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 부진과 관련 ESR켄달과 비교도
'롯데' 브랜드에 성장성 정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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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를 통해 몸집을 키워 성장성을 증명하려던 롯데리츠가 '롯데' 브랜드 이미지에 되레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을 지나며 롯데는 '유통기업 중 가장 비대면 시대에 뒤떨어진 회사'라는 이미지가 생겼는데, 롯데리츠는 증자 자금으로 이 롯데 계열 리테일(소매) 점포를 인수할 계획인 까닭이다.
증자를 앞두고 롯데리츠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픈마켓 '쿠팡'을 주요한 임차인으로 두고 있는 ESR켄달스퀘어리츠가 쿠팡 미국 증시 상장 소식에 반등한 것과는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처음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던 지난해 10월 이후 롯데리츠의 주가는 최대 5434원까지 상승했었다. 그러나 4개월 정도 지난 지금, 롯데리츠의 주가는 5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 규모도 1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리츠 지분 50%를 보유한 롯데쇼핑이 유상증자 물량의 절반을 소화할 예정이지만 그 외엔 지분율 1% 미만의 소액주주가 많다"라며 "주가 약세가 지속되면 유상증자 흥행에 부담을 줄 수 있어서 주가 추이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라고 말했다.
리츠는 배당주의 성격이 강해 거의 채권에 가까운 주식이어서 주가 상승 기대감이 큰 편은 아니다. 다만 경기 방어주라는 인식으로 최근 같은 변동성 장세에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일례로 '리츠 대장주' 신한알파리츠는 1월 중순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1월 중순 대비 주가가 10% 가까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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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츠가 유상증자 이후 결국 편입할 부동산에 '롯데'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게 가장 큰 '리스크'(우려) 요인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롯데리츠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백화점(중동점·안산점), 롯데마트(계양점·춘천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등을 매입할 계획이다. 모두 롯데쇼핑 브랜드다.
그러나 최근 롯데쇼핑은 온라인 사업이 부진한데다 구조조정 이슈가 부각된 상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 마트, 롭스, 슈퍼 등 매장 115곳을 폐점했다. 롯데쇼핑 실적은 좋아졌지만, 투심에는 그리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구조조정 대상의 80%는 임차 점포라서 롯데리츠의 자산과는 관계가 없긴 하다"라면서도 "그러나 단순히 투자자에게는 '롯데는 몸집을 줄여가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주면서 투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부족한 온라인 역량도 한계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업계는 훈풍이 불었다. 덕분에 쿠팡은 '만년 적자' 꼬리표를 뗐고, 티몬과 11번가는 이커머스 호황을 틈타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롯데의 온라인 성적표는 저조하다. 롯데가 야심차게 런칭한 '롯데ON'(이하 롯데온)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GMV)는 약 7조6000억원 수준이다. 물론 직전년도 대비 7% 가량 증가한 것이지만 타사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네이버 쇼핑과 쿠팡의 GMV는 각각 27조원, 22조원이다.
업계에서는 롯데리츠의 대척점에 있는 자산으로 ESR켄달스퀘어리츠를 꼽는다. 쿠팡이 주요 임차인인 까닭이다. 이달 초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소식 덕에 ESR켄달스퀘어리츠의 주가는 3%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롯데리츠도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김포물류센터도 편입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리테일에 국한돼 있던 자산 포트폴리오가 물류센터 등으로 확장된 것은 긍정적이나 아직 유통매장 비중이 더 크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물류센터만을 담는 다른 리츠 상품에 비해서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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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