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금융지주 회장 행정소송...'워라밸' 즐기는 판사들
입력 2021.03.08 07:00|수정 2021.03.09 09:57
    손 회장, 행정소송 다음주 1심 기일
    코로나 등 핑계로 재판 차일피일 미뤄져
    판사들 워라밸 추구하면서 재판지연 심각
    실질적으로 1심에서 결론 나올 듯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관련 행정소송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뿐 아니라 법원의 달라진 분위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판 지연이 보편적인 일이 되고, 첨예한 갈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선 판단을 미루기 일쑤란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 DLF 판매 은행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판매 당시 은행의 행장을 맡고 있던  회장과  부회장에 중징계(문책경고) 통보했다. 이에 회장은 지난 3 법원에 금감원 징계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부회장도 이후 즉각 소송에 나섰다.

      작년 3월에 제기 소송은 1년이 지난 이제서야 공판 일정을 잡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회장이 제기한 소송은 3월 초 기일이 잡혀있다. 일전에 사전미팅이 있었고, 본격적인 재판 절차가 막 시작되는 상황이다. 코로나로 인해 연말에 잡혀있던 첫 기일이 밀린 탓이다. 현재 잡혀있는 일정도 여러 상황에 따라 연기될 있다.

      이처럼 1 재판도 이제야 시작하다 보니 해당 소송의 재판 결론이 언제 날 지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2 임기를 남겨 회장이 임기를 마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에선 재판 지연을 두고 비단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의 분위기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2020 상반기 민사본안 합의사건 처리율은 68.5% 10년전 92% 비하여 23.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사사건을 비롯한 법원의 사건 처리율은 이미 전부터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 처리율이 판사의 성과 지표에서 제외된 데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가 없어지고, 현 대법원장 체제에서 지나치게 형평성을 강조하면서 굳이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동기를 판사들이 찾고 있다"라며 "판사란 직업을 떠나 개인으로선 주어진 월급 내에서 최대한 개인 시간을 많이 갖는 게 워라밸 측면에선 낫다고 생각할 있다" 말했다.

      행정법원, 특허법원, 회생법원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법원의 전문성 저하도 심각하다. 판사 간의 형평성을 강조하면서 순환 배치로 인사를 하다 보니 전문성과는 별개로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되었다.

      더불어 그간 재판의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하는 부장판사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면서 2심이나 3심에서 1심의 판결이 그대로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오랫동안 강조되어 1 재판 역량강화와 일반 합의부와 달리 비슷한 경력의 판사 3명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가 늘면서, 항소심에서 사실상 주심을 제외한 나머지 판사는 재판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사실상 단독 재판부 사건이 많아진 점도 원인이다.

      이런 점에서 회장과 부회장이 제기한 행정소송도 1심에서 어떤 판결을 받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해 졌다는 평가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1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도 없거니와, 부장판사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면서 2심과 3심은 말한 합의부일뿐 주심판사 단독으로 의사 결정하는 것이 요즘의 법원의 관행이다"라며 "2심과 3심은 재판 절차의 통과의례처럼 굳어지면서 1심에서 어떤 판결을 받느냐가 점점 중요해졌다" 말했다.