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연임 앞두고 '리튬' 테마 올라탄 포스코그룹株
입력 2021.03.04 17:55|수정 2021.03.04 17:55
    포스코 3000억 인수한 리튬호수 35조 매출가치
    최정우 회장 몸담았던 포스코켐텍 상한가
    탄산리튬 가치 급등에도 사업 쿼터제 묶여있는데
    이달 중 주총 앞두고 석연찮은 발표시점에 '의문'
    •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포스코그룹 상장 계열사 전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포스코 측에서 과거 투자한 해외 리튬호수 가치가 35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하면서다. 시장에선 투자성과가 탁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최정우 회장의 연임을 앞두고 발표 시점과 방식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4일 포스코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3.34% 오른 30만9000원에 마감하며 지난 2018년 5월 이후 3년여만에 최고점을 경신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철강수요 확대 기대감으로 주가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왔지만 이날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전일 포스코 측이 밝힌 리튬호수 투자성과란 분석이다.

      포스코는 3일 2018년 2억8000만달러(한화 약 3200억원)를 들여 인수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호수에서 향후 35조원 규모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탄산리튬 현물 가격이 작년 7월 톤당 5000달러 선에서 지난달 톤당 1만1000달러까지 2배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 리튬호수 투자 성과에 대한 기대감은 전일 시간외 거래에서부터 포스코그룹 전반 주가를 들썩이게 했다.

      개장 직후 포스코엠텍은 상한가로 직행했고 전 거래일 대비 29.96% 오른 8720원에 마감했다. 52주 신고가다. 포스코ICT는 23% 이상 폭등했다가 마감까지 지속 하락하며 상승폭을 5.96%까지 줄였다. 포스코케미칼 역시 12% 올랐다가 하락을 거듭해 1.6% 상승 마감했다. 급등 후 1.6% 하락 마감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포함해 포스코그룹 주가 전반이 널뛰기를 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리튬호수 투자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과도하게 반영하며 테마주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원자재 관련 투자를 통해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호재는 맞지만 당장 기업가치에 35조원이 유입되는 것이 아닌데 과도한 움직임을 보였다"라며 "시간외 거래에서부터 유입된 자금이 개장 직후 폭등으로 이어졌지만 결국 포스코와 포스코엠텍을 제외하면 썰물처럼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측이 발표한 리튬호수 매출 전망치와 발표시점을 두고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해당 리튬호수에서 채굴하는 탄산리튬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주요 소재로 주로 니켈 함량이 60% 이하인 3원계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사용된다. 최근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의 LFP 배터리에 대한 완성차 업계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탄산리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투자한 리튬호수의 경제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탄산리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측이 보유한 리튬호수에서 채굴량을 급격하게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천연자원인 리튬은 삼각지대로 분류되는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 등에서만 추출된다. 포스코가 지분 인수를 통해 발굴 프로젝트에 합류해 사업권을 쥐고 있지만 채굴할 수 있는 양은 쿼터로 정해져 있다. 당초 포스코는 2030년까지 리튬 사업에서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의 선구안이 재평가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은 맞지만 생산량이 쿼터제 안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35조원이라는 수치를 던진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며 "현재 분위기는 마치 3000억원을 투자해 35조원을 벌어들인 것처럼 시장에서 받아들인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발표 시점을 두고 최정우 회장의 연임 문제와 관련하는 시각도 나온다. 최 회장은 과거 포스코켐텍 사장을 역임하며 그룹의 리튬 개발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 회장은 이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재선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최근 잇따른 산업재해로 정치권과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포스코에 대한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주가 관리는 이 같은 압박에서 벗어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는 평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이 작년 인수합병(M&A) 관련 의지를 표명할 당시에도 연임 전까지는 재무성과와 주가 관리에 주력할 가능성이 커 현실성이 낮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라며 "우연하게도 주총을 앞두고 리튬호수 투자성과 발표를 기점으로 포스코 주가는 취임 이후 최고점에 달하게 됐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