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순익에도 '배당 전쟁'서 신한에 완패한 KB...중간배당도 무리?
입력 2021.02.10 07:00|수정 2021.02.15 11:28
    배당성향 20%로 전년보다 감소...스트레스 테스트 통과 못해
    유일한 통과자 신한금융은 20% 이상으로 검토 전망
    ROEㆍ팽창 위주 전략의 한계...감독원 눈치에 중간배당 가능?
    • 올해 금융주 실적 발표 시즌의 핵심 관전포인트는 배당이었다. 은행 실적 하락은 예정된 일이었고, 대손충당금이 결정한 순이익 규모 역시 변별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기준에서 보면 KB금융은 2020년 실적 시즌에 신한금융에 뒤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KB금융은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순이익 규모도 신한금융을 앞섰다. 이와 관련, KB금융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견조한 핵심이익 증가와 M&A를 통한 비유기적 성장의 결실로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였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렸다.

      하지만 이익이 늘어났음에도 불구, 정작 주주들에게 제공하는 배당금은 전년대비 20%나 줄었다. 이익을 공유할 종업원 급여도 유의미하게 늘어나지 않았다. 성장의 과실을 주주도, 임직원도 향유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태의 근본원인은 감독당국의 '배당규제'를 꼽을 수 있지만 더 따져보면 그간 성장과 팽창 중심인 KB금융의 전략적 방향성이 지닌 취약점도 이번에 드러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당 배당액 20% 줄어...스트레스 테스트 통과 못한 탓

      KB금융은 지난 4일 2020회계연도 결산 실적 발표를 통해 결산배당액을 주당 1770원으로 발표했다. 배당성향은 20%, 시가배당률은 3.9%였다. 이는 2019년 주당 배당액 2210원 대비 20% 줄어든 금액이다. 배당성향도 26%에서 6%포인트 뒷걸음질쳤다.

      KB금융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금융당국 취지에 공감하는 차원'이라고 배당 축소 배경을 밝혔다. 돌려 말하긴 했지만, 결국 자본적정성이 금융감독원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실토한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통해 대형 은행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줄이도록 권고했다. 지난해 금융위원장 등의 '구두 권고'에도 은행 및 은행지주들이 배당을 강행하자, 이번엔 사상 최고로 '권고안'을 서면 의결한 것이다.

      대신 부연을 달았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에서도 자본적정성을 '배당제한 규제비율' 이상 유지하는 은행지주에 대해서는 자율적인 배당을 허용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를 두고 최근 공석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건 국내 은행 및 은행지주 중 신한금융지주가 유일하다.

      신한금융도 스트레스 테스트에 통과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5일 컨퍼런스콜에서 "감독원 권고를 받아들였다면 (배당성향을 20%로) 이미 결정했을 것이다"라며 "다른 요인을 고려할 지 고민 중이며 3월 초에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KB, 공격적 M&A 탓 자본여력 소진...2020년말 기준 신한금융에 뒤져

      KB금융은 그간 윤종규 현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그룹의 외형을 키우고 수익 규모를 끌어올렸다. 2020년 사상 최대 순이익도 결국 외형 성장에 기반한 것이란 평가다. 자기자본이익률(ROE)와 총자본이익률(ROA)은 감소 추세다. 현대증권과 LIG손해보험을 품에 안으며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성장했던 2015~2017년과 최근 2년간의 성장세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성장 전략은 필연적으로 자본에 부담을 준다. 일반적으로 계열사 보통주는 위험자산으로 자본비율을 깎아먹는 까닭이다. KB금융의 총자본비율ㆍ티어1자본비율ㆍ보통주자본(CET1)비율 등 주요 자본적정성 지표는 2017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 푸르덴셜생명 인수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탔다.

      KB금융은 2019년말까지만 해도 신한금융에 비해 압도적으로 자본적정성 지표가 좋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총자본비율과 티어1자본비율의 우위를 신한금융에 내줬다. 한때 3%포인트 이상 벌어져있던 보통주자본비율 격차도 지난해 말 기준 0.3%에 불과하다.

      사실 연말 기준 그룹 총자본비율이 전년대비 80bp(0.8%포인트) 상승하는 등 KB의 자본적정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이라는 돌발 사태가 KB금융의 성장 전략이 가지고 있던 리스크 중 일부를 노출시켜 버린 상황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주주가치 제고를 주요 전략 요소로 내세워왔던 윤종규 회장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은 지난해 9월 3연임 확정 직후 입장을 묻는 자리에서 "주가가 여전히 참담한 수준"이라며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직후 진행된 2020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선 당시 김기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배당성향을 3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2019년 주주총회에서도 잇딴 M&A와 관련, 윤 회장이 직접 "무조건적인 확장보다는 주주이익 제고를 위한 의사결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먼저 반응한 주가...금융당국 리스크에 하반기 중간 배당도 '우려' 

      실적발표가 끝난 후 첫 거래일인 8일 KB금융 주가는 장 초반 잠시 하락했다가 상승 전환하긴 했지만, 상승폭은 1.5% 안팎에서 제한됐다. 반면 신한금융 주가는 장 초반 급등한 이후 5% 가까이 급등하다 3.5%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런 차이는 당장의 배당 축소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배당규모가 늘어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6월까지는 감독당국의 권고안으로 배당을 더 늘릴 수 없지만 이후에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간배당 등을 더 늘리겠다는 의미로 이해됐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이 배당 제한 권고안을 6월에 폐기할 리가 없다'라는 예측이 유력하다. 그렇게 되면 KB금융이 중간배당을 확대하는 것도 기대만큼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3월말까지 시행할 예정이었던 대출 만기 연기 및 상환 유예 정책을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출 부실이 얼마나 될지 감춰진 채로 수 개월간 더 유예되는 것이다.  변종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코로나19 시국이 언제 끝날지 장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 배당 제한 정책을 얼마나 더 끌고 갈 지 속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지난 5일엔 하반기에 있을 이른바 '보복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융주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는데, 지금은 각 사별 여력도 따지는 분위기"라며 "솔직히 금융당국이 이번에 의결한 '자본관리 권고안'을 약속대로 6월에 폐기할 거란 신뢰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미 스트레스 테스트에 통과한 신한금융은 일단 이런 제한에서 자유롭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2020년 연간 배당성향을 22% 안팎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우려에 부합하면서도, 배당성향을 20%로 제한당한 타 금융지주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수준인 까닭이다.

      결국 향후에도 배당 부분에서 신한은 자유로운데 KB만 간섭을 받는다면 주주들은 불만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SK증권은 KB금융에 대해 최근 "이번 배당 축소는 일시적 조치지만 투자자들은 실망했을 것으로 본다"며 KB금융의 장기 배당 성향을 하향 조정하고 이에 따라 목표가 역시 6만1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10% 가까이 낮췄다.

    • KB금융, 성장 전략도 한계 가시화? '다음 청사진' 보여줘야

      지난 6년간 KB금융의 성장 전략은 외형 확대와 비용 축소로 요약된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을 제치고 '1등 금융그룹'의 영예를 안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런 KB금융의 외형 성장은 감독당국의 규제와 배당축소 움직임으로 인해 새로운 도전과 한계를 맞이한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9월말 기준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9.04%에 달한다. 금융당국 권고 비율인 130%에 턱 밑까지 찬 상황이다. 오히려 신한금융은 119.36%로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고질병이었던 비용 축소 역시 한계에 이르고 있다. KB금융의 최대 약점으로 손꼽혔던 영업이익경비율(CIR;Cost-Income Ratio) 역시 하락 추세를 멈춘 상태다. 2016년 70.2%에 달했던 KB금융 CIR은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2018년 54%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55% 안팎에서 추가 하락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인 신한금융의 지난해 CIR은 45.2%로 전년대비 0.9%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KB국민은행 퇴직자 수가 800명으로 최근 4년 간 가장 컸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KB금융은 희망퇴직을 위해 3000억원의 비용을 집행했다. 하지만 사상 최대 이익이 나도 배당도 못주고, 종업원 급여도 못늘리면서 퇴직자만 늘어나다보니 금융권 일각에서는 "회사가 돈 벌어서 퇴직자들만 챙겨줬다"는 냉소적인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KB금융은 퇴직자들에게 최고 25개월치 급여와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지원금을 보장했다. 지난해 희망퇴직 조건 대비 600만원 늘어났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KB금융이 어느 정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추가적인 초대형 M&A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든 게 사실"이라며 "이전같은 성장이 불가능하다면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배당인데, 금융당국이 '대외 불안'을 이유로 배당 제한 규제를 연장하면 꼼짝없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