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공백에 5년간 취업제한까지 걸려
경영에 차질 불가피…"ESG 득 될 것 없다"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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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삼성전자는 ESG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워낙 많은 전기를 소모하는 터라 친환경 발전보다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먼저 챙길 수밖에 없다. 그룹 총수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마무리되지 않아 지배구조 평가에서도 득이 될 게 없다.
ESG 열풍으로 투자 시장에선 환경 및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이 커졌다. 유럽이 바람을 주도했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힘을 싣고 있다.
국내 기업 역시 ESG 도입 및 채권 발행에 적극적이다. SK그룹이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작년 SK㈜·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계열사 8곳은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2050년까지 사용 전력 전부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부터 조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최고재무책임자(CFO) 주관으로,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지속가능경영 추진센터로 격상하기로 했다. ESG 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인데 막상 이 성과를 인정받자니 부담스러운 요소가 많다.
삼성전자가 하는 휴대폰, 가전제품 제조 등은 많은 전력이 사용되는 사업이다. 특히 글로벌 1위 반도체 사업의 경우 안정적이고도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라인을 늘리면 그에 전력을 공급할 발전소가 따로 생기기도 할 정도다.
전력 공급이 끊기면 생산 과정에 있던 제품들은 모두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잠깐의 정전으로도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파로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의 전력이 끊기며 피해를 입었다. 발전 용량이 작은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필요 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삼성물산의 ‘탈석탄’ 선언이나, SK하이닉스의 ‘RE100’ 선언을 따르기 쉽지 않다.
최근 국내 기업의 ESG 채권이 활황이다. 삼성증권도 이달 삼성그룹 최초로 ESG 인증 회사채(700억원)를 발행하기로 했다. 친환경 및 기후변화 위기 대응 사업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ESG 포장을 씌워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쌓아둔 현금만 100조원 이상이라 오히려 대형 M&A에 돈을 써야 할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도 변수다. 국정농단 혐의로 다시 실형을 선고받고 자리를 비웠다. ESG는 사실 ‘Esg’로 봐야 한다고 할 정도로 지배구조에 대한 가중치가 낮지만 총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국내 재벌기업의 상황에선 중요도가 작지 않다.
법무부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 측에 출소 후 5년간 취업제한 대상이란 사실을 통보했다. 이 부회장의 거취는 삼성전자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개인사로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례와는 또 다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글로벌 기업으로서 시대적 흐름을 도외시할 순 없지만, ESG 평가에 욕심을 낸다 한들 얻을 것이 많지 않은 셈이다.
평가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워낙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감히 RE100 선언을 생각할 수 없고, 총수가 구속상태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ESG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도 득 될 것이 없고 안 좋은 평가를 받기라도 하면 난처해지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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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2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