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넘치는 PE, 쿠팡에 놀란 대기업들…후끈해진 이베이코리아 매각전
입력 2021.03.08 07:00|수정 2021.03.09 09:45
    매각설 나온 작년과 달리 후보군 관심 뜨거워져
    쿠팡 상장 추진 이후 이커머스 몸값 상승 중
    자금 소진 필요한 PE에 현금창출력은 매력적
    시장에선 네이버 참전 가능성에 주목
    •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유통 대기업과 사모펀드(PEF)들을 포함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테크 기업도 물밑에서 진지하게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설이 최초로 제기된 1년 전만 해도 적정 몸값과 성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매각이 현실화 한 현재는 주요 플레이어들이 인수 의지를 드러내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국 이베이는 2018년부터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위해 물밑에서 유력한 인수후보군들에 인수 의사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5조~8조원 수준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지지만 원매자와 몸값에 대한 이견 간극이 커 실질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매각 추진 배경으로 이베이 본사 사정이 꼽힌다. 이베이가 비주력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가 있었기에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협상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매각이 본격화한 올해는 예비입찰이 다가올수록 새로운 인수후보들이 나타나면서 열기가 뜨거워졌다.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잠재적 인수 후보군에 투자설명서(IM)를 보냈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등 유통업체를 포함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 카카오 등이 수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가로 최대 10조원까지 거론됐지만 현재는 3조~5조원 수준이 적당하단 공감대가 형성되며 주요 후보자들의 부담을 줄였다는 평가다.

      유통 대기업과 대형 테크 기업, PEF들 상당수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기웃하는 가운데 예상과 달리 인수 열기가 후끈해진 배경이 주목받는다. 지난해 초 한 차례 매각설이 돈 이후로 최근 매각 공식화까지 지난 1년여간 이베이코리아에 대한 투자업계 시선은 상당 부분 바뀌었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추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의 기업가치로 55조원이 거론되자 이커머스 시장 전체적으로 집중 조명을 받게 됐다.

      지난해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아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가 쌓인 PEF들의 사정도 영향을 끼친 요인이다. 조단위 거래가 즐비했던 2019년에 비하면 지난해엔 바이아웃보단 상장전투자(Pre-IPO) 등 단순 지분 투자처에 주로 몰렸다. 투자 집행은 어려웠지만 대형 PEF 운용사 위주로 쌓이는 돈은 많았다. 수조원대 가격이 언급되는 매물이 현재는 거의 없다보니 웬만한 대형 PE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단 평가를 받는다.

      유통 대기업과 테크 기업, PEF 상당수가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며 흥행 기대를 키우는 가운데 적격 인수 후보에 대해선 각기 다른 평가를 내놓는다.

      일각에선 이베이코리아와 유사한 오픈마켓 구조로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 중인 롯데(롯데ON)와 신세계(SSG닷컴)를 꼽는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단숨에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출 수 있다보니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이베이코리아가 최근 수년간 매출과 취급고가 성장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시너지를 기대할 전략적투자자(SI)로선 매력도가 떨어진단 평가도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에서 프로덕트매니저, 엔지니어, MD(머천다이징) 등 인적가치가 더 중요할텐데 롯데나 신세계가 브랜드가치, 보유 셀러 및 고객 수 같은 물적가치에만 본다면 인수를 한다고 해서 시너지를 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베이코리아가 현금을 꾸준히 만들어낸다는 점에선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매력이 있다. 여타 플랫폼 기업에 비해 금융사로부터 레버리지를 일으키기엔 용이할 수 있단 분석이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 티몬에 투자한 KKR 등 글로벌 PEF들이 유통 대기업이나 테크 기업과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참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PEF를 내세워 출자자(LP) 형태로 나서는 방안에 관심을 갖는 걸로 파악된다. 네이버는 이미 온라인 쇼핑 검색 트래픽 상당 부분을 잠식한 1위 사업자다.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 사업 모델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미 스마트스토어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확실한 인수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유력한 인수후보란 평가도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한 관계자는 "15년 연속 흑자 기조는 유지해 온 만큼 사실상 제값을 받을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예상 매각가 5조원이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기에 기업가치가 고점에 이른 상황에서 거론되는 SI들은 차후 가격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가능성이 있다. 미소진 자금 활용이 필요한 PE가 우선 인수, 유통 기업 등에 재매각하는 안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와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오는 16일 예비입찰을 시행한 뒤 적격 인수 후보를 추릴 예정이다. 유통 대기업들의 참여 여부와 함께 네이버가 새롭게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를지도 관전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