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현대重 DICC 우선매수권 행사할 듯…차액 보전은 ‘두산重’ 몫
입력 2021.02.10 11:51|수정 2021.02.10 13:39
    FI, 동반매도권 행사해 경영권 지분 매각 시동
    두산그룹, 현대重에 DICC 지분 100% 매각하기로
    결국 우선매수권 행사에 무게
    실적 회복한 DICC, 中업체들 인수 의사 타진
    제 3자 인수희망 금액에 따라 우선매수권 규모도 변동
    •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재무적투자자(FI)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과정에서 두산그룹은 DICC 지분 전량을 보전하기로 확약했고, 이에 따라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이 DICC 지분에 대한 평가 차액을 지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 3의 투자자들이 DICC의 지분가치를 얼마로 인정하느냐가 두산그룹과 FI의 갈등의 마지막 관문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ICC 재무적투자자(미래에셋자산운용PE·IMM PE·하나금융투자 컨소시엄)들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은 두산그룹 측에 동반매도권 행사를 통보하고 외부 투자자를 물색중이다. 매각 대상은 FI 측 지분 20%에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지분 80%를 포함한 전체 지분이다.

      FI 측의 투자금을 회수 할 수 있는 방안은 두산그룹과 협상을 통해 투자 원금에 이자율을 더해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구주매출, 동반매도권 행사를 통해 경영권 매각을 시도하는 방안 정도 이다.

      두산그룹은 현대중공업과의 협상과정에서 FI가 보유한 DICC 지분가치를 약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사실 FI 측의 투자원금이 38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두산그룹과 FI 측이 두산그룹에 20% 지분을 매각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 IPO 또한 절차를 고려하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두산그룹과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현실화 가능성이 떨어진다.

      결국 이번 동반매도권 행사는 DICC 100% 지분의 실제 매각 여부를 떠나 외부 원매자들로부터 DICC 지분의 시장가치를 평가 받아 투자금 회수 전략을 마련하겠단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주주간 계약에 따라 두산그룹은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FI가 외부투자자 유치에 성공한다면 인수 주체가 제 3자 또는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두산그룹-현대중공업그룹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금 회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파기환송, 즉 FI 측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뒤엎으면서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FI 측이 매수 예정자에게 지분 전량(100%)을 매각 할 수 있는 동반매도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FI들이 지분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확보됐다. FI의 투자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던 DICC의 실적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어 현재 중국 내 전략적투자자(SI) 수 곳이 일찌감치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FI 측의 동반매도권 행사에 두산그룹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3가지이다.

      ▲제 3자에 경영권 매각(동반매도 요구에 동의) ▲우선매수권 행사(제 3자 매각 예정금액으로 FI의 지분가치를 인정해 매수) ▲FI측의 제 3자 매각 조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제 3자에게 매도할 수 있는 방안 등이다.

      이 가운데 두산그룹은 추후 우선매수권 행사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의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과정에서 핵심 자회사인 DICC의 지분 전량도 함께 매각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제 3자에 DICC를 매각하는 방안은 사실상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FI측은 선관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책임이 있고, 투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동반매도권 행사에 나선 것”이라며 “두산그룹 측이 우선매수권을 행사를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인정하는 시장가치에 따라 두산그룹이 FI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사실 FI 측에 투자금을 돌려줘야하는 주체는 두산인프라코어지만 경영권이 현대중공업그룹에 넘어갔기 때문에 실질적인 투자금 보전은 두산중공업이 책임 질 전망이다. 제 3자가 희망하는 인수금액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자금 지출 규모가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DICC의 지분 매각이 완료되기 전까진 두산그룹과 FI의 법정공방이 지속될 여지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