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많은 베인캐피탈 휴젤 회수 전략...불법수출 의혹에 균주 불씨도 여전
입력 2021.02.10 07:00|수정 2021.02.15 11:28
    최근 미승인 제품 수출설…훈풍 타던 주가에 찬물
    균주 출처도 불씨…대웅제약 타격시 연쇄 파장 불가피
    베인캐피탈, 안개 걷힌 후에야 본격적 회수 가능할 듯
    • 국내 최대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기업 휴젤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중국에 수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회사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뜬소문에도 주가가 크게 술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로부터 균주를 가져왔다고 봤다. 향후 휴젤 등 다른 후발주자들도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휴젤의 균주 출처가 메디톡스라면 로열티 계약을 맺으면 되지만, 지루한 소송전이 끝나기 전까진 선뜻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 휴젤에 투자한 베인캐피탈도 불확실성 속에 회수 방안을 고심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3일 휴젤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중국에 수출한 문제로 고발을 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했다. 국가출하승인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통 전 국가에서 검토를 거쳐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는 절차다.

      회사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고발 관련 내용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관련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3일 주가는 전날 대비 12.99%나 급락했다. 다음날 주가는 소폭 반등했지만 휴젤 입장에선 ‘레티보(Letybo)’ 중국출시 온라인 기념 행사를 앞둔 상황이라 타격이 컸다.

      베인캐피탈은 2017년 총 9274억원을 들여 휴젤을 인수했다. 당시 주당 투자가격은 약 45만원이었는데 한때 주가가 22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휴젤은 꾸준히 주주친화 정책을 폈다. 자사주를 취득하고, 작년엔 무상증자(1주당 2주 부여)도 단행하는 등 주가 부양에 공을 들였다. 작년 이후 주가가 훈풍을 타며 20만원(무상증자 후)을 오가던 상황이라 이번 루머와 주가 하락이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ITC는 작년말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Jeuveau)가 관세법을 위반했다며 21개월간 미국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ITC는 대웅제약의 균주는 메디톡스로부터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균주의 영업 비밀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균주의 출처가 메디톡스라는 점은 확인됐으니 다시 지루한 법적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분쟁 결과는 휴젤을 비롯한 보톡스 후발 주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디톡스가 국내에서 처음 보툴리눔 톡신을 출시한 후 후발 주자들도 균주를 확보했다. 각 회사들은 저마다 균주 출처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최초의 균주 출처는 메디톡스일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향후 수사를 거쳐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다면 품목 허가 취소 등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휴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 있지만 몇 년 뒤 시장 가치가 어떻게 바뀔 지 장담할 수 없다.

      휴젤의 균주가 메디톡스로부터 유래했다고 가정하면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법은 있다. 기술을 이용했다고 인정하고 로열티 계약을 맺으면 일부 비용 부담은 생기지만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다. 실제 메티톡스 측에 로열티 계약 의향을 묻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디톡스는 휴젤과 사이가 대웅제약만큼 나쁘지는 않다.

      다만 휴젤 입장에선 메디톡스로부터 균주를 가져왔다 치더라도 지금은 로열티 계약을 맺기 부담스럽다. 로열티 계약을 맺었는데 대웅제약이 종국에 승리하기라도 하면 메디톡스, 나아가 휴젤의 제품까지 품목 취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주가 타격은 물론, 상장의 근거까지 흔들리게 될 수 있다.

      대웅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Evolus)를 통해 제품을 미국에 팔아 왔는데, 최근 미국 법무법인이 에볼루스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에볼루스가 주보 균주를 메디톡스로부터 도용했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2018년 상장한 이후 30달러에 육박했던 에볼루스 주가는 한때 3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7달러 내외를 오르내리고 있다. 주가 하락분만 수천억원이다. 이 손해에 대한 책임이 대웅제약에 미친다면 회사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대웅제약 입장에선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작년 11월엔 대웅제약과 에볼루스가 당시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베인캐피탈 입장에선 휴젤 투자도 어느덧 햇수로 다섯 해를 맞았기 때문에 회수 고민을 해야 하지만 당분간은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희소한 보톡스 회사기 때문에 다국적 회사들의 관심이 높겠지만 이들 역시 안개가 걷혀야 본격적인 구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휴젤 입장에선 균주 문제를 빨리 끝내고 싶더라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분쟁이 어떻게 결론날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움직이긴 부담스러울 상황”이라며 “몇 년 후 균주 문제가 걷혀야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