기점으로 올해 인포테인먼트 무선업데이트(OTA)와 AVNT(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텔레매틱스 단말기) 서비스를 확대 적용하고 2023년부터 본격적인 제어기 OTA 서비스를 통해 레벨3 이상 자율주행 역량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수소,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 투자도 원형을 유지하되 현대차와 기아 양사가 테슬라의 사업 모델을 따라잡는 국면이 펼쳐질 전망이다.
중장기 투자 계획에선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 경쟁력 강화 의지가 드러났다. 기아는 오는 2025년까지 6년 동안 총 29조원을 투자한다. 자율주행과 수소, 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 사업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기존 사업 부문 투자는 1조원을 줄인다.
투자 계획에 맞춰 재무목표도 다소 신중하게 제시했다. 기아는 올해 매출액와 영업이익 목표를 각각 65조6000억원, 3조5000억원으로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5.4%, 내년 6.7%를 달성해 2025년 7.9%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시장 전망치에 비해선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기아를 포함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기아는 기존 내연기관 업체에 비해 자율주행 전기차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역량을 통해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IT 역량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기아가 자체적인 자율주행 전기차 로드맵을 구체화하면서 외부 협력에 기대지 않아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제부터는 전기차 경쟁력에서 테슬라와의 격차를 줄이고 IT 역량에서 다른 경쟁사보다 앞서가는 것이 핵심 변수가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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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09일 16: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