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홍수에 증권사들 실무자 확보 총력전…"직원 뺏기면 딜 놓친다"
입력 2021.02.19 07:00|수정 2021.02.22 09:50
    올 1분기 IPO, 전년동기 대비 3배
    과거보다 20%이상 인력 늘리기도
    인력 이탈한 증권사는 딜 놓치는 현상
    • 증시 급등에 활황을 맞이한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이 관련 인력을 크게 늘리고 있다. IPO 딜(Deal) 자체에서 나오는 수수료는 많지 않지만 상장전투자(Pre-IPO)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낼 수 있는데다, 유상증자 등 추가적인 자본 거래 수임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2018년 전후 IPO 약세장에서 실무자들이 대거 이탈한 후 갑자기 호황기가 찾아오는 바람에 실무급 인력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푸념이 이곳 저곳에서 들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가 인력 확보에 실패하며 수임 경쟁에서 밀려나자 이를 '반면교사'로 여기는 하우스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17일 인베스트조선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주요 증권사가 새로 채용 혹은 이전 배치한 IPO 인력(전담 인력 기준)은 50여명에 육박한다. 전체 규모 기준 2019년말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인력 보충 열풍의 기저엔 IPO 붐이 깔려있다. 올해 1분기 내 증권시장에 상장되거나 될 예정인 기업은 총 24곳이다. 전년동기 대비 3배다. 그 외에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야놀자, 한화종합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연내 상장을 예고한 상태다. 어느 때보다도 뜨거워진 IPO 시장의 열기에 증권사들은 주관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대열을 재정비해왔다.

    • 거래 하나에 많게는 10여명이 수 개월간 달라붙어 있어야 하는 IPO 특성상 인력 보충이 핵심이었다.

      크래프톤, 야놀자, SKIET 등의 주관사로 선정된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부터 내외부에서 IPO 인원을 충원해왔다. 2017년 30명이었던 IPO 담당 인력은 올해 2월 기준 48명까지 늘었다. KB증권은 ECM(주식발행시장) 부문의 인원 변동은 없지만 최근 ECM부서의 영향력이 DCM(채권발행시장)보다도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화종합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공동주관사로 합류한 대신증권도 IPO 담당 인력을 거듭 채용하고 있다. 2019년 25명이었던 IPO 담당 인력은 지난해 31명까지 늘었다. 카카오페이의 대표주관사 삼성증권도 같은 기간 5명이 늘었다. 이 외에도 커버리지팀을 별도로 두고 IPO 업무를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IPO부서를 2020년 2개로 나눴고 인력도 11명 가량 늘렸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인력을 늘리는 모습이다. 통상 중소형 증권사들은 기업금융(IB) 전 부서에서 딜 구분 없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한다. 메리츠증권의 IB 사업팀은 2019년 184명에서 2020년 224명으로 인력 수가 증가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 IB 사업부 인력도 일년 사이에 20명이 늘어났다. 한양증권도 IB본부 내 IPO를 주력으로 담당하는 인력이 일년새 3~4명 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IPO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입찰제안요청서(RFP)조차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영업을 하고 있다"라며 "IPO 인력을 늘리는 것도 이에 필요한 인프라를 넓히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IPO는 '인력 대비 수익성이 낮은 파트'라는 인식이 강했다. 짧아도 6개월, 길게는 5~6년을 투자해 3억~10억원의 인수 수수료를 얻는 게 고작이었던 까닭이다.

      수 차례에 걸친 규제 완화로 IPO가 '투자 비즈니스'가 되면서 증권사가 IPO 인력 확충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갖춰졌다는 분석이다. 상장 주관 계약과 함께 일부 지분 사전 투자가 '기본'이 됐고, 상장 완료 후 투자 회수를 통해 상당한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금융당국은 혁신ㆍ벤처기업의 경우 주관사를 맡을 수 없는 규제 지분율을 기존 5%에서 10%로 추가 완화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전에는 '굴레'였던 코스닥 기업 상장인 의무 인수분도 최근 상장 공모 호황과 함께 '수익 화수분'으로 거듭났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박셀바이오' 의무인수분에서만 한때 100억원이 넘는 평가차액이 나기도 했다. 수익성이 달라진만큼, 인력을 늘릴 수 있는 여력도 커진 셈이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발행사들은 입찰제안요청서(RFP)에서 '우리에게 얼마나 인원을 할당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거래 수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평가다.

      한 중견 증권사가 최근 거래 수임 경쟁에서 도태되며 '반면교사'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증권사의 경우 거듭되는 인력 이탈에 최근 일부 거래를 놓쳤다. 대리에서 과장급 중간 실무자가 대거 이탈하며 실제 실사 수행 능력에 타격을 입었고, 아직도 이를 복구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며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에 인력 구성이 다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읍소한 적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경쟁 증권사를 견제하기 위해 '그 곳은 일손이 부족하다'라고 험담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