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주주총회 한 달 앞…키워드는 ESG·3%룰·배당
입력 2021.02.25 07:00|수정 2021.02.26 17:11
    정치권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요구 목소리
    산업재해 관련 포스코, 대한통운 도마위
    배당 제한 금융지주, 국민연금 경영참여도 관심
    3%룰 활용에 경영권 분쟁 기업 희비 엇갈릴 듯
    • 2021년 주주총회 시즌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화두는 역시 사회적가치(ESG) 투자다. 각 기관의 기준에 어긋나는 기업들에 대한 경영진 교체 등과 같은 고강도 공세가 예상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3%룰, 즉 감사인을 분리선출 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경영권 기반이 약한 기업들의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배당을 제한한 금융지주회사들, 이와 반대로 삼성전자·SK㈜·넷마블 등 다소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을 앞세운 기업들의 주주총회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산업재해를 일으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 라임·옵티머스 등 일명 사모펀드 사태로 투자자들의 피해를 야기한 기업들 그리고 기업 지배구조에 맹점이 있는 기업들에 대해 주주제안을 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같은 내용은 이찬진 변호사를 비롯한 기금위원 7명이 발의했다. 구체적인 대상으로는 포스코, CJ대한통운, 4대금융지주(KB·하나·우리·신한), 삼성물산 등이다.

      환경오염 및 산업재해로 잡음이 끊이질 않는 포스코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시행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의 지분 11.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 수 년 동안 경영진 면담, 공개서한 발송, 이사 추천 등과 같은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만한 유의미한 활동을 보이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로 인해 촉발된 CJ대한통운의 산업재해 방치 논란은 이번 주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과 쿠팡, 롯데글로벌로지스, GS건설, 현대건설, LG디스플레이 등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9개 기업의 대표이사들을 불러 오는 22일 청문회를 연다. CJ대한통운은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면서 기관투가들의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CJ대한통운은 올해 4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모두 만료된다. 지분 약 9%를 보유한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행사에 나선다면 사외이사 추천과 같은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다만 모회사 CJ㈜의 지분율이 40%로 절대적이기 때문에 외부 추천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정치권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기업들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주주권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 개선 자구안 마련, 경영진 교체, 사외이사 추천과 같은 방안이 거론되는데 일반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제안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제도적 여건이 마련돼 있는 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 주주총회 시즌에 가장 큰 관심거리는  역시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들이다.

      금호그룹의 계열분리 당시 부터 분쟁의 불씨가 살아있던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결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으로 경영권 분쟁이 결국 시작됐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기존의 배당성향을 크게 높일 것을 주문했고,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의 교체를 요구했다. 금호석화의 현금성 자산을 고려하면 일정수준 이상으로 배당 성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회사는 박 상무의 제안을 ‘비상식적인 과당배당’으로 규정한 상태다.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박철완 상무의 제안에 소액주주들이 동참 한다면 표대결이 끝날 때까지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CGI를 비롯한 주주연합의 공세에 시달린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산업은행의 개입, 대한한공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로 인해 주주연합이 경영권을 확보할만한 명분과 실리가 사라졌다. KCGI가 최초 펀드를 결성한지 수년이 지났고 더 많은 지분을 매집하기 위해 점차 매입 단가가 높아져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KCGI가 공세를 이어갈 동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주주연합은 이번 주총에 앞서 주주제안을 하지 않았다. 한진칼 대신 분쟁이 불붙은 기업은 ㈜한진이다. 경방이 최대주주인 HKY파트너스는 ㈜한진의 경영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조현민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금호석화와 ㈜한진의 경영권 분쟁에서 한가지 변수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3%룰이다. 감사인을 사외이사에서 분리선출 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조치다. 회사의 장부를 열람하는 것을 비롯해 경영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감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금호석화의 박철완 상무, ㈜한진의 외부 투자자 모두 절반의 성공으로 여겨질 수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표대결을 펼쳐 등기이사에 추천인사를 선임하는 것 외에 감사의 선임만으로도 경영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3%룰이 적용되는 올해부터는 일부 주주들의 영향력이 훨씬 강해질 수 있다”며 “3% 미만의 지분을 보유한 여러 주체의 우군을 확보하고 있다면 주총 마지막에 열리는 감사 선임 표대결의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주로 거듭난 삼성전자는 내달 1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총 13조1000억원의 결산배당을 결의한다. 결산배당인 보통주 1주당 354원에 특별배당금을 더해 주당 1932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을 추진한다. 지난해 총 배당금은 지난 8월 중간배당을 포함해 주당 7000원, 전체 금액으론 3700억원이다. 연간 배당 총액은 지난 2016년 2090억원 대비 77% 증가했다. 임직원들의 연봉을 수백만원씩 일괄 인상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선 넷마블은 3년만에 결산배당을 실시하며 적극적 주주환원에 나섰다.

      뱐면 금융지주회사들은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정부의 배당제한 정책으로 주주환원책을 펼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며 금융위원회로부터 한시적 배당 제한 권고를 받은 금융지주회사들은 배당률을 20%로 확정하고 주주들의 양해를 구하는 상태다.

      주주환원책 제한과는 별개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금융지주회사들의 고민이다. 국민연금 내부에서 산업재해와 관련한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4대금융지주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있는 4대 지주회사에 사외이사 추천이 진행될 경우 관치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중에선 LG그룹과, SK텔레콤, 한화그룹의 주주총회도 관심의 대상이다.

      LG그룹은 LG상사와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계열사 4곳을 계열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할 전망인데, 미국의 헤지펀드 운용사 화이트박스가 ‘소액주주들의 가치 창출에 실패할 것’이란 취지의 반대 서한을 보내며 여전히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SK그룹은 여전히 SK텔레콤의 지주회사 전환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내 이사회를 열어 내달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취업제한이 풀렸다. ㈜한화로의 경영복귀가 점쳐지는 가운데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예상되는 반대를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